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주차 자리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는데 깜빡이가 켜져 있는 차를 발견한다.
"오~ 저분도 이제 막 주차하셨구나~"
마침 그 옆에 빈 자리가 있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깜빡이가 계속 켜져 있는 옆 차가 매우 신경쓰인다.
안에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사람이 없고 지금은 밤 11시이다.
'잠깐 어디 가셨나?'
'밤새 깜빡이 켜놓으면 방전될텐데'
'경비 아저씨가 순찰 도시다가 발견하면 차주한테 연락하지 않을까?'
앞유리를 확인해 보는데 핸드폰 번호도 적혀 있지 않다.
동호수를 확인해 보니 어라? 우리 앞집이다.
짐도 꽤 무겁고, 11시면 그리 늦은 밤도 아니고, 인사도 몇 번 한 사이니까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단 집으로 향한다.
집에 와서 거실에 있는 아빠한테 말하니, 아빠가 앞집에 얘기하겠다고 한다.
뭐, 나도 바로 옆에 서있었긴 했지만...
"안녕하세요~ 앞집입니다."
"누구시죠?"
"앞집인데~ 주차장에 깜빡이가 켜져있어요~"
문이 닫힌 채로 얘기를 이어간다. 당연히 잘 들리지 않는다.
"네!?"
아빠는 복도가 울릴 정도로 다시 한 번 얘기한다.
"방금 제 딸이 주차하고 들어왔는데 차에 깜빡이가 켜져 있어요. 동호수를 확인했더니 앞집이라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
"아, 네 알겠어요~"
문은 굳게 닫혀있다.
나는 차 번호가 맞나 확인하려 입을 떼었는데,
아빠는 미간을 찌푸리며 "됐어"라고 손짓하고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쾅.
"왜~ 만약 앞집 차 아니면 괜한 발걸음 하시는거니까 확인하려고 했던 건데."
"아니, 자기네 차 방전될까 봐 말해주는건데, 문도 안열고 고맙다고도 안하냐? 됐어!"
아빠는 꽤나 짜증난 얼굴을 하고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엘레베이터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는 이웃 주민들,
내 앞집, 윗집,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도 모르는 우리.
언제부터였을까, 이웃과는 안부조차 묻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낯선 사람과는 인사조차 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오지랖보다 무관심이 낫다고 말하게 된 것이.
소망한다.
놀이터에서 만나면 바로 친구가 되고,
버스정류장이나 슈퍼에서 잡담을 하고,
점심시간이나 회의시간에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관심을 가지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그냥... 이렇게 되어버린 우리가 나는 너무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