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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gsungg labnote Aug 15. 2024

랩미팅부터 잘 준비해보자.

과학자의 말하기. (1)

(22년 5월에 작성한 글을 기반으로 합니다.)


과학자는 논문과 발표로 소통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발표 즐겁다. 가장 자주할 수 있는 발표는 랩미팅이기 때문에 나는 랩미팅에서의 발표가 즐겁다.


랩미팅은 연구실 구성원들이 연구에 대해서 발표하고 토의하는 자리다. 한 명의 발표자가 특정 주제에 대해서 발표하며 토의를 이끌고. 다른 사람들은 앉아서 발표를 들으며 토의에 참여한다. 랩미팅은 두 타임으로 구성된다. 한 가지는 우리 연구실이 관심있는 논문에 대해 토의하는 저널 미팅이다. 다른 한 가지는 연구실에서 자기가 진하고 있는 연구 결과에 대해 발표하는 데이터 미팅이다. 그러니까 저널 미팅은 남의 논문에 대해 얘기하고. 데이터 미팅은 내 논문에 대해 얘기한다.


나는 저널 미팅에서 익숙하지 않은 논문을 주로 발표하려고 한다. 연구실에서 공부하다보면 연구분야가 비슷서 논문에서 자주 만나는, 익숙한 연구진들이 있다. 저널 미팅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주 만나는 연구진들의 논문을 자주 다루게 된다. 하지만 내가 저널 미팅의 발표자가 되면 그런 연구진들의 논문은 저널 미팅으로 다루지 않는다. 어차피 그 연구진들의 논문은 저널 미팅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읽게 된다. 저널 미팅의 논문은 강제로 읽어야 하니까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새로운 시야, 새로운 접근법, 새로운 모델에 대해서 같이 공유하고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다.


데이터 미팅에서도 최대한 새로운 결과를 보여줘야 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나의 데이터 미팅이 돌아오기 전까지 빡세게 실험한다. ㅎㅎ 빡세게 실험해서 데이터가 나오면 좋은데. 실험이 조지면 왜 조졌는지. 실험을 못했으면 시뮬레이션이라도 가동해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랩미팅 시간에 저번과 똑같은 데이터가 나오면 뭐랄까... 똑같은 내용을 또 듣고 있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내 연구에 대해서 새롭게 얘기할만한 소재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매번 새로운 주제를 준비하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저널 미팅 때는 새로운 접근법이라 공부를 새로 해야해서 어렵다. 원래 우리 연구실에서 하던 열역학 논문으로 발표하면 공부 새로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논문을 발표하면, 새로운 실험 프로토콜과 해석방법도 공부해야 하고. 논문에서 제시하는 수식과 알고리즘도 공부해야 한다. 당장 내 연구에는 접목할 수도 없는 내용들을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원래 나와 관련없고, 쓸데없고, 흥미로운 공부가 즐거운 법이니까, 즐겁게 (그리고 고통과 함께) 저널 미팅을 준비한다.


데이터 미팅때는 나도 아직 분석한지 얼마 되지 않은 데이터라서 어렵다. 한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서 단백질이 한 번에 활성화를 하거나. 두 번 억제해서 활성화가 되거나. 단백질의 분해를 막는다거나 같은 여러가지 모델을 다 테스트해보고 그 중에 가장 괜찮은 모델을 랩미팅에서 제시한다. 가장 괜찮은지 여부는 단백질의 특징을 다시 조목조목 살펴보거나. 이런저런 문헌들을 공부해서 확인한다. 


이 글을 작성했던 2년 전에는 이런 새로운 논문들을 위주로 발표하고, 공부를 했다.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우리 연구실에 연관되고 밀접한 논문을 발표하고, 우리 연구실의 특징을 살려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지식의 확장만큼이나, 지식의 깊이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우선은 내 논문을 준비하면서, 연구비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우리 연구실의 특장점을 구석구석 공부해 볼 일이 많았다. 또한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내가 이 연구실의 A ~ Z를 마스터해야 박사가 될 수 있다고 체감했다. 그리고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 분야의 확실한 전문가가 되어야 박사로서 부끄럽지 않고, 과학으로 먹고살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재미있는 공부는 쓸데없고, 호기심으로만 가득찬 공부이지만, 졸업과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더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이러나 저러나 공부를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랩미팅 발표하기 전날에는 밤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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