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잘하려면 ‘수학의 정석,’ 영어는 ‘성문 영어’와 같은 참고서들이 있지만, 옷을 잘 입는 법은 학교에서 다른 과목처럼 가르쳐주거나 교재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패션 잡지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전문 서적들은 많지만, 나 같은 패션 문외한에게 ‘옷 잘 입는 법’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 일년 동안 100권의 책들을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색채학부터 코코 샤넬(Coco Chanel)과 같은 명품 디자이너들의 철학이 담긴 자서전들, 패션계 종사자들이 스타일 공식이라고 제안하는 책들, 그리고 옷을 정리하는 방법에 관련된 책들까지 독파했다.
어느새 지인들은 나의 변화를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고, 내가 입고 있는 옷을 어디서 샀냐는 질문을 했다. 하지만 동일한 제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상대에게도 같은 핏이나 느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 ‘나만의 스타일’은 온전히 본인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나 또한 책에서 배운 내용들을 일상 속 코디에 적용해보며, 나에게 어떤 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지 연구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스타일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나만의 스타일’이 전무한 상태에서 기준 없이 새로운 옷들만 무작정 쇼핑하던 찬란한 과거를 청산하고, 정돈되고 세련되진 스타일 변화는 주변 많은 지인들에게 놀라움을 자아냈다.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을 수 있는 거야?” 라며 지인들이 내게 질문을 던질 때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줄지 고민되었다. 내가 직접 경험했던 여정을 누군가에게 책 한 권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지난 1년동안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던 여정 끝에, 나라는 사람은 더 행복해졌고 그 행복을 상대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매일 아침 옷장 앞에서 입을 옷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새로운 옷을 사기에 급급했던 나의 무분별한 쇼핑 습관은 사라졌다. 옷의 개수는 이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지만, 입을 옷은 충분하다고 느껴지며, 나만의 스타일이 정립되니 ‘진짜 나’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기쁨은 넘쳐흐른다. 옷을 입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나의 삶을 이렇게 변화시켰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생각해보면 옷을 입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필수적인 의식주 요소 중 ‘의(衣)’에 해당되는 것이다. 나의 노력과 의지로 ‘의’에 해당하는 영역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삶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파악하고,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 확보되는 일이다.
누구든지 옷을 잘 입는 법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한다면 아침마다 옷장에 입지 않는 옷들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뱉는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패션테러리스트’였던 나에게 주변 지인들이 옷 컨설팅을 의뢰할 정도이니, 내가 직접 경험했던 일련의 과정을 따라 해본다면 당신에게도 분명 놀라운 변화와 함께 “오늘 스타일이 멋진데?”라는 찬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적인 나의 취향과 성격이 옷으로도 그대로 표현될 수 있는 즐거움과 아름다움은 너무나 크다.
옷을 잘 입는 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고 불리울 만큼 독서광으로 유명했던 칼 라거펠트.
옷을 잘 입는 법은 공부로 터득할 수 없는 감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은 우리와 다른 아우라를 내비치고 있으며, 패션은 예술의 영역이라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어느 정도 타고난 미적 감각을 요구한다는 통념에 동의한다. 하지만 패션계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디자이너들을 잘 살펴보면, 그 미적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 오랜 교육과정을 거쳐왔고, 1984년 샤넬 수석 디자이너가 된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또한 독서광으로 유명한데, 그는 열정적인 지적 탐구로 신선하고 트렌디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 미술이나 건축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어떠한 색채들이 어울리는지’ 색채학 시간에 색깔에 대해 공부하고, ‘어떠한 디자인과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것인지’ 학습을 통해 배워 나간다고 한다. 결국 미적 감각도 경험과 지식을 통해 쌓아 나가는 이성의 영역인 것이다.
희망적인 소식은 옷 잘 입는 법은 미적 감각을 타고난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은밀한 파티가 아닌, 언제든지 패션 비전공자인 우리도 그 파티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옷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이해만으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아갈 수 있다. 우리는 패션계에 종사하고 있는 디자이너나 전문가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옷 입는 법에 대한 영역은 다른 분야와 다르게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영어를 잘 하고 싶을 때 알파벳부터 배우고, 수영을 시작할 때 물에서 뜨는 방법부터 배우는 것처럼 옷 입는 법도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우리는 옷 입는 방법만큼은 기본부터 배우려고 한 적이 없고, 저절로 일상 속에서 터득이 된, 일종의 습관 같은 것으로 치부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요구되는 ‘옷 입기’에 대해 다른 분야처럼 배워보려는 자세를 가진다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