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나빴을 뿐이에요
네네 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눈이 높은 걸까요, 바라는 것이 많은 걸까요. 세상이 저를 억까하는 걸까요. 지금 나의 처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곤 합니다. 결국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일까 하고 오늘도 취업 잘되는 자격증 리스트를 봅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포클레인자격증부터 시작해 청소년상담사 자격증 등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근데 예전에도 이 리스트를 본 적이 있는데 말이죠.
5년 전 처음 취준생일 때도 취업 잘되는 자격증 top10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경력직만 뽑아서 "대체 신입들은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 거야?"라고 했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문과는 취업하기 힘들어, 문과는 전문지식이 없잖아. 그러면 문과는 대체 뭘 열심히 해야 하는 걸까요? 무슨 스펙을 쌓아야 하는 걸까요? 자소서 컨설팅으로 20만 원 주고받았던 적도 있고 면접스터디, 취업스터디등 안 해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합격에 있어서 정답은 없는 거구나. 그렇게 정답이 없다고 깨닫게 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 회사에서 바라는 인재상이란 어떨 때는 적극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스펙이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요.
그렇게 어렵게 취업을 하고 들어간 회사에서는 제가 존경할 만한 사람도 있었고 어떻게 들어왔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궁금했던 인사팀에 들어가고 나니 아, 정말 정답은 없구나. 그리고 왜 어른들이 세상은 각박하다. 학교에서 보호를 받을 때가 제일 안전한 때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학연, 지연으로 되어 있다는 말이 있듯 학벌과 지역관계도로 세상이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경영자가 바뀌는 것에 따라서 그에 파생되는 인재를 뽑고 특히나 투명할 것 같았던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더욱 심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쌓아가는 인적 네트워크의 힘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 되었습니다.
인사팀에서 잘 나가는 동기들한테 물어보니 그것 또한 자격지심이다. 그렇게 세상이 더럽고 불합리하다면 네가 그걸 이길 정도로 "열심히" 하면 되잖아. 왜 패배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그 말을 듣고 정말 내가 자격지심에 빠져있구나. 왜 그 사람들을 탓하지? 학연도 그들이 열심히 해서 이뤄낸 성과일 텐데. 세상이 불합리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태어났고 구성원이 됐으면 불합리한 세상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구나.
그 뒤로는 뻔했습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라는 마인드를 와 이런 일을 극복한 나란 녀석. 너무 멋지잖아?
지금까지 30개의 이력서를 넣고 4개의 공모전을 넣었지만 다 불합격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슬프고 마음이 아프지만 뭐 어쩌겠어? 내가 그 회사와 맞지 않고 내 실력이 좋지 않은걸? 이란 생각을 하고 나니 또 다른 회사와 공모전에 도전할 힘이 생겼습니다.
"도전만 하면 뭐 해? 결과가 나와야지"
"아쉽지! 근데 어떡해? 계속해보는 수밖에! 포기만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네네. 수백 번을 수만 번을 떨어진다고 해도 포기만 안 하면 반은 온 거 아닙니까? 그리고 오늘도 나의 패인의 요소가 뭐였는지 공부하면 됩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말씀하신 오답노트를 잘 봐라. 내가 어떤 점에 약하고 틀리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오늘도 불합격 메일과 함께 책상에 앉아서 아빠가 준 라디에이터를 틀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