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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Jun 21. 2023

밀사카를 아시나요?

 전입 축하금 20만 원을 기뻐하며

"밀사카 만들었어요?"


밀양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들은 말이다. 

밀사카? 그게 뭐지?


뻐카충 하듯 밀사카를 충전해야 밀양에서 폼나는 삶을 살 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밀양사랑카드'되시겠다. 

밀양사랑카드는 지역상품권을 카드처럼 충전해서 쓸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전용앱이 있어서 앱을 통해서 카드를 신청하면 실물 카드가 자택으로 배달 오고, 여기에 현금을 충전해서 사용이 가능하다. 


카드 디자인은 3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좌측부터 밀양의 보물인 영남루, 밀양아리랑을 표현(?)한 그림, 그리고 밀양의 캐릭터 굿바비 (국밥이 아니고 굿바비!, 하지만 시청 홈페이지에는 스스로 국밥을 들고 있는 국밥캐릭터라고 소개...)이다. 나는 뭔가 뼈대 있고, 전통 있어 보이는 영남루 디자인을 선택했다. 


밀양의 꽤 많은 상점에서 밀사카를 사용할 수 있는데 현금을 카드에 충전하면 10%의 인센티브를 얹어주기 때문에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동료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 계산하려고 할 때 내가 카드를 내밀 때 '저 밀사카예요'하고 대신 동료가 계산하면 막을 수가 없다. 


오늘은 밀양에 전입한 지 한 달이 되는 날. 그것은 밀양 전입 축하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간 이사하고 어쩌고 하느라 현금이 좀 부족해서 신용카드 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동의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전입한 지 한 달이 되었다고 말하니 서류를 몇 장 내어준다. 쓰라는 서류를 써서 제출하면 며칠 내에 밀사카에 20만 원이 충전된다고 한다. 거기에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도 40장이나 받아왔다. 거의 40주는 거뜬히 생활할 수 있는 양이라 든든하다. 


쓰봉 40장 실화냐...

서울에 살 때는 치이는 게 인구라 내가 이 동네에 왔기 때문에 환영한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었는데, 밀양에서 이런 대접을 받으니 새롭다. 일본의 관계인구를 이야기하는 한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도쿄에서는 내가 천만 분의 일의 사람이라면 작은 지방에서 나는 10만 분의 1의 사람이라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조금은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말이었다. 그 의미를 이런 작은 환대로 조금은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밀사카에 곧 돈도 들어올 테니 동료들에게 커피라도 한 잔 쏴야겠다. 

신이 난다. 신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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