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우리 동네 맛집탐방
올해 수원에서 가장 핫한 음식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보승'이 될 듯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죠. 보승은 원래는 바지락 칼국수 전문인데요. 여름에 계절메뉴로 선보이는 콩국수, 특히 찰흑미콩국수 이게 대박을 쳤습니다. 서울 여의도 콩국수 전문점인 '진주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리뷰들이 잇따라 올라오는 중이네요. 근데 진주집 콩국수가 16000원인데 비해 보승은 일반 콩국수가 9000원 찰흑미 콩국수가 10000원이니 가성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일부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된다는 험한 말(?) 도 나오더군요.밀려드는 손님으로 브레이크 타임을 설정하는가 하면 평일에는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한다는군요.
오래전부터 보승이 단골인 분들은 요즘 잔뜩 뿔이 났죠. 콩국수가 맛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웨이팅 시간이 길어져 웬만해선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니 그럴 수밖에요, 특히 평일 3시에 영업 마감하면서 줄 서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지요. 저도 얼마 전 금요일, 11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홀은 꽉 차있고 대기번호 7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방송을 타거나 유투버가 찾아오면 단골들은 찬 밥 신세가 되는 거죠. 몇 년 전 수원 영통에 괜찮은 곰탕집이 있었는데요. 이 집이 채널a '착한 식당'에 소개되면서 창업 때부터 단골이었던 제가 1년 6개월을 찾지 못한 경험이 있네요.
사람에게도 운명이란 게 있듯 식당도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보승은 한자로 '클 甫 오를 昇'입니다. '높이 오르겠다', 즉 '크게 번성하겠다'는 뜻으로 지은 거 같은데 마침내 대박을 쳤네요. 보승이 개업할 때부터 찰흑미 콩국수가 메뉴에는 포함돼 있었는데요. 칼국수와 일반 콩국수에 비해 1000원이 더 비싸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네요. 그러다 유튜브에 소개되면서 단골손님들이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고요.
술 많이 먹은 다음날 이곳에 와서 바지락 칼국수 먹으면 속이 확 풀렸던 기억이 나네요. 일부 동네 사람들이 여름이 오길 기다린 것도 이 집 콩국수가 그리워서입니다. 언제든지 편한 복장, 즉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가서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 먹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던, 그런 시절도 이제 당분간 어렵겠지요. 그렇게 친절했던 주인 부부도 몰려드는 손님들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보면 살짝 걱정스럽기까지 합니다.
또한 여름 한정상품이던 콩국수가 과연 가을 겨울에도 선을 보일지 그것도 궁금하군요. 어찌 됐건 이 지랄 맞은 더위가 가기 전에 보승에 들러 흑찰미콩국수 한번 드셔보세요. 한가하기 이를 데 없었던 진정한 동네 맛집이 어떻게 복잡한 주류 맛집으로 변하는지 그 과정도 살펴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