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타운과 바닷가 공원 산책 그리고 야경
하드리아누스의 문을 지나 올드타운으로 들어가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치즈 냥이었다. 이미 몇 번을 강조했지만, 10걸음 3고양이 법칙(Rule of 10 steps 3 cats)이 아주 잘 지켜지고 있다. 정오가 지나는 순간부터 오후 2시를 지날 때까지 더위가 절정에 다다르는 것 같다. 머리피부가 빨갛게 보일 정도로 해가 뜨거워서 이 시간만큼은 따끈한 바닥을 좋아하는 고양이들도 그늘 밑에 숨어 지낸다.
거리를 오고가는 것은 대부분 여행자들뿐이고, 현지인들은 어딘가에 앉아 더위를 피하며 따듯한 차이를 한 잔씩 하는 것이 일상같아 보였다.
우리는 뜨거운 시간을 걸으며 하드리아누스의 문을 지나 올드타운으로 들어갔다. 올드타운 거리를 죽 따라 걷다보면 공원이 나오는데, 그 공원은 낭떠러지 같은 절벽의 위에 위치하여 그 위에서 아주 멀리까지 지중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더울 때 숲과 같은 나무 사이에 들어가거나 풀이나 흙으로 되어 있는 곳에 가면 아스팔트나 돌 바닥 보다는 조금 시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올드타운을 관광하고 길을 따라 공원으로 향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다양한 상점들이 나오는데, 튀르키예 스타일의 접시나 컵 등 다양한 물건들이 보여서 관광객의 마음을 흔든다. 나는 항상 이런 물건들을 보면 갖고 싶지만 들고 돌아갈 때의 걱정으로 제대로 한 번도 사온 경험이 없다. 도자기나 유리 같은 거라면 더더욱 그렇다. - 돌아오는 길에 생각났지만 나는 여행을 제대로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근 10년동안 배낭 하나만 가지고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갖고 싶었던 것들을 대신해서 사진을 찍는 편이다.
올드타운은 확실히 올드하다. 건물의 외적인 모습이 전체적으로 옛날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나 실내는 현대식으로 변경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은근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이 올드타운만 벗어나도 현대식 건물이 시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올드타운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것들은 오래되고 큰 건물 틈틈이 정원같은게 있어서 이게 뭐지 하고 보다 보면 그것은 오래된 호텔의 가든같은 것이었다. 올드타운 안에 있는 호텔에는 크고 이쁜 정원을 가진 호텔들이 몇 개 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올드타운을 한참 들어오다 보면 공원의 입구쪽이 위의 사진 처럼 보인다. 이 길을 쭉 따라 가면 공원이 나오고, 그 공원이 생각보다 굉장히 넓어서 우리는 공원의 입구와 조금 더 들어가면 있는 펍(Pub)겸 카페에서 음료와 맥주를 마셨다.
안탈리아 자체에 해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탈리아의 시내쪽 그러니까 관광지와 가까운 쪽에는 해변으로 가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았다. 조금만 벗어나면 있었는데, 시내쪽에서는 말이다.
공원에서 바다쪽을 바라보면 바로 밑에 있는 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물은 전반적으로 엄청 진한 파란색을 띄고 있는데, 얕은 곳에 보이는 물색은 파랗고 투명해서 우리나라의 바다의 색과 또 다르고 제주도의 색과도 또 다른 색이었다.
우리는 공원에 앉아서 해를 피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대낮은 너무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금방 뜨겁게 지쳐버린다. 계속해서 수분을 보충하고 썬크림을 덧바르지 않으면 정말 쉽게 타버린다. 안탈리아 여행을 1일 정도 하고 바로 카쉬로 넘어갔는데, '이 정도면 견딜만하지' 하는 마음으로 썬크림을 대강 바르다가 물놀이를 할 때 얼굴이 정말 너무나도 못나게 타버렸다. 그러므로 썬크림은 잘 발라야 한다.
우리는 공원을 벗어나면서 입구 쪽에 있었던 고양이들을 구경했는데, 자세히 보니 여기에는 고양이들을 위한 아파트도 지어놓고 그 아파트 주변에는 고양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료 포대같은 것들이 쌓여있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길에 사는 고양이들을 위한 사료를 항상 비축해 놓는 것 같다.
우리는 올드타운을 다시 돌아나와 너무 더운 해를 피하기 위해 다시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들어가서 샤워를 한 번 하고 땀을 식힌 다음 해가 조금이라도 졌을 때 저녁을 먹고 저녁 야경을 즐기기 위해 체력을 보충하고자 숙소로 향했다.
올드타운이나 공원 뿐만 아니라 곳곳에 고양이와 개가 있다. 튀르키예에서 가장 특별했던 것은 길에 있는 개가 우리 나라에서는 법으로 금지할 것만 같은 수준의 대형견들이 길에 주인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하지만 특별한 한가지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는데 개의 귀에 모두 칩 같은 것이 부착되어 있다.
시에서 직접 길에 사는 대형견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이 대형견들이 사람을 봐도 전혀 무서워 하거나 기분이 나빠 짖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안탈리아에서 짖는 대형견을 한 번 목격했고, 이스탄불에서 사람을 향해 짖는 일 한 번 보았는데 전자의 경우 차가 들어가면 안되는 트램이 다니는 길로 들어갔을 때 차를 향해 마구 짖어댄 적이 있었고 후자의 경우 사람이 다니는 인도로 오토바이가 위협적으로 쌩하고 지나가니까 개가 오토바이를 탄 사람에게 마구 짖은 적이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개똑똑하네'라는 생각을 했다. 개들이 사람과 살아가는 방식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고, 그냥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행가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대형견이 무서운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튀르키예의 대형견들은 대부분 비만에 느릿느릿 움직임도 적고 누워있을 땐 누가 밟지만 않으면 가만히 있으니 겁먹지 말고 지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야경과 노을을 구경하기 위해 숙소 근처에 있는 공원을 찾았는데, 이미 많은 현지인들이 공원에서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튀르키예 사람들도 중국인들처럼 해바라기씨를 엄청나게 까먹는데, 공원 바닥은 때때로 버려진 해바라기씨와 담배꽁초로 지저분해져 있는 곳도 많았다. 튀르키예 사람들도 야외에서는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없이 담배를 피워대서 옆에 흡연자가 있다면 매우 힘들다.
안탈리아는 남쪽이기 대문에 내가 서 있는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해가 지고 왼쪽에서 달이 떠오른다. 해가 지는 방향으로는 높은 산들이 멋지게 노을을 품고 있고, 달이 떠오르는 쪽으로는 은은한 달빛이 바다에 비치면서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올드타운에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면 그 풍경이 바다에 비쳐서 그 모습이 또 아름답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고, 가끔은 울그락불그락 해보이는 유럽 사람들도 와서 조금 무서울 수 있지만 튀르키예는 나름대로 치안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공원에 약 8시 넘어부터 앉아 있었는데 때때로 순찰하는 경찰이 (POLIS 라고 써 있는 유니폼을 입은 경찰) 구석구석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다니며, 번화한 곳에는 경찰차를 배치하고 경찰이 한 두명씩 서서 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같았다.
재밌는 이야기로 카쉬에서 만났던 튀르키예인인 오키에게 나는 왜 튀르키예에는 개와 고양이가 이렇게 많고, 튀르키예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냐 라고 물어보았다.
오키는 "고대부터 집에서 쥐를 잡거나 배에 있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키웠는데, 알잖아 고양이 커플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하면 1년이면 수도없이 늘어난다는 것을"이라고 대답했고 나는 "그럼 개는?" 이라고 물었더니 오키는 "그냥 사람들이 좋아해서 열심히 돌봐줘"
'아아 그냥이구나. 개나 고양이를 그냥 좋아하는 건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혼자 생각하다가 "그래도 개 귀에 칩도 달아놓고 정부에서 열심히 관리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니
오키는 "정부는 아무것도 관리하지 않아" 라고 답하고는 친구들과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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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venment manage no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