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왕국 소속 자치국이지만 관광 자원은 글로벌 탑 티어
과거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깨나 운영해 봤다는 국가들은 복잡한 통치 구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영국처럼 총독을 보내 통치하거나 프랑스처럼 본국의 행정구역에 통합 시켜 관리한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다소 독특하다. 카리브해에 산재한 6개의 네덜란드령 영토 – 신트 마르턴, 아루바, 퀴라소, 보네르, 사바, 신트 외스타티위스 – 중 앞의 셋은 자치국의 지위를 부여했기 때문. 그래서 ‘네덜란드 왕국’에 유럽의 네덜란드와 함께 신트 마르턴, 아루바, 퀴라소가 구성국으로 포함되고 (즉, 이들 자치국은 네덜란드 왕국 하 유럽의 네덜란드와 동급의 관계), 다시 유럽의 네덜란드에 보네르, 사바, 신트 외스타티위스가 해외 특별 행정구역으로 포함되는 구조*.
세 자치국 중에서도 가장 빨리 독립한 나라가 바로 아루바이다. 1986년 자치국 지위를 획득, 이미 30년 이상 실질적 독립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아루바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잘 이용하여 카리브해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180㎢에 불과한 이 작은 섬에 연간 관광객이 200만 명에 육박했을 정도).
그 비결이 궁금하다면 일단 한번 가보는 것을 권장. 어떻게 하면 관광 산업이 GDP의 60%에 육박할 수 있는지 (이는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카리브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카리브해에 널린 것이 섬이고 섬에 널린 것이 비치라지만, 아루바의 비치는 그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축에 든다.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변에 새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그 너비가 무려 70~80m에 달한다. 그리고 그 앞에는 다시 끝없는 바다, 그리고 푸르른 하늘까지.
하지만 그토록 아름다운 비치를 선사해 주는 바다도 결국에는 거친 존재. 따지고 보면 암석이 바다에 갈리고 갈려 모래 해변이 된 것 아닌가.
그래서 아루바 최북단과 최남단에는 모두 등대가 존재한다. 자칫 잘못하면 근처를 지나던 배가 거친 바다에 침몰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최북단 California Lighthouse는 1891년 근처 바다에서 침몰한 증기선 California호의 이를을 따 그리 명명되었다. 오늘날 한없이 평화로운 등대의 모습 뒤에는 이런 슬픈 과거가 서려 있다.
그리고 거친 바다의 흔적은 아루바 도처에서 발견되는 석회암 해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물 위로 드러난 석회암 해변을, 위에서는 비바람이 아래에서는 파도가 계속 괴롭힌다. 이러다 결국 석회암이 무너져 내리고, 먼 훗날에는 새하얀 모래 해변이 될 것이다.
거친 바다의 흔적은 또 있다. 물 위로 드러난 석회암 또는 현무암을 파도와 비바람이 지속적으로 침식하다 보면 아래가 뻥 뚫려 버리는 경우가 간혹 생기는데, 아루바에는 이러한 속칭 ‘natural bridge’가 여러 개 존재한다. 하지만 언제 무너져 사라져버릴지 모르니 늦기 전에 방문할 일이다.
천혜의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니,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 특히 공항에서부터 Arashi Beach까지 서해안을 따라, 크루즈 선이 정박하는 Oranjestad 일대 및 Eagle Beach 주변에는 밤에도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벼 불야성을 방불케 한다.
양질의 관광 자원이 있다고 바로 관광객이 몰려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호텔, 식당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 또한 잘 갖춰져야 한다. 바로 아루바의 경우가 그렇다. 이 작은 섬에 호텔만 무려 30개에 육박하며 식당 또한 250여개에 달한다. 관광객의 다양한 니즈를 잘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의미. 단, 인기가 많은 식당들은 반드시 미리 에약 후 방문하도록 하자.
하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비싸기만 하면 그것 또한 곤란할 때가 있다. 여행은 즐거운 것이지만 여행 후 카드 청구서는 무서우니까. 하지만 아루바에서는 그런 걱정은 조금 덜어내도 괜찮다. 다양한 관광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기 때문.
하루 150 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예약해 상태가 어떨지 내심 걱정했던 빌라. 하지만 주인장은 친절했고 빌라는 깔끔했다. 관광지에서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도 오히려 한적함 속 여유를 주는 것 아닌가. 마침 보네르와 퀴라소를 거쳐 일주일 가까운 여행에 하루쯤 쉬고 싶었던 참이었다.
하루 일정을 과감히 들어내고 그냥 빌라에 눌러 앉았다. 파라솔도 펴고 책도 펴고, 그러다 질리면 수영장에 한번씩 뛰어 들고. 그 때문에 몇몇 관광지를 놓쳤을 지도 모르지만 그게 그리 중요한가. 이런 게 진짜 여행이지.
꼭 해봐야 할 일: 비치에 푹 빠져 보기, 밤의 관광지 바이브에 빠져 bar hop 해보기, ATV 타고 Arikok National Park 둘러 보기, 청정 바다 스토클링 해보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5~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크게 더워지지 않음. 9월~1월 중순 우기* 및 12~3월 성수기 제외 시, 4~8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남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리워드 앤틸리스 제도 (Leeward Antilles Islands) 에 속하며, 퀴라소 (Curaçao) 서쪽 80km, 베네수엘라 북쪽 3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시카고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아루바 공항 (AUA) 까지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미국 내 출발지에 따라 상이하며, 통상 4~5시간 선).
입국 요건: 아루바는 네덜란드령 자치국이기 때문에 자체 입국 규정이 적용되며,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30일)**.
화폐 및 여행 경비: 아루바 플로린 (AWG) 이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USD = 1.8 AWG). 그러나 미 달러도 널리 통용되어 굳이 환전할 필요는 없음 (단, 미 달러 사용 시 공식 환율 대비 불리한 환율 적용 가능성은 존재). 신용카드도 널리 사용되나, 택시 등 현금 소요에 대비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섬 대부분 지역에 Aruba Bank 의 ATM 존재.
언어: 네덜란드어와 Papiamento (현지어) 가 공용어이나, 영어와 스페인어도 많이 사용되어 영어로 의사 소통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음.
교통: 섬이 생각보다 작지는 않아 근거리 이동 외에는 차량 필요. 택시 요금은 공항 기준 Oranjestad는 20달러 선, Eagle Beach는 30달러 선, 섬 종단 시 5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50~70달러 선. 버스의 경우 Oranjestad와 섬 각지를 연결하며, 서해안을 따라 Marriott 호텔까지 향하는 버스는 20~30분에 한 대 꼴로 출발 (편도 2.6달러, 왕복 5달러, Day Pass 10달러). 전차는 크루즈 터미널에서 Oranjestad 중심가를 연결하며 무료. 자세한 정보는 아루바 관광청으로 (https://www.aruba.com/us/plan-your-visit/getting-around-aruba).
숙박: 대부분 숙박 시설은 Oranjestad와 Arashi Beach 사이에 위치. 대부분 일 200~300달러 선이나, 고급 호텔은 그보다 비쌀 수 있어 예산 등 고려한 선택 필요.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아루바 관광청으로 (https://www.aruba.com/us/plan-your-visit/hotels-and-resorts).
식당/바: 숙박 시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Oranjestad와 Arashi Beach 사이에 위치. The Kitchen Table (캐리비안), Fresco (이탈리안), Papillon (프렌치), Lima Bistro (해산물), Po-Ké Ono (포케) 등 다양한 식당 존재. Barefoot에서는 비치에서 맨발로 식사하는 이색 경험 가능하며, Eagle Beach 등지의 beach bar도 훌륭함. Fred Royal이나 Senses와 같은 파인 다이닝 식당도 많으나, 반대로 가벼운 식사 가능한 식당도 많음. 자세한 정보는 아루바 관광청으로 (https://www.aruba.com/us/things-to-do/dining).
전압/콘센트: 127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이 경우 미국과 동일) 또는 타입 F (이 경우 한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는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297.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 아루바 관광청 (+297-582-3777), 주네덜란드 대한민국 대사관 (+31-70-740-0200), 주베네수엘라 대한민국 대사관 (+58-212-954-1270/1006/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