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를 혼내지 않겠습니다

왜 우리는 남에겐 관대하면서, 나에겐 엄격할까

by 이솔

오픈 시간 막 지나, 첫 손님이 주문한 라테를 쥔 채 멈칫했다.

잔이 손에서 미끄러졌고, 하얀 거품이 바닥으로 흘렀다.

그분은 얼굴이 달아오른 채 사과를 반복했다.

이 작은 사건이 그분의 하루를 무겁게 만들까 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 말을 건네고 나니 마음이 찌릿했다.
남에게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괜찮다’를 선물하면서, 왜 나는 나에게 그 말을 건네지 못했을까.

나는 남의 실수엔 가볍게 웃으며 넘기면서도,
내 실수엔 금세 화를 냈다.
“다음엔 더 잘하면 되지”를 남에게는 쉽게 말하면서,
나에게는 “왜 그 정도도 못 해?”를 되풀이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습관이, 마음의 에너지를 가장 빠르게 소모했다.


그래서 내게도 같은 친절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실수한 날엔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하고 그냥 넘긴다.
느렸던 날엔 “처음이면 느릴 수 있지”라고 시간을 준다.
자책이 올라오면 질문을 바꾼다. “왜 그랬어?” 대신 “뭘 배웠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


그때서야 마음 한 켠에 여유가 생겼다.
문제를 부풀리던 버릇이 줄었다.
예전 같으면 ‘아, 왜 그랬지?’로 시작했을 말을,
이제는 ‘다음엔 이렇게 해보자’로 마무리한다.
질문이 바뀌니 하루가 달라졌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관대함은 게으름이 아니다.
긴장이 풀리고, 다시 해볼 마음이 열린다.
그게 끝까지 가게 하는 힘이다.


가끔은 스스로가 답답해 보일 때가 있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순간들.

그럴 땐 이렇게 정리한다.
지금 가능한 만큼만 하자.
어제보다 반 걸음만 내딛자.
멈추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완벽하게 달리는 것만이 좋은 삶은 아니다.
넘어져도 괜찮고, 쉬어가도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걸어가는 것,
나는 그렇게 부드럽게 나아가보려 한다.


혹시 오늘 마음이 복잡하다면, 이 한 문장을 기억하자.
“정말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자.”

남에게 하던 말을 오늘은 나에게 먼저 건네 보자.
대부분의 일은 생각보다 덜 심각하고,
우리의 하루는 생각보다 빨리 회복된다.




이솔, 마음을 정리하는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