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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gsungg labnote Aug 11. 2024

연구실 선택하기 (1)

작은 스코프의 연구실에 가고 싶었다.

(22년 4월에 작성한 글을 기반으로 합니다.)


분자~세포 수준을 다루는 연구실에 가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뇌과학이나 동물행동을 다루는 연구실에는 가고싶지 않았다. high order 보다는 low order 연구를 하고 싶었다.


연구 분야는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발생생물학. 줄기세포. 신약개발 등등 아무 분야나 다 괜찮았다. 특정 분야에 대한 너무나도 큰 호기심으로, 그 분야를과학적으로 파헤치고 싶어서 대학원에 입하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새로운 지식을 얻고 싶었기 때문에 생명과학 내에서 어떤 분야를 전공하는지는 큰 상관이 없었다.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 때 가장 좋아하던 생물학 분야는 뇌과학이었다.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는지. 착시는 왜 일어나는지. 시각 정보가 처리되는 메커니즘에 대해 너무너무 궁금했고 재밌었다. 그래서 시각을 비롯한 전반적인 뇌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실에서 인턴을 했다. 저널 미팅에서 다루는 논문은 어려웠지만 재밌었고. 실험 데이터도 의미있게 나오고. 내가 다루던 쥐도 귀여웠다.


그래서 뇌과학으로 대학원에 가기 싫었다. 끔찍이도 좋아하던 분야를 직업으로 삼으면 극혐할 것 같았다. 가끔씩 뇌과학 뉴스나 책, 논문을 읽는 건 하고 싶은데. 하루 종일 왜 실험이 안 되지? 하면서 머리 싸매고 있기가 싫었다. 내 방 한 쪽에는 뇌과학 관련 책이 있지만. 최신 논문을 매일 매일 일 때문에 읽는다? 어우. 토나온다. 취미는 취미대로 하고, 일은 일대로 하는 게 좋다.


그리고 뇌과학 분야를 전공하게 되면 나의 진로 폭을 줄인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도 연구를 계속 할 생각은 없다. 그니까 내 스스로의 연구 분야를 찾아서 연구비를 따는 독립연구자가 될 계획이 없다. 그런데 이 분야를 전공하면 앞으로의 진로를 독립연구자로만 제한할 것 같았다. 마우스 행동을 주로 다루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행동 연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낮은 수준의 학문을 공부할수록 적용할 수 있는 주제의 폭이 넓어진다. 세포를 키우고. 단백질 다루는 낮은 수준의 생물학을 전공하면 기초과학은 당연하고. 제약, 검진, 식품 등등 나아갈 분야가 더 넓다고 생각했다. 단백질은 어느 생명현상에나 있으니까 어느 연구 주제든 단백질 실험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단백질은 생물학의 어느 분야던지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다. 세포생물학, 조직학, 면역학, 뇌과학까지 모든 생명현상은 단백질-DNA, 또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백질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단백질 상호작용은 너무 기초적이고 원자 수준의 생물학 분야라서 화학이나 물리학도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공부하는 화학과 물리학이 졸업 후의 진로를 생명과학 이외의 분야까지도 더 확장시켜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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