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나 Aug 26. 2024

내가 시골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이유

나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었다. 평범은 아니지 사실 취업시장에서는 조금은 경쟁력 있는 사람이었다. 비즈니스 영어를 할 수 있고 IT 산업 쪽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한 덕분에 연봉도 또래 평균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올해 초 퇴사를 결심한 이후부터 내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시점 즈음 신년계획이랍시고 책을 읽으며 내 가치관,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다시 시작했다. 아니? 사실 생애 처음으로 그런 진지한 어른스러운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다.

30대에 들어선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걸 책에서 찾으려 했다. 책에서는 나만의 기준, 나만의 철학을 정해서 살아가라 하는데 그게 대체 뭔지 답은 적혀있지 않았다. 책을 읽을수록 물음표만 쌓여갔다.


그러다 환승이직을 했는데 내 기대와는 정말 달라서 3일 만에 퇴사했다. 사실 난 내 인생에서 일이 잘 안 풀린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뭔가 내 맘처럼 되는 것이 없었고 책에서 낸 숙제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근데 이렇게 되었으니 이참에 퇴사도 했겠다 좀 쉬고 여행이나 다녀오라는 하늘의 계시 같았다.


그렇게 난 맘 놓고 몰타로 떠나기로 했다. 사실 ‘맘 놓고’도 아니었다. 어학연수란 핑계가 있으니. 그때까지만 해도 다녀온 뒤 다시 재취업을 하려고 했기에, 그리고 그게 너무나 당연해서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직무 관련 자격증을 하나 취득하고 출국 준비를 마쳤다.


책에 미친 사람처럼 2~3일에 한 권을 끝내버린 적도 있었다. 그때 빠진 주제가 자기 계발, 뇌과학 관련 책이었는데 내 가치관을 변화시킬 만큼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 자기실현이라는 욕망을 달성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황농문의 '몰입', 김주환의 '회복탄력성', 그리고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 이 책들이 나의 가치관을 흔들어 놓았고 책을 읽을수록, 독서 노트를 적어 내려 갈수록, 나는 더 단단해져 갔다.


마음속에 늘 품고 있던 꿈이 있었다.

내가 찍은 사진들로 엽서나 포스터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도전해 본 적은 없었다.

퇴근 후, 주말에 짬이 날 때마다 사진 작업에 대해 더 알아보고, 강의를 들으며 브랜드 정체성과 분위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것이 바로 쇼펜하우어가 말하던 자기실현의 과정인가?


긴 휴식을 위해 유럽 한달살이를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우리의 삶에 대해 대화하고, 혼자 사색할 시간을 가졌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재취업을 해서 나에게 다가올 ‘집, 회사, 운동,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삶이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당장 몇 개월간 수입이 없을 것이라는 현실, 그리고 만약 이 선택이 실패했을 때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특히 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주는 압박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일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욕구가 더 강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탐험과 도전은 나를 강하게 만들며, 나는 언제나 미래에 최선을 기대하며 내 삶의 소중함을 깊이 느낀다.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 사색에 잠겼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시골에 있으니 도시에서와는 달리 누구와도 내 삶을 비교할 필요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할 필요도 없었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이 좋았다.

그래서 나만의 생활 기준을 다시 다잡고, 시골에서 느리지만 천천히 옳은 방향으로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기로 결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