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3
영종도의 바다가 보이는 수영장에서 H와 함께 머물고 있다. 바람이 제법 선선해서 따스한 수영장의 물이 더 포근하게 느껴진다. 해가 거의 다 저물어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저공비행하는 비행기들의 불빛이 바닷파도에 진하게 묻어난다. H는 여느 때와 같이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본다. 긴 감상의 끝에 H가 말을 건넨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어떤 마음인데~?"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는 뿌듯함,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안도감,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막막함이 공존해."
나는 선선하고 시원한 날씨가 좋고 바닷바람이 상쾌하다는 생각, 그리고 H와 함께 이 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반면에 H는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보면서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감정들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면을 보면 H는 참 세심하고 다정하며 사려 깊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그렇지만 H의 특유의 감수성엔 매번 감탄하곤 한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H의 감수성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
"나는 감수성의 씨앗을 항상 지니고 있어. 그래서 현실이 아무리 지쳐도 주변에 흙만 있으면 다시 감수성을 피워낼 수 있어. 오빠는 나의 흙이야."
흙… 심장을 한 대 얻어맞은 듯 한 감동을 받는다. 소중하고 반짝이는 마음씨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표현력까지 지닌 사람을 내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전생에 나라를 구한 모양이다.
아무렴, 나는 H에게 정말 잘해야 한다. 그렇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