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drew Dec 24. 2020

그 때까지 애틋하게

2020.12.23. 스토브리그


쉬는 시간에 컴퓨터로 네이버 스포츠 뉴스를 들락거렸다. 한화의 모든 최신 뉴스를 알고 있어야 하는 전형적인 편집증적 증상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후배가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 요즘 토토하세요?"


그렇다. 내가 한화 이글스를 붙잡고 있는 모습은 딱히 즐거워보이지 않았다. 살짝 반쯤 미쳐있는 상태로 진중한 태도로 임하니 당연히 한화에 도박을 건 모습처럼 보일 수 밖에.


후배의 시선은 나름대로 날카로웠다. 나는 도박 중독자는 아니지만 한화에 중독되어 있었다. 10년을 지지부진한 성적에도, 오늘은 다르지 않을까 행복회로를 돌리는 모습은 내가 봐도 안쓰러울 지경이다.


사실 한화 경기라면 오히려 돈을 쓸어담을지도 모른다. 또한, 상대팀의 승리에 베팅하면 나는 이겨도 져도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더 광분하여 사회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상상을 한다. 언젠가는 한화가 잘해서, 정말 잘하는 상상,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 그 때 이 거지 같은 팀을 포기하지 않는 나를 응원해주고 싶은 순간이 오는 상상을 말이다. 아마 그때까지는 한화를 애틋하게 여길 것이다. 끝까지 믿어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명의 겨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