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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자 Aug 02. 2024

그대에게 2

그대에게 2_김경민


근간 자연의 둔함을 느낍니다

바람이 부는 것도 비가 들이치는 것도

뜨거운 태양도 끈끈한 습기도

자연의 농락이 아니라

농간에 혹사당한 사지四肢가

연골이 닳은 노모(노부)같습니다


가끔 동산을 보며 ‘멍’을 때립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미술관 이름은 ‘사계절’입니다

그런데

자연도 때때로 ‘멍’을 때립니다

분명 저를 감상하는 건 아닙니다(이 부분에서 웃으셔도 됩니다)

꼼짝없이 멈춰라 놀이를 합니다

간혹 이런 현상이 자발적인 놀이인지

제어되지 않는 돌발 상황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시골살이의 엉뚱함입니다)

바람 한 점 없습니다

마당에 단풍나무가 그대로 멈췄습니다

비가 세찬 와중에

동산의 밤나무가 그대로 멈췄습니다

이럴 때는 새들도 참견을 멈춥니다

우리는 소리쳐야 합니다

‘땡!’


비형식적인 가출을 선언한 우리는

자연을 잊어가고 잊었습니다

만회의 눈물을 검은 바다가 삼키고

뒤늦은 사죄에는

싱크홀이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귀환과 느림이 언제부터 불효와

낙오자의 표본이 되었을까요?

한 번씩 사이렌에 놀랍니다

더운 여름 혹은 추운 겨울

과로로 쓰러진 노모(자연)는

홀로 비참한 사死의 길로 떠나는 전前날

애정은 비정非情이 될 것입니다

이런 걱정을 그대와 나눌 수 있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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