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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말랭이 Oct 29. 2024

출산율 0.7명, 하늘에서 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이에 거리는 온통 피바다가 되었고, 몇 시간 뒤 정부는 긴급회의를 통해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것은 기회일 지도 모릅니다! 안 그래도 낮은 출산율이 문제였으니까요.”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그는 소방청장을 바라보면서, 손으로 무언가 표현하고 싶어 보였다.


“아 거시기 뭐냐, 그거 있잖아요! 자살하는 사람들 막는 거!”


“안전매트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가 설명한 계획은 이랬다. 


전국 각지에 있는 안전매트를 전부 펼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자는 것이다.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대통령은 잠시 계획을 듣더니 좋은 생각이라며 동조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차관과 실무진들은 회의장 한쪽에 모이더니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불과 삼십 분이 안 되어서, 전국에 있는 모든 안전매트가 펼쳐졌다. 


그리고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받았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


“현자 메를린님. 큰일이 났습니다!”


메를린은 왕국의 변두리에서 적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혼자 있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갑자기 왕국에서 온 전령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무슨 재앙 말인가? 전염병 때문이라면 저번에 알려준 대로…”


그렇게 말하며, 그는 읽던 책을 계속 읽으려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나온 말은 그가 책을 덮게 하기 충분했다.


“임산부들의 뱃속에 갑자기 고위 등급의 전이 마법이…”


순간 메를린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내 그는 전령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 말들을 새겨들었다. 


그는 왕국 내의, 어쩌면 모든 임산부의 태아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곧 모든 일들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나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세상의 모든 태아가 사라지고 있었다.


***


어느덧 하늘에서 아이가 떨어지는 현상에도 사람들은 적응하기 시작했다. 


불과 6개월 만에 사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수많은 아이를 수용하기 위해서, 보육원들이 급격히 지어지기 시작했다. 


기저귀, 분유, 유아용품들은 생각지도 못한 호황으로 주식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아, 그리고 안전매트를 생산하던 회사까지도. 


그들은 생각지 못한 호황으로 연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일들을 호재로 여겼고, 특히 종교인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하늘이 주신 기회라며, 찬양을 절대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좋지는 않았다.


일부 사람들은 몇 달째 막대하게 쓰고 있는 예산과, 갑자기 올라버린 세금에 마음속으로 꿍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긴급하게 제정된 법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가구는 기존보다 세금을 두 배나 더 내야 했다. 


그를 피하고 싶으면, 저 수많은 아이 중 아무나 입양하라는 정부의 의도였다.


불만은 생각보다 컸다. 


강압적인 정부의 정책엔, 당연히 반발심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으므로, 불만을 점점 속에 쌓아 두기만 했다.


***


메를린은 6개월간 왕도의 모든 마법사와 성직자, 지식인들과 방법을 강구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 모든 괴현상이, 자신이 물리쳤던 마왕의 잔당, 혹은 그 후예들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아마 대를 끊어 버리려는 목적으로.


엄청난 위기였지만, 현자 메를린은 세계에 걸린 그 마법들을 풀지 못했다.


그가 변두리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 동안에, 

사악한 마법사들은 목숨을 걸고 연구했고, 

그 차이는 아무리 메를린이라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차선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보내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아이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적어도, 그 아이들이 마족의 수하가 되어 돌아와서는 안 되었다.


왕국에는 “사랑 금지령”이 내려졌다. 왕은 모든 육체적 행위를 금지하였다. 


적어도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부부도 각방을 써야 하며, 이웃 간 이를 감시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왕국에 아이는 계속해서 생겨났고, 또 어디론가 보내졌다.


***


하늘에서 핏빛 비가 내린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다.


쉴 새 없이 떨어지던 태아는 점점 수가 줄어,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반짝하고 떠올랐던, 그 많은 유망주는 언제 가격이 떨어질까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안전매트는 전국에 충분히 있었고 분유 생산량은 과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줄어들며, 점차 예산도 덜 필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번 제정된 징수는 계속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세금을 낮춰도 되지 않냐며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여론은 저 불쌍한 아이들을 동정하고 있기는 했다.


***


현자 메를린은 일년간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해보았지만, 그들의 마법을 풀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또다른 문제는 이제 그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가 마왕을 무찌른 것도 벌써 육십 년 전이다. 


대현자라고 불리는 그는 당장 내일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였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은, 그가 더욱 극단적인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런 상태로 그는, 그동안의 일을 보고하러 왕을 알현하고 있었다.


“...까지 실험해 보았지만, 별 소용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메를린이 이야기하던 중, 누가 알현실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친위대장이었다.


“폐하, 왕도에 몰래 숨어있던 임산부 서른 명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땅에 굴을 파고 숨어있었습니다. 명령하신다면, 그들을 바로 참수하겠습니다.”


그때, 현자 메를린에게 한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그 임산부들을 그냥 참수해선 안 되었다. 


그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왕이시어 그 임산부들을 참수할 것이라면, 그전에 제가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재작년 유행했던 전염병을 기억하십니까…?”


***


전국 각지의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원인 모를 고열과 각혈 그리고 드물게 병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공포는 몹시 빨랐다.


한번 코로나-19로 곤혹을 치뤄본 국민들은 그 즉시 마스크를 사재기했다. 


그리고 전국은 그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 그간 못했던 이야기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전부 저기서 떨어지는 똥 덩어리들 때문이잖아요!”


시사 프로그램에서 토론 중이던 한 참가자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목소리는 어느덧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 


정부는 여론의 빠른 변화에 깜짝 놀라며, 그간 미루고 있던 세금인하도 했지만, 사람들의 분노는 전혀 식을 기미가 없었다. 


선거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여당의 정치인들은 초조했다.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결국 그들은 초강수를 두고 말았다.


바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을 즉시 막아야 합니다. 앞으로 국민과 비국민을 철저히 구분하겠습니다. 또한, 거주지를 분리하여 이러한 전염병의 전파를 막겠습니다.”


각 지방의 가장 변두리에, 그들을 위한 거주 구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끽해야 두 살이다. 


결국 내몰린 수많은 아이는 큰 곤경에 처했고, 몇몇은 굶어 죽기도 했다. 


그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 종교단체가 그들을 돕긴 했으나, 이제 그들은 소수였다.


이러나저러나, 한국의 출산율은 여전히 그들까지 포함하여 ‘2.1’로 기록되었다.


***


현자 메를린은 전염병과 너무 가까이 지낸 탓인지, 그만 그것에 걸려버렸다. 


그리고 서서히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느꼈다.


죽음의 공포는 현자라도 버틸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래서 그가 반쯤 미친것은 딱히 놀랄만한 이유도 아닐 것이다.


왕도의 다른 사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런 대재앙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사람이 오히려 기인일 따름이다.


그래도 대책을 찾기 위해 매번 회의는 열렸고, 메를린은 왕도의 모든 마법사가 모인 곳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전염병은 효과가 없는 듯하네. 생각해보면 당연한데, 여태 못 알아차렸구먼. 저들이 만든 전염병이라면, 당연히 치료법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우리가 너무 멍청했던 거지! 이제 다른 방법을 이용해 보게나. 가령 폭발마법이라든지…억!”


메를린은 이런 말을 하다, 갑자기 심장이 멎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런저런 처치가 이루어졌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미 그는 한계를 수 번 넘은 상태였다. 


결국 왕도의 마법사 중 가장 나이가 많던 자가 메를린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는 그가 한 유언을 곱씹어보다, 이런 대책을 세웠다.


[폭발마법으로 태아를 폭탄으로 만들자.]


***


2년 전 처음 아기가 떨어졌을 때처럼,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하지만 차이점은, 이번에는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것이다.


회의의 주제는 ‘폭발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였다.


말 그대로 아이가 폭발하는 괴현상을 그들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각 부처의 장관들은 퍽 곤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느긋하게 토론할 사안은 아니었다. 


대통령, 국방부 장관 그리고 주한 미군 사령관 세 명에 의해서 결론이 일사천리로 지어졌다. 


그리고 명령은 거의 실시간으로 각 부처에 전달되었다.


소식을 들은 국방부 대변인은, 바로 기자회견을 가지며 이렇게 말했다.


“우선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얼마 전부터 발생한 …(중략)... 안보는 공기와도 같습니다. 한미연합군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를 가동할 것을 알려드립니다. 이 순간부터 떨어지는 모든 낙하물은 전부 요격하겠습니다.”


희망의 상징이었던 아이들은 많은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은 ‘복덩이’였다가, 차츰 ‘비싼 복덩이’가 되었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는 ‘오물 풍선’으로 불렸다가, 이제는 ‘베이비 붐’ 또는 ‘낙하물’로 불린다. 


이제 그들은 사람으로 불리지 않았음에도, 그다음 해까지 정부는 출산율을 갱신하지 않았다.


사회적인 혼란으로 그럴 겨를이 없다는 핑계였다.


그 많은 아이들은 사망률에는 포함되지 않았고, 출산율에는 산정되었다.


정말 출산율만이 문제인 건지, 우리 모두 한번 생각해 봄 직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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