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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전에 휘청거리기

멤버간의 불화설은 어떻게 합니까

by 혀늬

기획자는 아니지만 기획하는걸 좋아하곤 했다.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고 리뷰하거나 후기 남기는 것도 좋아하고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재밌게 쓰는 것도 좋아했다. 기획안도 짜보고 친구들한테 설문지도 돌려보고 나름 열과 성을 들여 준비했던 것 같다. 자본금을 시작하자고 했던 친구가 다 지원을 해줬기 때문에 기획안이나 마케팅에 대해서는 내가 도맡았다.


그런데 웬걸. 소개팅사업 멤버에서 나오게 되었다.

아, 이게 바로 멤버간의 불화설인가요?


소개팅 장소를 빌려서 새로 들어갈 겸 간단하게 사람들하고 만났는데 자본금 친구가 새로운 사람을 많이 데리고 와서 뭔가 가벼운 오픈식이 되어버렸다. 처음 홍보는 소중하니깐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하는데 나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마시지 못한다. 맨정신으로 술에 취한 인간의 본성을 다 지켜봐야 한다는 고충이 있었으나 기분 좋은 날이기도 했고 판이 짜여졌으면 누구보다 신나게 즐기자란 마인드로 데시벨이 한창 높아졌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동갑남자인 친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자꾸 퍼스널페이스를 침범하기 시작했다.


"친구야, 여기 회식자리 아니야. 정신차려."

"아니 뭐래~"


하면서 내 한 손을 두 손으로 잡고 막 비비기 시작했다.


"야, 여기 회식자리 아니라고. 정신 차리라고."


내 말에 갑자기 싸늘해져서는 턱을 괴면서 손가락 욕을 날렸다. 주변 사람들도 다 보고 있겠다. 앞서 말하지만 그사람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다. 표정관리가 안되는 나를. 주변 사람들이 일어나서 자리를 바꿔주고 기분을 살펴주었다. 인간의 본성을 알려면 등산을 가거나 술을 마셔보게 하라고 하는 어른들의 지혜가 딱 맞았다. 소개팅 사업을 하면서 제일 중요했던 "괜찮은" 사람 모으기의 시작이 벌써 무너진 기분이 들었다. 그사람을 불렀던 주최자에게,


"사람을 거르는 작업이 너무 중요하다. 꼭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


라고 하자,


"어쩔 수 없지. 모든 집단에 또라이는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괜찮은 집단에도 또라이는 무조건 있다고."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사람관리를 하는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예민하게 받아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죠. 그렇지만 그렇게 넘기면 끝이 아니잖아요. 주의를 줘야하고 저사람은 저게 잘못된 행동이라는걸 알아야지."

"예민하네"


결국 예민한 나는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 못하겠다고 하고 나오게 되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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