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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란 Aug 08. 2024

회사에서 수박 같은 소리하네

관리자와 직원들의 동상이몽

모든 걸 태워버릴 듯 이글이글 뜨거운 여름. 회사 익명게시판이 불타오른다. 직원들 간의 투명한 소통과 선제적인 어쩌구를 위해 만들었다는 익명 게시판. 에이. 알 만한 사람들끼리 왜 이래. 솔직히 말해보자구. 직장인들이라면 다 안다는 그 익명소통 앱. 거기에서 우리 회사 얘기가 자꾸 퍼져나가는데 그것 때문에 애먼 사람들이 곤란해지니까 남들 보는 데서 그러지 말고 집 안에서 해결하라는 거잖아. 뭐 공공기관이라 여기저기 이슈돼서 좋을 것도 없고 허위사실로 피 본 적도 있으니까. 나름 좋은 수이긴 해.

내가 이 게시판의 존재에 대해 말했을 때 지인들은 의심부터 하기 시작했다. 정말 익명이야? 그래 놓고 나중에 해코지당하는 거 아니야? 아이디가 보이긴 하는데 랜덤으로 부여된 거라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어. 물론 그 시스템을 담당하는 전산팀은 알 수도 있지만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지 뭐. 그래서 난 쓰냐고? 아니. 담당자에겐 미안하지만 난 회사 말 안 믿거든. 난 메신저에서 남 얘기도 함부로 안 하는 사람이야. 사건 터졌을 때 그거 검색하는 거 뭐 일이겠어? 흥! 내가 이렇게 불신쟁이가 된 건 다 회사 탓이라구.


무슨 글이 올라오냐고? 어찌 된 게 익명 커뮤니티들은 다 비슷한가 봐. 가면 갈수록 본래 의도와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 내용에 이름만 없다 뿐이지 아는 사람은 다 알아볼 수 있는 저격글. 다른 회사는 이거 있는데 우리는 왜 없냐 이거 불편하다 저거 불편하다 따져대는 프로 불편러 글. 노골적으로 노린 듯한 갈등 조장글까지. 거기 있는 아이디들도 맨날 비슷해. 화 많은 키보드 워리어들의 싸움터지. 그래서 업무가 바쁘기도 하고 가끔 이상한 글 보면 내가 저런 사람과 같은 직장에 있다는 사실에 현타가 와서 잘 안 들어가. 아 근데 어차피 안 봐도 좀 있으면 사람들이 다 알려줘. 키키. 기승전결에 맞춰 요약정리까지 해준다니까? 웃겨 진짜.


“그래서? 또 무슨 일이래?”

 관리자부터 직원들까지 여기저기 쑥덕거리는 소리에 결국 참지 못하고 옆자리 짝꿍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장님. 아직 안 보셨어요?”

 눈을 반짝이는 나의 짹짹이 대리님. 내가 직접 글을 볼 수도 있지만 이 대리님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거든. 맨날 뭐 재밌다고 알려주는데 그 설명이 진짜 사람을 홀린다니까? 그렇게 한껏 부풀어오른 기대심을 잔뜩 품고 도전한 대리님의 추천템은 언제나 예상보다 별로였다. 뭐 나쁘지는 않은데 뭐랄까 그 유명한 영화 소개 프로그램 딱 그거 같은 느낌이지. 대리님이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에 안 빠지고 우리 회사에 들어와 준 게 다행이야. 세계평화를 위해 여기 내 옆에 쭉 봉인해둬야지.


“아 수박? 내 그럴 줄 알았다.”

어제 사내 게시판에 공지사항이 떴다. 기관장님께서 이 더운 폭염 속에 지친 직원들을 위해 친히 사비로 수박을 사서 돌릴 계획이니 각 부서에서는 모레 정해진 시간까지 1층 로비로 카트를 끌고 오라는 내용. 아이고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래 감사한 일이지. 무려 사비라잖아. 근데 왜 하필 수박이냐고. 그 무거운 걸 한 통도 아니고 각 부서당 무려 3통씩이나 나눠줘 버리면 그 수박을 나르고 닦고 썰고 나눠서 먹이고 치우고 버리는 건 누가 하냐고. 왜 돈 쓰고 욕을 먹는거야 대체. 안타깝다 진짜.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같은 거 사줄 수도 있잖아.

으휴. 이런 동상이몽을 보면 진심으로 속상한 기분이 든다. 주변에 비서실이나 다른 윗분들이 말 좀 해주지. 산전수전 다 겪은 양반들이 그 정도 눈치도 없이 거기까지 승진하지는 않았을 거잖아. 아 설마?! 일부러 엿 먹으라고 그랬나? 아니면 괜히 바른 소리 했다가 미운털 박힐까 봐 그런 걸까? 아이고 암만 그래도 그렇지 수박이라니 아이고오. 이 동네 특산품도 아니고 그게 뭐야. 막내도 아닌 내 머리가 다 지끈거렸는데 역시나 참지 못한 누군가가 익명 글로 분노의 펀치를 날린 것이다

부장이 벌써부터 너 내일 고생 좀 하겠다며 나를 비웃더라. 내가 이런 일 하러 여기 온 줄 아냐. 선배들이 대놓고 남일처럼 여기는 게 불쾌하다. 누가 고생을 하든 말든 자기들 알 바 아니라 이거냐. 어떻게 이런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임원실에서 낼 수가 있냐. 기관장은 남이 썰어주는 수박만 드셔보셔서 우리 같은 노비들 마음을 알리가 없다.

어우. 신랄하네. 거기에 당연스럽게 따라오는 선배들의 지적과 나때는 말이야 반격까지. 어마어마한 조회수와 수백 개의 댓글들에 회사가 뒤집어지고도 남지.


신입 시절 여름이 정말 싫었다. 도대체 왜 자꾸 사무실에 과일이 생기는거야. 컵과일도 아니고 박스채로 껍질 과일을 갖다주면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냐고. 그렇게 좋아하던 과일인데 회사에서 만나면 빌런이 따로 없었다. 종류도 가지가지. 귤은 완전 환영이고 포도는 그나마 양심적이지. 구석구석 물로 씻어서 먹으면 되니까. 사과, 배, 복숭아 아주 다들 가지가지하더라고. 탕비실에 식칼이랑 도마가 왜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알게 되네.

그렇게 싫은데 왜 깎았냐고? 그 분위기 알잖아. 과도는 하나뿐이고 누군가가 나서서 저걸 다 손질해야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데 다들 가만히 앉아서 서로를 흘끔거리는 그 숨 막히는 시간. 으으으으. 제가 할게요. 터덜터덜.

그간 만난 과일 중 최고의 보스몹은 바로 복숭아였다. 좁아터진 화장실 세면대에서 복숭아 한 상자를 꾸역꾸역 씻고나니 오늘 아침 곱게 차려입고 온 원피스는 앞치마 꼴이 났고. 테이블에 앉아서 깎기 시작하는데 이리저리 미끄러지는 얄미운 녀석들. 이래서 오늘 안에 먹을 수 있겠냐느니 껍질에 살이 잔뜩 붙어있다느니. 입만 나불거리는 시누이들의 회초리가 이어졌다.

저기요. 저 지금 칼 들고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아르르르르. 한 상자를 오롯이 까고나니 곱아버린 손가락. 마우스도 못 쥘 정도로 얼얼하더라고. 그래서 이번 막내들의 반란이 남일 같지가 않다.


오후가 되자 새로운 공지가 떴다. 하! 기가 차네. 특별 이벤트로 내일 배급되는 수박은 부장들이 썰어서 직원들과 사이좋게 나눠먹으란다. 기관장님이 직접 하사하신 어명이니까 반드시 준수하라는 오더. 그래. MZ 직원은 무섭고 관리자들은 내 손바닥 안이니까 안 무섭다 이거지. 저렇게 공지까지 띄워버리면 부장이 안 한다고 발뺌해도 팀장이라도 나설 것이다. 직원이 수박 썬다고 돌아다니는 거 남들이 보기라도 해 봐. 소문을 제일 무서워하는 게 상사들이거든. 한번 승진해 보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싶기 마련이니까. 아 물론 또라이는 언제나 열외.

평생 꿈에 그리던 자리를 눈앞에 두고 소문 때문에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상사들을 본 적 있다. 입사한 지 10년이 다 돼 가는 나도 들어본 적 없는 잊혀진 줄 알았던 이야기가 어디선가 죽지도 않고 돌아온거야. 예전에도 괜찮지는 않았지만 묵인되었던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그 추태가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수면 위로 떠오른거지.

대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찔러 넣은 걸까. 지나가는 그의 등 뒤로 퍼져나가는 수군거림. 결국 오랫동안 이 회사를 군림해 왔던 그 권력자는 대기발령을 받았다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리고 초라한 퇴직을 맞이해야 했다.

뭐 과거뿐이겠어? 최근 가장 유력한 승진후보였던 아무개 부장이 두 번 연속 낙제했다. 모두가 의아했던 결과. 성격이 좀 별로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온갖 지저분한 일은 다 시켜놓고 너무하시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기관장님이 거기 부서와의 회식자리에서 대놓고 말씀하셨대. 앞으로라도 승진하고 싶으면 밤늦게 후배들 좀 부르지 말고 직원들한테 막말하지 말라고.

취임한 지 이제 막 반년을 넘긴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 부장은 기관장님 앞에서 사람좋은 척 웃고만 있었는데 말이야. 과연 누가 말했을까? 무섭지? 난 공포 이야기보다 이게 더 소름 돋았어. 그리고 알지? 소문은 이의제기도 안 먹혀. 한번 기정사실로 굳어지면?! 으으.


“우리 귀하신 막내님은 여기 계시고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팀장님이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카트를 끌고 수박을 받아오셨다. 아니 그럼 조용히 다녀오시지. 눈치 보인다는 말로 왜 가만있는 애 눈치를 주는 거야. 아오 답답이. 그리고 수박은 또 뭐가 이렇게 커? 세상에 나 이렇게 큰 수박 처음 봐.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올린 부장님. 겸허한 표정으로 수박군단을 맞이하신다. 그저 세척이 끝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축축히 젖은 소매. 일단 시키는 대로 회의 테이블에 모여앉기는 했는데 다들 엉덩이를 달싹이는 게 오늘따라 이 자리가 가시방석 같다. 진짜 이렇게 가만있어도 되는 건가.


드디어 시작된 부장님의 수박 해체쇼! 오 자신 있다고 걱정 말라고 하시더니 의외로 댕강댕강 수박들이 쉽게 썰려나간다.

“우와아아아! 셰프님이다! 와아아아!! 멋있다아아!!”

별 거 아닌 칼질에도 환호하는 직원들. 캬아 진짜 다들 프로다 프로. 센스쟁이들. 굳어있던 부장님의 표정도 조금씩 풀려간다.

“나 칼질해야하니까 웃기지들 말어. 흐허헝”

긴장하셨나 보구나. 하긴 원래 잘하던 것도 남들이 이렇게 보고 있으면 잘 안 될 때가 있지. 그렇게 접시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수박들. 헤헤 맛있겠다.

“부장님 이거 커서 한통이면 저희 충분할 것 같아요.”

양 옆에서 격하게 끄덕이는 직원들. 흐흐.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씻고 오신 부장님께 대리님이 제일 먹음직스러운 수박 하나를 집어드린다.

“자! 이제 먹자!”

 와그작와작와작. 어? 완전 꿀이다! 대박!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온다. 딱 봐도 탐스러운 붉은 빛깔. 잘 익은 수박은 과연 그 풍채에 걸맞은 당도를 품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막 냉장고에서 꺼낸 듯 한 시원함까지. 여름은 여름이구나. 싱그러운 달콤함. 와삭와삭. 소리까지 완벽한 여름맛이다. 귀찮아서 씨까지 오독오독 씹어먹는 나를 보고 아재 팀장님이 놀리신다.

"과장님 그러다 배에서 수박 자란다. 키키”

“아 진짜 그게 뭐예요!”  

크크크. 눈치 보던 직원들은 어디 갔는지 서로 앞다퉈서 와구와구 수박을 먹어댄다. 누가 잘라주는 거 먹으니까  좋긴 좋네. 흐흐.


부서의 모든 허드렛일이 내 차지였던 시절이 있었다. 손님이 오면 커피도 타야 하고 매일 아침 출근하면 해야 하는 체크리스트도 있었지. 인쇄용지 채워놓기. 탕비실 비품 점검하기. 냉장고랑 전자렌지 청소. 우편물 받아오기. 신문이나 개인 택배도 있으면 눈치껏 가져다 드려야했어. 한때는 내가 뭘 몰라서 그 일들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호구라서 덤탱이를 쓴거라고. 그런데 종종 이런 갈등을 마주하며 깨닫게 된 건 그때의 나에게는 나의 노고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고마워. 고생이 많네.”

감사인사만으로도 감지덕지였던 쭈구리. 한번씩은 같이 하자는 천사의 은총도 받았지. 그 중 최고의 대천사는 내가 오기 전까지 꽤 오랜 시간 막내였다는 선배였다. 처음엔 그의 드센 사투리에 꽤나 겁먹었는데. 그는 나에게 인수인계를 주기로 한 날 부서 회의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요즘 다른 부서는 이런 거 안 시킨다니 저희도 없애시죠.”

선배의 조용한 쿠데타에 윗분들은 움찔했으나 곧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였다. 몇년동안 묵묵히 참아오던 사람이 갑자기 들이받으니까 말문이 막혀버린걸까. 그렇게 줄어든 막내의 업무는 무려 매일 아침 실장님 방으로 주스랑 아침 간식 갖다 놓기, 부장님 난 화분 관리하기, 상사들 개인컵 닦기. 네? 그걸 여태까지 해왔다구요? 지금 2000년대 맞죠?

그때는 당연한 줄 알았던 당연하지 않은 호의.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은 감사함에 그 용기의 근원이 궁금해졌다.

“선배. 제가 그때는 잘 몰랐는데요. 지나보니까 궁금해져서요. 그때 그냥 저한테 다 떠넘기실 수도 있으셨을텐데 왜 그러셨어요?

‘엥? 갑자기?’ 뜬금없다는 듯 동그란 눈으로 날 마주보건 그의 얼굴이 돌연 붉어진다.

“야! 그걸 내가 어떻게 시켜 쪽팔리게! 나야 계약직으로 들어왔으니까 먹고살려고 참고 정규직된 다음에는 변했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하던 대로 한거지. 그걸 내가 어떻게 시키냐?! 그럼 내가 그 인간들이랑 똑같아지는건데…선배 가오가 있지.”


계약직 때 받았던 설움이 가시지를 않는다던 선배. 같이 들어온 정규직들은 자기 사진과 이름이 박힌 사원증도 달아주고 자리에 이름표도 생겼는데 2년 동안 무명의 임시사원증을 썼다는 선배는 사수도 없어 그저 어깨너머 눈칫밥으로 일을 배워야 했단다. 그 세월 이야기는 술 한잔이 필수라던 그에게 그날 처음으로 치킨을 샀다. 소맥도 한잔을 말아드렸지. 스킬이 없어서 망해버렸지만.

“늦었지만 감사했어요.”

내 말에 피식 웃는 선배.

“알면 잘해 임마.”

넵!! 충성충성!! 그 이후에도 선배는 나를 정말 아껴주었다. 아마 자기가 받고 싶었던 내리사랑이였겠지. 좋은 사람.


시간이 흐르고 내가 해왔던 많은 잡일들은 각자 개인의 몫이 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 법 덕분인지 뭔지 어쨌든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가는 거겠지. 부디 그래야 할 텐데 말이야. 선배가 된 나에게는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커피머신도 없어졌고 냉장고 관리가 안 돼서 난 아예 사용을 안 하거든. 곰팡이만 살면 다행인데 다른 생명체도 있을 것 같단 말이야. 물론 나도 성인군자는 아니니까 한 번씩 섭섭하기는 해. 나는 예전에 저런 거 다 했는데. 속으로만 몰래 아쉬워하는 것이다. 나도 기꺼이 했던 일은 아니니까.

여전히 각 부서 막내들의 업무분장에는 '부서 서무'라는 단어가 쓰여있다. 저 단순해보이는 글자에 얼마나 많은 잡일들이 숨어있을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여전히 부당하고 억울할 것이다.

만약 선배들의 고맙다는 인사가 없었다면. 아니 선배들이 나를 쥐 잡듯이 잡아서 꼴도 보기 싫게 미웠다면 어땠을까. 내가 왜 근무시간에 일도 못하고 저 놈들 심부름이나 해줘야해? 아마 나도 도끼눈을 뜨고 익명게시판에 글을 썼을지도 몰라. 저기요! 지금이 무슨 90년대냐고요! 제가 이런 거 하려고 여기 입사한 줄 아세요? 일도 못 하니까 그거라도 하라는 거예요? 아니 누군 날 때부터 회사원이야? 당신 누구야!


"부장님이 썰어서 그런가~ 엄청 다네요. 부장님.”

이왕 먹는 거 고생한 사람 생각해서 즐겁게 먹자. 회사 좀 다녀본 팀장님의 칭찬타임에 눈치 빠른 우리들도 끼어든다. 맞아요! 맛있어요! 그렇다니 다행이라며 흐흐 웃는 부장님. 하지만 남은 2통까지 더 썰었다가는 부장님이 익명 게시판에 글을 쓰실 지도 몰라. 그래서 오늘 고생하신 부장님께 한통을 드리고 나머지 하나는 차를 가져온 직원들끼리 가위바위보로 가져가기로 했다.

“와아 이겼다!”

“와아! 과장님이 이겼다! 아빠가 해냈다!”

아이가 수박을 정말 좋아한다며 기뻐하는 과장님. 그 모습에 우리도 덩달아 뿌듯해했다. 잘 됐다. 그런데 와이프 말고 과장님이 썰어주셔야 하는거 아시죠? 부장님도요! 꺄르르륵. 우려와 달리 즐겁게 끝난 수박파티. 그래도 부디 내년에는 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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