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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Jun 15. 2023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대작전

1인가구는 어떻게 살라고...

원래 자취도 오래 하고, 집에 있을 때 무언가를 곧잘 만들어 먹었던 터라 밀양에서도 그렇게 지내보리라 마음먹었었다. 이사를 하면서도 굳이 식기류와 요리 도구를 챙기고, 구매한 것도 그 이유였다. 사람들은 멀리서 혼자 지내면 웬만하면 사 먹지 않겠냐고 이야기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내가 요리해 먹는 것을 보여주리라'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첫 번째 난관이 있었으니,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 집을 알아보면서 부동산 사장님이 '이 집은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해 준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저 그렇구나 정도로 알아 들었었다. 서울 촌놈으로 살면서 음식물 쓰레기는 당연히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 혼자 사니까 음식물이 많지는 않을 것이고, 위생에 좋지는 않겠지만 얼려놓았다 버리자는 생각으로 냉동실에 둘 밀폐 용기도 샀던 것이다. 


그런데 두둥.. 


음식물 종량제 봉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밀양에 전입신고를 하면서 동 주민센터 직원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는지 물어보니 뭐라고 이야기는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무슨 통을 사서 한다는데 그럼 통이 어디 있냐고 물으니 또 답이 분명치 않다. 어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칩을 사서 끼워 버린다는데. 그럼 칩을 끼우는 건 또 어디서 파는가..


결국 동차원에서 해결이 안 되니 시청의 청소행정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제가 밀양에 이사 와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음식물 쓰레기 통을 사야 한다고 해서요. 그런데 그 통을 파는 곳은 어디인가요?"


그래도 시청의 청소행정과는 다르다. 통을 살 수 있는 곳을 안내해 주었는데 그게 어디 행정기관이 아니라 어디 어디에 그릇가게가 있는데 거기 가면 살 수 있다고 한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정보를 어디 적어놓으면 좋을 텐데.. 내 인터넷 서치 능력으로는 알 수 없었던 정보를 시청에 전화해서 알아야 하다니..


여기다. 여기에 가면 음쓰통을 살 수가 있다.


그런데 퇴근하고 그릇가게에 가니 문을 닫았다. 그때가 7시였는데. 밀양이 대부분 그 시간이면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해서.. 당최 살 수 있는 타이밍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현충일에 밀양에 머무르면서 드디어 음쓰통과 칩을 넣을 수 있는 장치 구매에 성공했다. 



엥.. 근데 이거 생각보다 너무 크잖아... 

이걸 어떻게 채우고. 얼려놓았다 버린대도 이 안에 음쓰물이 흥건할 텐데 그건 또 어떻게 처리하나...

사고 나니 도저히 이 통을 이용해 음쓰를 버릴 엄두가 나지 않네..


이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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