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우리 동네 맛집탐방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원조기계우동? 수타가 대세인데 한물간 기계우동이 맛집이냐고 벌써부터 입꼬리 올라가는 분들이 계시네요. 맞아요. 한때 기계우동이 대세인적이 있었죠. 반죽만 해서 기계에다 집어넣으면 알아서 면이 하염없이 뽑혀 나오는 그런 시절. 그러다 손으로 직접 면을 뽑는 수타가 유행을 타면서 기계면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거 맞습니다. 근데 어떠하죠? 기계로 면을 뽑았지만 이 집 맛 집입니다. 면발은 탱탱하고 육수는 오묘합니다. 이 맛을 30년 넘게 유지한 집입니다. 수원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특히 택시 기사아저씨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그런 동네 맛집이지요.
제가 다니던 직장은 야근이 잦은데요. 특히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날. 즉 태풍이 불거나 폭우 폭설이 쏟아져 교통이 마비되는 날은 어김없이 야근이었습니다. 언젠가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야근을 하는데 동료가 눈 짓을 합니다. 밤 11시가 조금 넘었는데요. 8차선 대로에 다니는 차는 없고 이미 눈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우린 길을 건너 원조기계우동을 찾아갑니다. 이미 기계우동집 앞에는 7~8대의 택시가 주차되어 있더군요. 그날 처음으로 '오뎅국밥'을 먹었습니다. 오뎅이라고 해봤자 넓적한 오뎅을 쓱쓱 잘라 넣은 것뿐인데요. 국물을 멸치로 냈다는데 와!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기사 아저씨들도 호호 불면서 많이 드시더군요.
전에 오후 4시경에 문을 열어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말 그대로 '심야식당'이었는데요. 새벽 기사 손님들의 애환을 다 들어줍니다. 저도 단골이 된 후 이젠 여기 사장님 숙자 씨와 친구처럼 이 얘기 저 얘기 다하죠. 숙자 씨는 손도 커서 보통 가격에 양을 곱빼기로 줍니다. 요즘은 11시 30분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3시30분까지 영업을 합니다. 청춘을 고스란히 이곳에 바친 숙자 씨도 이젠 나이를 드신 후, 알바를 써서 좀 여유롭게 영업을 하자고 마음을 바꿨다는군요. 이 집도 원재료값 상승의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네요. 5천 원 하던 오뎅국밥이 6천5백 원, 짜장 우동도 모두 500원씩 가격이 올랐더군요. 그래도 맛은 변함이 없는데요. 폭염이 극성을 부리는 요즈음엔 냉콩국수 찾는 손님이 많다네요.
전에 5번 서그네 주인아저씨께 물어본 적이 있어요.
"인계동 원조기계 가락국수 짜장 먹어봤나"
"당근. 먹어봤지"
"이 집 우동이랑 그 집 우동이랑 어때?"
"그 집이 훨씬 맛있어. 연쪼가 있는데"
그러더군요.
서그네 주인의 겸손은 이제 수원사람들이 다 알지만, 표정을 보니 사실인 거처럼 저는 느꼈어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이런 날. 저는 눈 내리는 한 겨울을 떠 올립니다. 뜨거운 오뎅국밥 위에 이 집이 자랑하는 '단무지 무침'을 올려놓고 호호 불며 먹는 내 모습을요. 이 집 오뎅국밥 뜨겁기로 소문이 났거든요. 생각만 해도 더위가 사라지는 듯 합니다.
어제도 오뎅국밥을 먹으러 이곳을 찾았는데요. 날이 너무 더워 겨울에 먹기로 하고 꾹 참았습니다. 대신 우동을 시켰고요. 단무지무침을 한 접시 가득 담아 배불리 먹었답니다. 손님이 저를 포함해 다섯 분이었는데 네 분이 택시기사였다는 거.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아시죠? 택시기사분들이 찾는 식당이 진짜 맛집이라는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