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플 때는
저 작은 몸이 미어터지도록 온종일 먹는 너는
대체 어떤 공허함을 안고 사는 건지-
몸무게가 채 3kg도 되지 않는 어린 랙돌은 보호소에서 우리 집에 온 뒤로 온종일 먹었다. 먹고, 또 먹었다.
그 애가 가지고 온 짐이라고는 두 칸짜리 조그만 플라스틱 밥그릇 하나였다. 그리고 입양자에게 특별히 선물로 증정한다는 싸구려 두부 모래 500g. 그 밥그릇은 얼마나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찌꺼기가 눌어붙어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츄츄가 예전의 생활 따위는 기억하지 말라고, 그냥 그곳에서 가져온 것들은 모두 버렸다, 모두.
무얼 먹고살았던 걸까.
내가 주는 모든 음식이 그 애에겐 다 새롭고, 맛있고, 향기로운 것들이었나 보다. 설사를 잡기 위한 처방식조차도 츄츄는 맛있게 먹어치웠으니-
확실히 첫째묘인 리브와는 달랐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집사 손을 탄 리브는 입맛도 까칠하고 도도하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고양이 그 자체였지만 츄츄는 달랐다. 대체 어떤 경로를 거쳐 보호소에 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항상 자신을 바라보길 원하는 개냥이였고, 특히 먹는 것에 진심이었다. 조금만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면 그 애는 먹고 있었다.
처음에는 보호소의 열악한 식사가 그리 만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동물병원에 츄츄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각종 검사 끝에 나는 이런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 사진 보이시죠? 츄츄는... 식도부터 항문까지 그야말로 음식으로 가득 차있어요.”
사람으로 치면 폭식증이라고 해야 할까?
태어난 지 4개월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가 이런 질환을 앓고 있다니... 가슴이 아팠다. 너는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던 걸까.
한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나 역시 우울증을 앓으며 최근 2년 사이 몸무게가 무려 20kg 가까이 늘었으니-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여 울음을 토하는 나에게 주치의는 약을 처방했고, 덕분에 몽롱한 기분에 사로잡혀 매일 잠에 취해 살던 나날. 조금이라도 깨어있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무엇이라도 입에 밀어 넣던 시절이 있었다.
아가야, 너도 지금 우울하니?
마찬가지로 우울한 집사는 안타까운 마음에 어린 랙돌을 꼭 안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