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현재 속에서 영위하려면
필자는 생각이 많다. 소위 ‘잡념’이라 치부할 수 있을 만큼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그 생각은 더 큰 생각을 초래한다.
유독 골머리를 앓게 한 내 성격적 특성이라 때로는 원망하기도 하였고, ‘나는 왜 그럴까’ 하는 자기성찰을 빙자한 자기비판적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쉽사리 고뇌에 잠기고는 하였는데, 여유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러한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고는 한다. 생각과 걱정은 노상 ‘늪’과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는다. 행할수록 무언가 거스를 수 없는 원천적 힘에 의해 함몰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요즘에는 진부하면서 근원적인 주제인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생각이 많은 사람치고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왜 태어나서 살고 있는가?’ 하는 흔하고 철학적인 물음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그저 태어났기에 살고 있다고 자답하는 것으로 그쳤다. 필자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벗어나 사뭇 다른 시각에서 인생을 조망하려 한다.
인생은 ‘현재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미래와 과거는 한낱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감히 피력해본다. 과거에도 그때 살고 있던 ‘현재’의 한 조각들 중 하나였고, 미래 역시 그저 다가올 ‘현재’에 불과하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현재의 연속’을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살아가다 보면 흔히 과거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을 토로하게 되며,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으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과거에 집착해봤자 인간에게 타임머신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는 한 과거에 대한 무조건적인 후회는 ‘무의미’에 가깝다고 본다. 심지어 인간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갉아먹는 소모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통제하지 못 할 때 불안감이 크게 엄습하기 마련이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매몰되어, 자신의 가장 젊고 소중한 하루를 낭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흔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작 해결해야 할 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어느 순간 해결을 촉구하는 당위적 사고만이 지속되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편안함을 천성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현재에 안주하려는 관성이 작용하여 결합된 결과이다. 그러나 미래를 허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이 같은 태도는 시간을 ‘버리는’ 행위와 다름없으며, 자신이 생각한 당위적이고 도덕적인 행동들을 무의미한 허상의 감옥 속에 가두는 자해적 행위에 불과하다.
물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과거를 반성하며, 이를 토대로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자기발전적인 삶에 대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자기발전적 동기로 간주하는 행위에 그쳐야 하며 현재에 놓여져 있는 일들에 묵묵히 집중하며 ‘현재의 연속’에 치열하게 매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