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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gsungg labnote Aug 12. 2024

연구실 선택하기 (2)

새로운 연구실의 새로운 교수님

(22년 4월에 작성했던 글을 기반으로 합니다.)


임용된지 1년 이내의 교수님. 그러니까 신임 교수님을 윈했다. 신임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교수님 밖에 없다. 실험 기구도 없고. 연구 주제도 없고. 사수도 없고. 교수님만 있다.


실험을 해야하는데 실험 기구가 없다. 하나하나씩 기구를 들여오는 실험실 세팅을 해야 한다. 가격이랑 성능 하나하나씩 따져보고. 어떤 기계를 구매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굉장히 귀찮고 시간 소모되는 일이다. 이런 게 싫으면 신임 교수님 랩에 들어오면 안 된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나중에 연구팀이라던가 회사라던가 아무튼 뭐던간에 내가 새로 만들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랩 셋업한 경험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새 연구실는 새 기계를 구매한다. 가장 좋은 컨디션의 최신 기계를 내가 제일 먼저 사용할 수 있다. 새 기계는 실험 데이터가 깨끗하게 나온다. 그리고 기계는 새로 들어올 때마다 담당자 분이 직접 사용법을 설명해준다. 사수가 실험할 때 익숙한 방법을 설명해주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새 거 짱짱


내가 입학했을 때는 연구 주제가 없었다. 그니까 이미 사수가 이미 갈피를 잡아놓은 연구 주제가 없었다. 교수님이 새로운 연구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놓고. 사람이 없어서 그 청사진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타이밍에 내가 입학했다. 이거이거 구매해서 저거저거 단백질 추출해서 그거그거 실험하면 됩니다. 라고 교수님이 나한테 오더했다. 이거 저거 그거는 뭘 해야하는지 알겠는데. 왜 해야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그래서 교수님에게 가서 "이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납득하고 공부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전까지는 실험 못 하겠습니다." 라고 선언했다.


교수님한테 도대체 이 연구를 왜 하는지 굉장히 많이 물어봤다. 답변을 해주시기는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 그렇네! 라는 교수님과의 의견 합치가 되지 않아서 계속 찜찜했다. 결국 나 스스로 연구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옛날 논문에서 현재 논문까지 정독했다. 사람들은 어디까지 아는지. 앞으로 뭘 알고 싶은지. 어떤 점은 생각도 못하고 있는지. 처음에는 아무런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지만 혼자 공부하면서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나는 초반의 경험을 통해 대학원생으로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 안 되면 교수님이 임용되기 전에 연구하던 주제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도 있다. 교수님이 잘 아는 주제니까 논문도 빠딱빠딱 나올 수 있다. 근데 이런 건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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