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1_김경민
어느 순간 책상에는 펜이 사라지고
연필이 대신 자리를 잡았습니다
휘어지는 자尺(책에 따라온)가 느긋이
일광욕(형광등 아래)을 즐기려고
눈치를 살피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주 그놈의 유연한 쓸모(책에 밑줄 그을 때)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얇은 공책에 꽤나 편함을 느낍니다
좌철노트는 무게만큼이나 자리 차지가 심한데
공책은 늘 펼쳐놓아도 그 존재가
양팔을 불편하게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공책에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습작을 놓은 지도 오래입니다
쓸 만한 단어와 주제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들의 무소식에 괴로운 것은 아닙니다
작가란 무릇 매일 한 줄이라도 써야 한다며
젠체했던 나는 종종 나를 잊기도 합니다
하지만 쫓기듯 불안하진 않습니다
표현하자면
현재 내 안에는 굴삭기 한 대가
마치 신경외과 의사처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마 그런 출혈(응고된 아집들이)로
가벼워지거나 ‘나’라는 존재의 ‘변신’을
꾀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안심하십시오
그렇다고 벌레가 되진 않을 겁니다
안부를 궁금해 하는 그대에게
+ 현재 올린 시와 앞으로 올릴 [그대에게] 연작시는 제 주변의 소소의 일상과 관련하여 제가 얻은 작은 깨달음을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