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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뇽 Oct 10. 2024

사랑을 찾는 과정에 대하여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고 감상문 - 재희 (스포 있음)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를 보면 비슷한 작품들이 많이 떠오를 만큼 아주 '독보적'인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도 거슬림이나 늘어짐없이 보기 편하고 보고 나면 맥주 한 캔이 떠오르는 영화라고 느껴졌다.


재희(흥수 누나)는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두며, 사랑이 충만하고, 또 이 사랑을 누구에게 주고 싶고 받고 싶은 독특한 캐릭터이다.

대학교 1학년부터 하교 후 매일 이태원 클럽을 다니며, 여러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것을 인생의 큰 낙으로 삼고, 그것이 안좋은 소문이 되어 교내를 떠돌아 다닐 때 그게 왜? 하며 So cool한 모습을 보인다.

카톡방을 중심으로 헛소문이 떠돌아다닐 때 교실 앞에 나가 윗옷을 올리며 "그거 나 아니거든?"이라고 당차게 외치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그녀가 이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며 상처를 받았던 첫 순간은 어떤 한 남자에게 버림받은 순간이었다.

매일 보고 싶고 비밀 연애도 불사하고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 진심으로 사랑했던 선배가 사실은 비밀 연애가 아닌 바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모욕을 당했던 순간이었다.

"너 맨날 남자들 바꾸고 다니는데, 누가 너랑 진심으로 연애하겠냐?" 하고 막걸리를 주르르륵...


여담이지만, 나는 모든 감정에 대해 '진심인 척'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당황시키기도 하고, 솔직한 모습을 예의가 없다 혹은 과감하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타인이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또 다음부터는 안 그럴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진심을 드러내고 싶으면서도 반쯤은 숨기고 싶어 한다.

극중 재희처럼 진심으로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이 들었을 때, 한없이 순수하게 돌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중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는 본능적으로 밀당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 바람둥이 선배도 어느 정도는 재희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 혹은 놓을 수 없는 진심의 애정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다만 빠져나갈 구멍, 즉 비밀연애라는 장치를 숨겨놓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들켜버렸을 때, "사실 난 진심이란 거는 하나도 없었어. 너 혼자 나를 꼬신거야"라며 짐짓 화를 내게 되며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선배에게 상처를 받고 비틀거리던 재희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남자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되고, 현실에 집중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취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사회적으로 성공한 변호사 남자친구를 만나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한번씩 남자친구는 재희를 거슬리게 했다. 지나치게 '집착'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살아온 가치관에 대해 간섭을 하는 것에서부터, 재희의 개성을 이루던 옷차림에 대해 바꾸도록 하는 사소한 것까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내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뒷 공작들과 군기문화, 수근수근과 끼리끼리.

답답해진 재희는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갑자기 화를 낸다던가하는 행동은 마치 학교 교실 앞에서 갑자기 윗도리를 올리던 모습과 비슷했다.


결국 흥수와의 동거를 들키게 되고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아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며,

집착의 고리를 끊어낸 재희는, 조금씩 우아하게(?) 회사 윗사람에게 반항하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만난 이상이님과 새로운 사랑을 꽃피우게 된다. 함께라면 '진심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 과정을 '삶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하고 싶다. 항상 삶의 지향점을 따질 때 정반합을 생각해야 한다. 날 것 그대로 반항하는 '정'과 다름에 순응하고 맞춰가는 '반'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진정한 본인을 잃지 않고 가운데를 찾아가는 '합'.

재희의 성장과정을 정반합의 과정이라고 칭하고 싶다

결국 나의 밸런스, 즉 정체성을 찾았을 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고,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 없이, 온전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다


나도 보수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재희의 가치관에 완전히 공감을 할 수는 없으나, 사람은 누구나 고유의 색이 있듯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재희는 '본인'을 되찾았고, '사회 속의 나'를 확립했으며,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 이는 누구나의 삶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아름답게 완결되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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