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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gsungg labnote Aug 11. 2024

나는 왜 대학원에 왔는가? (3)

공부는 최고야 늘 새로워 짜릿해.

(22년 4월에 작성했던 글을 기반으로 합니다.)


수업 듣고, 남의 논문을 읽는데 돈을 준다? (적기는 하지만 아무튼 급여를 받기는 한다.) 대학원생은 공부를 (많이) 하는 게 직업이라니. 변태같겠지만 나는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게 즐겁다.


왜 공부가 재미있냐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 그냥 그런 게 즐거운걸... 어려운 퍼즐을 푸는 성취감. 무릎을 탁 치며 오! 하는 깨달음.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내지하는 감탄. 중학교 때 산술평균 기하평균 조화평균의 의미를 사다리꼴에서 표현하는 방식을 배웠을 때 머리가 상쾌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이런 느낌에 공감이 안 된다면 그냥 세상은 넓고 이런 미친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부생 때도 공부하는 건 재밌었다. 공부를 해서 학점을 잘 맞으면 좋긴한데. 그냥 새로운 지식 자체가 재밌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 공부도 힘들기는 했지만, 죽기살기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생명현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외우는 게 재미있어서 적당한 컨디션으로 공부했다. 그래서 높은 점수를 받는 공부는 아직도 잘 못한다. A+ 많이 주는 교수보다 강의력 좋은 교수의 수업을 좋아했다. 수업에 흥미를 붙이게 하고 재밌게 배울 수 있는 지가 나한테는 중요했다.


내가 종합대학에 진학한 이유는 여러 분야의 강의를 제공하기 때문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많이 수강했다. 어차피 전공 수업은 대학원 갈 거 아니면 사회 나가서 다 쓸 데 없다. 그럴 바에야 이런 저런 잡지식이나 교양지식을 얻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공 수업은 별로 안 들었다. 대학원 진학할 생각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대학원에서 배울텐데 학부생 때 굳이 미리 전공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남의 학과 개론 수업 들을 때마다 짜릿하고 재미있었다.


전공도 겹치는 파트를 공부하기 너무 싫었다.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생화학. 여기서 모두 DNA - RNA - Protein 으로 이어지는 중심원리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배운다. 아니 근데 똑같은 걸 또 들을 생각을 하니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전공필수인 세포생물학만 수강했다. 남은 전공 과목들은 제약 프로세스에 대해 배우는 강의처럼, 아예 다른 결의 강의들을 수강했다. 


"와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대학원에 있다고?!"하면서 대학원에 왔다. 여러 분야 논문을 읽으면 전공 분야에 접목할 수도 있으니까 좋다. 게다가 전공 분야 논문은 매주 매달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다. 세미나를 들으면 저자 직강 수업을 듣는 기분이라 재밌다. 대학원생은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게 일이라서 좋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대학원생은 본인도 새로운 지식을 발견해야 한다. 제일 재밌는 연구는 남의 연구. 남이 고생해서 분석한 데이터. 남이 머리 쥐어짜내서 고안한 메커니즘. 이런 것만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남의 지식을 계속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나의 새로운 지식도 발견해야 한다. 내 연구는 내가 지식을 찾아야 해서 너무 힘들다. 나는 남이 찾은 지식만 즐기고 싶다. 지식 발견의 즐거움으로 얻는 기쁨보다 지식 발견을 위한 체력과 사고력이 너무 많이 소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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