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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말하는 사과의 기술

세련된 사과는 용기 있는 자만이 가능하다

by 오아영 변호사


치과비를 아끼려면 매일 양치를,
병원비를 아끼려면 건강 관리를 해야 하듯,
변호사비를 아끼려면 신속하고 세련된 사과를 해야 한다.


혹자에게는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겠다.
‘사과’라는 것은 감정의 영역이고,
‘변호사’라는 직업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득을 하는 직업으로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나는 오늘도 많은 이들을 마주한다.
처음엔 단순한 감정 다툼이었던 일들이,
타이밍을 놓쳐 버린 한마디가,
어느새 법적 분쟁으로 번져버린 사건을 안고 오는 이들.



그리고 이런 말도 상당히 자주 듣는다.

“그때 그 사람이 그냥 미안하다고만 했어도

여기까진 안 왔어요”


변호사로서 감히 고백하건대,
사과의 '때'와 '방법'을 놓쳐 일을 키운 사람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사과가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역시도 상대에게 할 말이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상대도 잘못이 있는 데 왜 나만 사과해야 하지"

"내가 먼저 사과하긴 억울해."
그러나 그런 복잡한 감정 뒤에 숨다 보면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가장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그렇다면 ‘세련된 사과’란 무엇일까?


1. ‘미안하다’는 말이 들어갔다고 해서 언제나 사과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공감과 존중의 태도다. 상대는 ‘그 말’보다 ‘그 말이 전해지는 방식’을 더 예민하게 기억한다.


2. 설명과 해명은 사과 이후에 나와야 한다.


듣는 사람이 감정을 정리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설명은 의미를 가진다.


3. 사과는 반드시 직접 해야 한다.


타인을 통해 대신 전달하게 하거나, ‘그 사람도 내 마음을 알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는 오히려 관계를 더 멀게 만든다. 진심은 ‘직접성’을 통해서만 전달된다.


4.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어떤 사과는 너무 늦어서, 아무리 진심이 담겨 있어도 닿지 않는다. 때로는 타이밍이 모든 것을 망친다.



사과는 약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사과는 관계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의 용기이자,
관계를 품위 있게 정리할 줄 아는 사람의 기술이다.


요즘 세상에는 말은 많지만,
정작 필요한 말을 제때 전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과 한마디’는 그렇게 귀하고 어렵다.

혹시 지금, 마음 한편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용기 내어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때 미안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일이,
그 한 마디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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