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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Jun 01. 2023

밀양에 왔다

무엇이 밀양의 얼굴일까

영화 밀양에서 밀양에 도착한 전도연이 카센터 사장인 송강호에게 밀양은 어떤 곳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여기 밀양은 한나라당이고…, 경기가 엉망이고…, 부산과 가까워 말씨도 부산 말씨고…, 인구는 뭐 마이 줄었고…."


밀양에 대한 다른 수식어나 설명 보다 당시의 보수당이던 한나라당의 이름을 꺼내며 설명을 시작하는 것의 효과는 확실하다. 영화 초반 관객들에게 익숙한 배우들의 얼굴 위에 어른거리는 '연기'라는 유리막을 부수면서 마치 있는 그대로의 밀양, 거기 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떠밀려가듯 밀려들어가게 만드는 짧지만 강렬한 한 문장. 보수적이고, 조금씩 쇠락해 가는, 작은 소도시.


그러나 이것이 정말 밀양의 얼굴일까. 


영화 밀양이 나온 지 15년 정도가 지났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밀양 하면 영화 밀양을 떠올린다. 

영화의 영어 제목인 'Secret Sunshine'처럼 한 꺼풀의 베일 사이로 비치는 빛과 연결 지어 생각하기도 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밀양 송전탑 투쟁을 떠올리기도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그 시절 밀양에 방문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준 이들이 있다. 


경남 출신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놀러 갔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계곡이 좋아서 물놀이를 갔다는 이야기. 


밀양에 오기 전에 지인 중에 정확히 밀양 출신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잘 모르고 밀양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잘 알아도 밀양을 잘 설명 못하기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밀양살이를 준비하며 서울의 일들을 바쁘게 정리하고

그리고 눈 떠보니 밀양이었다. 


"여기 밀양은 국민의 힘이고, 경기는 좋진 않아도 사람들은 여유 있어 보이고, 부산과 가깝지만 사람들은 조금 더 느긋한 것 같고, 인구는 여전히 많이 줄고 있고... 아 참.. 밀양아리랑. 그리고 의열단.."

(솔직히 의열단에 대해서는 밀양에 와서야 연관성을 알게 되었다. 약산 김원봉이 밀양출신이라더라)


이제 갓 2주일을 지나고 있는 밀양살이 초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이렇게 정의 내려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조금씩 기록해 보련다. 

내가 발견하는 밀양을

내가 만나가는 밀양을

그 안에서의 일상과

그 속에서의 사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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