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진, 겨울철 성에 제거하는 신기술 개발
겨울 아침마다 성에 낀 자동차 앞유리를 보며 한숨 쉬는 운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정전식 제빙(EDF, Electrostatic Defrosting)’ 기술은 열이나 화학물질 없이 전기만으로 성에를 제거하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과 환경까지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Small Methods에 게재되며 학계와 산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히터도 긁개도 필요 없는 새로운 방식은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기, 냉장 시스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응용 가능성이 크다.
이 기술의 핵심은 얼음을 녹이는 대신, 얼음의 전기적 성질을 활용해 제거하는 데 있다. 연구진은 얼음 결정 내에 존재하는 불균형한 수소 이온, 즉 ‘이온 결함’이 전하를 띤다는 점에 착안했다.
유리 표면에 설치된 전극에 전압을 가하면, 얼음 내부의 전하들이 반응하며 구조가 흔들리고, 결국 서리층이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는 방식이다.
실제 실험에서는 전극과 전압만으로 얼음이 파괴되며 흩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마치 자석처럼 극성에 따라 밀고 당기는 힘이 작용해, 물리적 접촉 없이도 결빙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 기술의 혁신성을 입증했다.
초기 실험에서는 전압을 높이자 오히려 전하가 누출돼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초소수성 표면(Superhydrophobic Surface)’을 활용한 후 해결의 실마리가 열렸다. 물을 강력히 밀어내는 이 특수 표면은 공기층을 머금어 절연막 역할을 하며 전기 누출을 차단했다.
그 결과, 전압을 높일수록 성에 제거 효율이 향상되며 최대 75%의 서리 제거 성능을 달성했다. 실험을 주도한 연구진은 “전류 손실 없이 전기력이 얼음에 집중되면서 효과가 극대화됐다”고 밝혔다.
후속 연구에서는 제거율을 100%로 끌어올려, 자동차 유리, 항공기 날개, 냉장 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전식 제빙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겨울철 운전자의 고질적인 고민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히터를 오래 틀며 연료를 낭비하거나, 긁개로 유리에 상처를 내거나, 화학 제설제를 뿌려 환경을 해치는 방식 대신, 저전력·무접촉 방식으로 신속한 성에 제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겨울철 성에와 서리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EDF 기술은 에너지 절감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기술이 가까운 시일 내 차량 전면 유리 및 사이드미러, 카메라 센서 등에 적용될 경우, 겨울철 차량 관리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