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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Oct 06. 2024

아주 멀지는 않은 사이

1001


 나도 너랑 헤어지게 될까. 왜? 아무 소용없는 질문인걸 알지만, 어째서 헤어져야 하지? 힘들어서 산산이 부서질 만큼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걸까. 눈 감고 귀 막고 너랑만 있으면. 성장하지 못해도 돼. 나약해져도 돼. 바보 같아도 돼.

 우린 결국 각자의 울음을 터뜨리고 그렇게 떠나야 하는건가. 서로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껄끄러워하면서, 각자 좋아했던 노래가 나오면 도망치면서. 이게 대체 뭔데. 그때 어렸지, 하고 우리를 과소평가하는게 성숙이야? 그럼 난 어른 같은거 안 될래. 영원히 어리게 너랑 둘이서만 철들지 않을래.

 식당에서, 서점에 놓인 펜 색깔에서, 바람의 결에서, 보지도 않은 영화 포스터에서 네가 떠오르겠지. 그리고 순식간에 나를 휩쓸겠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잊어줘야 해? 고지식한 거, 고고한 척 하는 거 내겐 사랑이 아니야. 내게 사랑은 마음의 속삭임일 뿐인데.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건가 내가?

 하지만 이 모든 건 아주, 아주 먼 얘기. 지금 나에게 인사도, 눈맞춤도 해주지 않는 넌 모를 얘기.



넌 영영 모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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