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꼴통 : 직장 상사
직장 다니기 싫은 상황 중에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좀 더 산뜻하고, 차별되고, 위에서 좋아할 만한 것 없나?”라고 얘기하는 상사를 보는 일이다.
며칠 동안 동료들끼리 고민하고 다듬어 만든 것을 채 5분도 듣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보고서 내용을 보니 쉽게 이해되지 않아. 내가 눈 감고 들을 것이니 한 번 설명해 보지.”라고 말하는 상사도 있다.
상사는 아이디어 하나도 내놓지 않고서 부하직원들만 탓한다.
본인의 대들보는 보이지 않고, 직원의 티끌만 보닌 치졸한 상사들이 많다.
빨리 다른 부서로 본인이 가거나, 상사가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상사다.
부하직원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 때, “재미있다.”라고 말하지 않는 상사가 있다.
물론 정말 재미없는 아이디어도 있겠지만 모든 아이디어가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업무 경험이 많은 상사가 부하직원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은 잘할 수 있다.
따라서 부하직원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말했을 때, “이거 재미있네. 그런데 여기에는 이러이러한 허점이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다.
부하직원이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습니까?”라고 말한다.
상사는 ‘아하, 이거 재미있네. 그런데 이 부분은 좀 힘들겠는데.’라고 생각한다.
그때 “야, 재미있는데.”라는 말을 해주지 않는 상사가 많이 있다.
재미있다는 말은 생략한 채 “그런 이럴 때는 어떻게 할 거야?” 등과 같이 지적질만 한다.
머릿속에 생각했던 “재미있다.”라고 하는 말을 먼저 꺼내는 것이 중요하다.
부하직원은 상사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싶어 한다.
또한 상사에게 “재미있다.”라는 말을 들음으로써 일을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게 된다.
나중에 어떤 꾸중을 듣더라도 맨 처음 들었던 “야, 재미있는데.”라는 말로써 모든 것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부하직원에 대한 언행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상사가 열 번의 말을 했을 때, 아홉 번을 엄하게 말하더라도 나머지 한 번의 친절한 말에 부하직원은 위로를 받게 된다.
그중 하나가 “재미있다.”인 것이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부하직원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어 놓는다.
부하직원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그대로 채택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는 엄연한 역량의 차이가 존재한다.
부하직원의 아이디어는 상사에게 확인받고 수정을 거쳐야 한다.
여러 번의 확인과 수정을 거치고 나서 최종적으로 부하직원의 기획이 새롭게 탈바꿈된다.
그래도 부하직원은 자신이 처음에 들었던 “재미있다.”라는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부하직원은 상사에게서 “재미있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 회사나 집에서 새로운 기획을 생각해 내려고 하는 의욕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상사의 “재미있다.”라고 하는 말 한마디가 큰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부하직원은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다가가기 꺼리는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재미있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 계속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그러나 힘들게 내놓은 아이디어를 보자마자 처음부터 “그런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라고 묻는다면 그다음부터 부하직원은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기 꺼린다.
“아이디어를 더 내봐.”라고 상사가 아무리 말해도 부하직원이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이런 상사에게는 아이디어를 말하기 싫어.”라고 생각해 버린다.
인간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흥미를 갖는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내놓고 싶은 것이다.
아이디어의 허점만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부하직원은 절대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다.
상사는 “내 부하직원들은 아이디어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아.”라는 틀린 생각을 갖고 있다.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 아니고 자기한테 보여주지 않을 뿐이다.
상사에게 있어 이것은 큰 손실이다.
부하직원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방법은 “재미있다.”라고 하는 말 한마디이다.
그렇게 한다면 “아이디어를 생각해라.”라고 말하지 않아도 부하직원들은 저절로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
“재미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개그맨의 세계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무대에 서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 경험을 했다면 그때부터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쉽게 그만둘 수 없다.
관객을 웃긴다는 것은 엄청난 쾌감이다.
이것은 개그맨의 세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도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재미있는 생각이야.”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 사람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쾌감에 빠져 버릴 것이다.
반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보고 “이러한 허점을 너는 생각하지 못했구나.”라고 한다면 아이디어 제공자는 어떤 기분이 들까?
결점을 지적당할수록 부하직원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이 불쾌한 행위라고 여길 것이다.
(Dall-E 이용, Prompt: 40대 여성과 30대 여성이 의자에 앉아 서로 마주보고 있다. 40대 여성이 웃으면서 얘기를 하고, 30대 여성은 활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