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엄마를 추억하며…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시고 나서 맞는 두 번째 여름입니다. 2년 전 여름도 오늘처럼 징그럽게 더웠겠지요? 그때는 이별할 새도 없이 갑작스레 떠난 엄마가, 늘 그러셨듯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제 이름을 불러줄 것 같은 꿈과 부정하고픈 현실을 넘나드느라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를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현관문을 나가서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등줄기에 맺히는 땀방울에 금세 불쾌한 감정이 몰려듭니다. 요즘 엄마 생각은커녕, 한 달이면 지나갈 더위에 온 신경이 곤두서있는 저는 불효녀입니다.
2년 전, 친정 부모님께서는 일요일이면 늘 예배를 드리시고 늦은 오후쯤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걷기에는 먼 거리에 살고 계셨는데, 오시는 길에 우리에게 줄 먹을거리(과일, 쌀빵, 아이스크림…)를 사고 운동도 하실 겸40분이나 되는 거리를 늘 걸어오셨습니다.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먹고 싶은 음식 중에 합의된 메뉴로 저녁을 먹는 코스가 매주 일요일 우리의 일상이었습니다. 코로나 감염을 염려해서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던 때라 일주일에 한 번 ‘밖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일요일 저녁 식사는 우리 모두에게 은근히 기다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메뉴는 쉽게 정해지는 듯 보였습니다. 저와 남편, 딸 아이, 친정아버지는 쪽갈비를 먹고 싶어 했고, 엄마만 해물찜을 드시고 싶다고 했으니 4대 1, 당연히 쪽갈비가 승(勝)이었지요. 여느 날 같았으면 한 상에 둘러앉아 쪽갈비를 먹었을 텐데 그날따라 엄마가 계속 고집을 부리셨습니다. 아빠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셔서 고기를 줄이셔야 한다, 그 집 쪽갈비 맛이 옛날만 못하다… 메뉴 정하기로 십여 분을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에는 음식을 사 오기로 한 남편이 이번 주는 ‘해물찜’으로 하자며 엄마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엄마는 푸짐한 해물찜을 맛있게 드셨고, 기분이 좋으셨는지 그냥 두시라는 데도 설거지와 뒷정리까지 싹 해 주시고는 씻고 일찍 주무신다며 8시쯤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날 식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해물찜을 맛있게 드시던 엄마의 웃는 얼굴을, 한층 들떠있던 엄마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엄마의 목소리를 점점 잊어버리게 될까 봐 가슴 한쪽이 찌르르 울려옵니다. 경황도 없이 엄마의 장례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부엌 한쪽에 켜켜이 놓여있는 그릇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날 설거지해 놓고 가신 그릇들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그릇들을 만지고 냄새를 맡았습니다. 엄마의 온기와 체취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날, 그릇 더미를 찍어놓길 잘한 것 같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꼭 이 사진을 찾아보게 되거든요. 설거지하실 때면 높은 개수대가 불편하시다고 말씀하셨던 엄마의 목소리와 작은 뒷모습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70도 안 된 우리 엄마를 하나님께서는 왜 그렇게 빨리 데려가셨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이 의문은저를 엄마와 함께 보냈던 마지막 시간, 그 기억 속에 머무르게 합니다. 활짝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제가 추억하는 엄마의 모습입니다. 고작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저는 엄마가 없는 삶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어딘가가 고장이 난 듯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엄마를 글로 추억하는 오늘은 만지고 싶은 엄마를 볼 수도 없는 가슴 시림에 눈앞이 흐릿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