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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란 Aug 20. 2024

파스타가 되기 싫은 스파게티

승진을 꼭 해야하나요?

“너 승진 준비는 잘 돼가?” 

선배의 한마디에 입으로 다가오던 포크가 움찔 멈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선배. 

“너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을 때가 아니야. 윗분들도 따로 좀 만나고 스스로 어필을 해야지. 거기 과장이 얼마나 많은데 누가 널 알아서 밀어주냐. 회사생활이 묵묵히 일만 하는 게 다가 아니야. 적당히 티를 내야지. 일만 하고 인정은 못 받으면 그게 무슨 호구 같은 짓이야. 내 말 듣고 있어? 뭐든지 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니까. 남들이 할 때 같이 해야지. 먼저 하면 더 좋고. 어? 안 그래? 아오 답답하다. 답답해.”

아유. 밥 먹을 때는 멍멍이도 안 건드린다는데. 저 밥 좀 먹구요. 팀장님!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비싼 파스타집에 와서 기분이 좋았는데 입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 선배는 동기 중에 가장 먼저 팀장을 달았다. 온갖 신사업 TF와 인사부까지 빡세기로 소문난 업무를 꿋꿋하게 도맡아온 경력이 있으니 인정받을 수밖에.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아는 것도 많고 평소에는 다 좋은데 회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가끔 날 이렇게 피곤하게 한다. 그러니 이렇게 잘 나가겠지. 부족한 내가 이해하자. 

이 중요한 시기에 모지리같이 굴고 있는 나 때문에 선배의 속은 타들어가지만 정작 당사자의 내 마음은 덤덤하다. 선배 전 왜 승진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떼끼. 지금 그 말을 뱉으면 오늘 점심 편히 먹기는 글렀다고. 쉿!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척 연기를 한다. 맞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네네. 피클 하나 냠냠.


승진시기는 연 2회. 상반기와 하반기마다 꼬박꼬박 찾아온다. 우선, 회사의 정관에 따른 직급별 최소연한을 채우는 게 필수. 그 후에는 반기마다 이루어지는 상급자의 근무평가와 동료평가 점수를 합산해서 줄이 세워지는데 상대평가로 반영되는 이 평가체계가 매우 복잡하다. 부서 정원에 따라 실제 반영되는 점수가 달라지다 보니 여긴 승진이 잘 되는 부서네 안 되는 부서네 말들이 많거든. 거기에 상벌 등에 따른 가산점이나 페널티까지. 으으. 지끈지끈.

실무자인 4급 과장까지는 추가 시험 없이 평가점수로만 승진 여부가 결정되므로 고민이 없었다.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다음에 되겠거니. 가만히 앉아 인사위원회 결과만 기다리면 되니까. 사실 믿는 구석도 있었지. 난 밤낮없이 개같이 일한 대가로 기관장상이랑 장관상을 받았거든. 

그렇게 과장 타이틀까지는 무난히 달았는데. 파사삭. 간신히 되찾은 평화가 깨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쩐지 요즘 좀 살만 하다 싶었어. 팀장 승진을 위한 최소연한을 다 채워버리고 말았거든. 승진 적체도 워낙 심하고해서 나는 별 생각이 없는데 주변이 난리다. 난리야.

3급 팀장부터 시작하는 관리자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평가점수 외에 별도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 승진 정원의 3 배수인 시험대상자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시험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그 덕에 예전에는 승진 준비를 핑계로 일은 다 팽개치고 위에 '싸바싸바'만 하는 과장놈들이 저 명단에 척척 올라가서 후배들 속을 다 뒤집어놨다는데. 동료평가가 생겨서 그럴 수는 없게 되었다. 굿!

그래도 승진 전쟁은 여전하다. 주요 업무를 잘 해내는 건 기본. 상사한테 인정받고 후배도 챙기고. 같은 부서의 모든 과장들이 저 명단에 올라갈 수는 없으니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뒤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거야. 

직원뿐만 아니라 부서끼리도 자존심이 걸린 경쟁이지. 어디는 몇 명을 올렸대. 저기는 한 명을 못 올렸다더라. 상사가 누군데? 아 그 무능이. 뒷말이 몇 달을 간다. 평가점수를 잘 주고받기 위한 온갖 전략이 소문으로 떠돌아다닌다. 그렇게 기를 쓰고 시험대상자 명단에 올라가도 떨어지면 말짱 도루묵.


일장연설을 이어가던 선배가 드디어 숨을 고른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제 것도 드셔보세요.”

최애 파스타인 봉골레를 아낌없이 접시에 덜어드린다. 모시조개도 줍줍. 선배가 시킨 스테이크 로제 파스타에 비하면 아주 슴슴한 비주얼. 

“난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어.”

“허허. 저는 이 깔끔한 맛이 좋아요.”

오일에 바지락이나 모시조개, 마늘 그리고 파스타면이 끝. 선배의 구박이 이해는 간다. 가끔 여기에 약간의 치즈가루나 허브, 칼칼한 한국인의 맛을 위한 페페론치노를 올려주는 집도 있지만 기본이 제일 좋아. 오늘 온 식당은 비싼 만큼 신선한 조개를 쓰는지 해감이 잘 되어있다. 기죽지 마. 누가 뭐래도 넌 아주 훌륭한 봉골레야.


"야 근데 스파게티랑 파스타가 뭐가 다르냐?”

뜬금없는 질문. 의아한 내 표정을 마주한 팀장님이 머쓱하게 말씀을 이어가신다.

“아니. 내가 돈까스 집에 있는 스파게티 먹으라고 했더니 우리 딸이 스파게티 말고 파스타가 먹고 싶다고 짜증을 내잖아.”

아하.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해 버렸다. 똑똑한 어린이네. 

“스파게티는 파스타 면 종류 중 하나래요.” 

잘난 척을 하는 것 같아 머쓱한 목소리로 답을 건넨다. 

학창시절 토마토소스가 다였던 나의 세상에 아웃백의 투움바 파스타가 등장했다. 그 넓적한 면에 가득 묻은 꾸덕한 크림소스. 두툼한 면이 내가 좋아하는 수제비 같기도 해서 너무너무 맛있었어. 

대학교 때는 혼자 배낭여행으로 이탈리아를 갔다가 기대 없이 들어간 파스타 가게에서 깜짝 놀라기도 했지. 와아! 이게 다 뭐야? 종 모양, 리본모양, 하트모양. 이 귀염둥이들이 다 파스타라고? 그 옆으로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면부터 빨대 같이 생긴 면까지. 한참을 구경하고 제일 낯선 것들을 골라 사 왔다. 면마다 추천 조리법이 쓰여있었지만 이탈리아어를 모르니 패스. 시판소스에 버무린 면들은 두께만 좀 다른 것 같은데 확실히 맛이 달랐다. 신기하네. 비록 그 파스타 이름들은 머릿 속에서 금방 날아가버렸지만 여행의 추억은 고스란히 내 안에 자리잡았다.

“근데 그렇게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더라도 그 둘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다르지 않아요?” 

스파게티라고 하면 급식이나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준 것 같은 정겨움. 푹 삶은 면. 시판용으로 나오는 토마토나 크림소스의 뻔한 맛. 그리고 경양식 집에서 파는 약간 얼렁뚱땅하지만 푸근한 K 스타일이 떠오른다. 

파스타는 달라. 이름부터 뭔가 더 근본있는 느낌이고 셰프가 각 잡고 만들어주는 삐까뻔쩍한 정통 이탈리아 요리 같다구. 식전빵을 먹으며 기다리다보면 나타나는 예쁜 접시. 거기에 오목조목 담긴 파스타. 나도 모르게 사진부터 찍게 되는 격조있는 플레이팅에 이어지는 걱정까지. 이거 먹고 배부를 수 있겠지? 포크로 우아하게 돌돌 말아 입에 넣으면 살짝 덜 익었나 싶은 면과 올리브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모시조개가 들어가니 확실히 더 감칠맛이 좋네. 집에서 하면 왜 이렇게 안 되지? 유튜브를 아무리 따라 해 봐도 이 맛이 안 난다. 면이랑 재료랑 소스가 다 따로 노는 이상한 내 봉골레. 바지락이 문제인가 싶어서 마늘만 넣어도 된다는 알리오올리오도 해봤다. 결과물은 그저 텁텁하게 타버린 마늘기름에 절여진 맹맹한 탄수화물 맛. 버릴 수는 없으니 꾸역꾸역 씹어 삼킨다. 뭐 생각보다 먹을만해. 스스로에게 세뇌를 걸면서.


"그래서 필수교육이랑 그런 건 다 들은 거야? 그거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하는 거 알지?”

아이고.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팀장님의 연설이 다시 시작되었다. 방심한 내 탓이지. 

“네네. 다 들었어요. 그거 들으려고 주말에 나와서 일했잖아요. 교육 들으러 간다고 일을 빼주지는 않으니까요.”

나의 투덜거림에 선배의 눈빛이 점점 가늘어진다.

“그리고 승진 준비는 시험 대상자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대상자 되고 나서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요? 준비하는 거 소문났다가 시험 대상 명단에도 없으면 망신이잖아요.” 

"너 그러다 후배 밑에서 일하는 수가 있어.”

부릅뜬 눈으로 던지는 회심의 한마디. 자존심 센 선배한테는 아마 죽기보다 싫은 일인가 보다. 아직 안 당해봐서 모르는 걸까. 직번 상 후배지만 대단하다 싶은 직원들이 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회사에 버섯처럼 앉아있는 사람들. 여기서 사나? 오피스텔이 아니라 회사에 월세를 내야 할 것 같은데. 

게다가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잘해. 옆에서 베짱이처럼 놀고 있는 과장 몫까지 척척 해낸다니까. 우리 회사 일 많이 한다고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닌데 화도 안 나나? 당연히 윗사람들은 이뻐죽지. 고작 이런 공공기관에서 대체 뭘 위해서 저렇게 사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저런 사람이라면 나보다 먼저 승진해도 할 말 없는데. 아 그쪽이 오히려 선배인 나를 불편해하려나.


"부모님도 얼마나 좋아하시겠냐. 사람들한테 체면도 서고. 안 그래?.”

윽! 크리티컬 대미지! 제 약점을 정확히 꿰뚫고 계셨군요. 선배님. 그래도 가족을 건드리다니 너무하시네. 그래. 나도 아빠가 승진하면 엄마랑 같이 엄청 좋아했어.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승진은 좋은 거랬는데 아빠는 점점 더 늦게 들어오고 나날이 한숨이 늘어가더니 언제부턴가는 휴대폰에 찍힌 번호만 보고도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 나한테는 한숨 좀 그만 쉬라며!

"팀장님 승진하면 좋아요? 시비거는 거 아니고 진짜 궁금해서요.”

이번에는 내 말에 팀장님의 포크가 멈춘다. 얼마 전에도 갑자기 직원들끼리 사이가 안 좋아진 것 같아서 골치가 아프다던 그였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한참을 조용히 음식만 우물거리던 선배.

“직장생활에 좋아서 하는 게 어딨어.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너 그럼 회사는 좋아서 다녀?”

저런 마인드가 있어야 회사의 엘리트가 될 수 있는 거구나.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저렇게 회사를 다니면 복잡한 속이 좀 편해질까? 잠시 정적이 흐르고 다그치듯 답한 게 신경 쓰였는지 선배가 두툼한 스테이크를 건넨다. 

“먹어. 여기 맛있네.”


저는 자신이 없어요. 일은 혼자서 어떻게든 하겠는데요. 팀장은 내 일만 하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전 누굴 어르고 달래고 그런 거 잘 못해요. 차라리 내가 다 해버리고 말지. 근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직원을 키우는 것도 관리자 일이니까. 대책 없이 사고 치고 민폐 끼치는 진상직원들 때문에 여기저기 종종거리는 것도 싫어요. 이상한 직원이 얼마나 많은데요. 실무자 때야 같은 팀이어도 최대한 상종 안 하고 적당히 무시하면서 지낼 수 있지만 팀장이 부하직원한테 그럴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냥 지금처럼 제 일만 하고 저만 책임지면서 살고 싶어요. 여기가 승진 못 한다고 잘리는 곳도 아니고 승진해봐야 월급이 엄청 오르는 것도 아닌데.

속으로 잔뜩 중얼거린다. 입 밖으로 말은 못 해. 아무리 친해도 회사사람이다. 언젠가는 직속상사로 만날지도 모르지. 나는 지난 회사생활을 통해 말조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배웠다. 회사에서는 할 말과 못 할 말이 있어. 이미 팀장으로 승진한 사람 앞에서 굳이 저런 말을 해야할 필요는 없지.


"내가 볼 때 넌 좋은 팀장이 될 거야.”

네. 감사합니다. 할 말이 없으니 파스타에 얹어진 마늘을 콕콕 집어 먹는다. 잘 구워진 마늘이 품질 좋은 올리브유의 향에 버무려져 풍미가 배가 되었다. 너는 고기뿐만 아니라 해산물이랑도 궁합이 좋구나.

"다들 앞에서 고상한 척하는 거지. 내가 회사에서 감투 싫다는 놈 못 봤다.”

이어지는 귀한 말씀. 네. 그렇겠지요. 이번에는 모시조개의 살을 발라내서 한입 한다. 살이 잘 오른 조개. 모시조개를 씹으니 살짝 톡 터지는 느낌과 함께 달짝시원한 해물 육수 맛이 은근하게 느껴진다. 바지락이랑은 차원이 달라. 내가 좋아하는 링귀니면을 돌돌 말아. 냐암. 스파게티면보다 살짝 굵고 도톰한 링귀니. 딱 좋게 삶아져 심이 살짝 남아있다. 

본인은 별 맛 안나는 밀가루덩어리면서 재료들과 합쳐지면 그 시너지에서 너무나 훌륭한 맛이 난다. 상사도 그렇겠지. 어쩌면 말이야 나는 그저 그런 팀장이어도 훌륭한 직원들을 만나서 조화를 잘 이루면 이렇게 그럴듯한 무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 그럼 아래직원들은 무슨 죄지. 히유우.

나름 긴 시간 회사의 화석이 되어가며 여러 승진자들을 지켜보았다. 마치 그 자리를 타고난 듯이 처음부터 잘 수행해 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닌 경우도 많았다. 토마토 스파게티가 시간이 흘러 토마토 파스타가 된 것처럼 같은 사람이 과장에서 팀장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회사에서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니까. 

과장일 때는 부서의 에이스이자 후배들이 먼저 친해지고 싶어하는 능력 있는 선배였던 그들이 팀장을 달고 얼마 안돼 기피대상으로 찍혀버렸다. 소문은 언제나 돌고 돌아 본인에게 전해지는 법.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좋은 선배로 돌아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억울해했다. '왜 직원들 말만 들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결국 소문을 견디다 못해 휴직 신청을 하거나 심지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해서 본사에서 쫓겨난 사례도 있었다.

충격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무척이나 친했던 선배들도 있고 건너건너 아는 정도의 사람들도 있었다. 어쨌든 팀장까지 가려면 10년 가까이 이 회사를 다녔다는 뜻이니까 나 또한 그들을 하루이틀 지켜본 게 아닌데 그 사람이 저렇게 변하다니. 아니면 본인조차 상사로서의 자신이 저런 사람이라는 걸 몰랐던 게 아닐까? 그래서 무섭다. 팀장 때문에 그만둔다던 수많은 동료들의 눈물이 떠오른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안 된다는 법이 어딨어. 나도 상사는 처음인데. 과장으로 아래 직원들 챙기는 거랑은 좀 다르잖아.


“잘 먹었어. 무리하는 거 아니지?” 

드디어 내가 밥을 샀다. 그동안 너무 많이 얻어먹었거든. 그는 대리일 때도 그 뻔한 월급에 내 밥값을 대신 내주었다. 

"지금이 원래 힘들 때야. 시간 지나면 금방 괜찮아져." 

그의 조언 하나하나가 그때는 참 고마웠는데. 사실 오늘 한 이야기도 듣기 좋든 싫든 나를 챙기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 말이 고까운 건 나의 문제지 선배 말에 틀린 소리는 하나도 없잖아. 비록 답이 아닌 질문들만 잔뜩 남아버린 점심시간이지만.

남들 다 하는데 네가 왜 못하냐는 선배의 마무리에 그냥 '흐흥'하고 웃어넘겼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 또한 겪어야 하는 성장통 같은 거겠지. 키 크기 싫다고 안 클 수는 없잖아. 내가 어디까지 클 수 있을지 나도 모르지. 하지만 승진바라기가 되어서 이리저리 휘둘리기도 싫다. 그렇게 사람 바보 만드는 상사가 얼마나 많았어.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 반갑지도 않고.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살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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