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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Oct 25. 2024

엑수마 (Exuma)

항공사 때문에 다시 와야 할 ‘명분’이 생기다





앞서 언급했듯, 바하마를 포함한 범 카리브 지역에서 항공편은 필수적인 교통 수단이지만,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믿기 어려운 교통 수단이기도 하다. 지연은 예사에 결항도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며, 이를 제때 알려주기나 하면 다행이지 대안이나 보상은 기대키도 어렵다.


엑수마 섬에 갈 때에도 또 한번 당해 버렸다. 원래 여유 있는 1박을 계획했지만, 항공사의 무단 지연으로 (그나마 통보라도 해주어 고마울 지경) 해 질 녘에야 도착해 버린 것. 다음날 아침 10시경 비행기로 떠날 계획이었으니, 해 뜨자마자 나간다 해도 3시간 이상 돌아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 그래서 명분이 생겼다. 이번에는 항공사 귀책 사유로 인한 ‘주마등 투어’에 그쳤으니, 다음에 다시 가서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는 명분. 잠깐의 ‘주마등 투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섬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기왕 늦어버린 것, 불평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여행 계획이 종종 틀어지는 범 카리브 지역에서 배워야 할 주요 덕목 중 하나이다). 해 질 녘에 내려 주었다면 해 질 녘을 즐기면 될 일. 호텔 시설이나 잘 즐겨보자 싶었다.


그런데 호텔이 역사가 깊어 보이는 것이 심상치 않다. 아니나다를까 1783년에 이 자리에 세워진 플랜테이션을 모태로 한단다. 그리고 로비와 바 등은 플랜테이션 시절부터 있었던 건물인 모양.


고풍스러운 바에 들어가 칵테일을 주문한다. 바텐더와의 담소를 곁들인 칵테일에 마음 한 켠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아쉬움이 드디어 누그러진다. 이렇게 엑수마의 짧은 시간은 소중한 시간으로 거듭났다.





해 뜨자마자 튀어 나간다 해도 어느 이상 효율적인 시간 활용은 어렵다. 대부분 관광지가 아침 9시 이전에 여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 그러니 엑수마에서의 짧은 시간은 야무진 로드 트립으로 결정.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갑자기 도로가 끝나고 바로 앞에 물이 넘실거리고 있다 (만약 누군가 과속 질주했다면 아마 차와 함께 물에 쳐박혔을 것이다). 말 그대로 섬의 끝.


섬의 끝에 무슨 부두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사람 하나 없다. 그리고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끝도 없는 맹그로브 군락들과 그 사이를 잔잔하게 채운 바닷물. 파도조차 없이 넘실대기만 하는 이 풍경이 한없이 평화롭다. ‘주마등 투어’ 치고는 괜찮지 않은가.





공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행선지는 Emerald Bay로 정했다. 꽤 아릅답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데다, 공항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


그런데 정작 도착해 보니 한 대형 리조트 출입 게이트가 있을 뿐 Emerald Bay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찾을 수가 없었다. 확인해 보니 Emerald Bay 자체는 여전히 공용 해수욕장이라 한쪽 구석에 비포장 진입로를 남겨 두었다는데, 그래도 이미 대형 리조트가 장악해 버린 해변이라면 굳이 갈 필요 없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달려 바로 옆 Flamingo Beach로 진입했고, 결과는 대성공. 아침 시간이라 아직 문 열지 않은 식당과 바 몇 개만 드문드문 있을 뿐, 대형 리조트의 그림자는 전혀 없다.


잠시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데 한 미국인 부부가 말을 걸어온다. 알고 보니 이들도 Emerald Bay에 가보려다가 실패하고 현지인에게 Flamingo Beach를 대신 추천 받아 온 것. 오히려 조용해서 분위기도 더 좋은 것 같다며, 리조트는 리조트 대로 좋겠지만 때로는 리조트의 피로감 때문에 이렇게 조용한 곳이 더 좋은 것 같단다.


역시 적절한 밸런스가 정답인 것 같다.





이륙 후에도 한동안 카메라를 내려 놓지 못했다. 엑수마에서 수도 Nassau로 가려면 북서쪽으로 향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Exuma Cays를 따라가게 되기 때문. 엑수마 섬 북쪽으로 365개의 작은 섬 (cay) 들이 이어지는데, 드디어 시야에서 Exuma Cays가 사라지면 Nassau에 착륙할 때가 다 되었다 보면 된다.





꼭 해봐야 할 일: Flamingo Beach 등 다양한 해변 즐겨 보기, 보트 투어로 Exuma Cays와 Stocking Island 등 주변 섬 돌아 보고 스노클링도 즐겨 보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15~25도로 선선하며, 여름에는 25~35도로 다소 더움. 6월~10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5, 11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북대서양 서쪽 루카얀 열도 (Lucayan Archipelago) 에 속하며, 뉴 프로비던스 (New Providence) 섬 동남쪽 약 200km에 위치.

시간대: 미 동부 표준시 (한국보다 14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있으며, 통상 3월 초 시작, 11월 초 종료 (’24년에는 3.10 (일)~11.3 (일); DST 기간 중에는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항공편: 한국에서 애틀랜타까지 이동 후 엑수마까지 직항편 이용 가능 (델타 항공; 비행 시간은 2.5시간 선). 한편 수도 나소 (NAS) 에서 엑수마 공항 (GGT) 까지 Bahamasair (https://www.bahamasair.com) 및 Western Air (https://www.westernairbahamas.com) 이 일 2~5회 직항편 운항하며 (비행 시간은 약 35분), 나소 (NAS) 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보스턴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미국 내 출발지에 따라 상이하며, 통상 2~3.5시간 선).

입국 요건: 바하마는 대한민국과 사증면제협정 체결국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3개월).

화폐 및 여행 경비: 바하마 달러 (BSD) 가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BSD = 1 USD). 그러나 미 달러도 통용되어 별도 환전은 불필요.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나 택시 등 현금 필요할 수 있으며, ATM이 몇 개 없어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섬이 길쭉한 띠 형태로 (섬 종단 시 60km 이상) 대부분 이동 시 택시나 렌터카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공항 기준 Emerald Bay 지역 20달러, George Town 지역 35~40달러, Little Exuma 지역 65~80달러, 섬 종단 시 110~12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60~90달러 선이며, 좌측 통행이기는 하나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 부담은 크지 않은 편.

숙박: 대부분 George Town나 Emerald Bay 지역에 존재. 대부분 일 250~350달러 선으로 다소 비싼 편이며, 고급 호텔의 경우 일 500달러 이상도 있으니 예상 등 고려한 합리적 선택 필요. 자세한 정보는 바하마 관광청으로 (https://www.bahamas.com/hotels).

식당/바: 섬 전역에 걸쳐 식당이 드문드문 분포하며, 대부분 양식 또는 캐리비안 요리를 제공. Great Exuma 지역에서는 Haulover Bay Bar (캐리비안), Cocoplum Bistro (프렌치), Shirley’s at the Fish Fry (캐리비안) 등을 추천하며, Little Exuma 지역에서는 Tropic Breeze Beach Bar (캐리비안), Santanna’s (캐리비안)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바하마 관광청으로 (https://www.bahamas.com/plan-your-trip/restaurants).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242.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9), 바하마 관광청 (+1-242-302-20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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