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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Jul 12. 2023

청년에게 필요한 지역의 환대

얼마 전 밀양을 방문했던 친구들이 지역에 청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길에 나가면 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던 서울에서 살다가 (그것도 홍대, 연남 인근 지역인 서대문이니..)

밀양에 와보니 느껴지는 차이가 컸던 모양이다


또 얼마 전에는 산책을 나갔다가 동가리를 지나는데 한 어르신이 취기가 오른 모습으로 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동가리에 예전에 사람이 많더니 이제는 불만 많네


이제는 수풀이 무성한 밀양대..

이제는 폐교가 된 옛 밀양대가 건재했을 때 가득가득 거리를 채웠던 사람들이 학교가 문을 닫고 떠난 자리에는 그 지역을 다시 활성화해보기 위해 거리에 매단 알전구의 불빛들이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밀양에 온 지 두 달여밖에 되지 않아서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다시 밀양에 젊은 이들이 찾아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직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물론 물리적으로 청년들이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 갑자기 조성될 수도 있지만 (큰 종합대학이 다시 생긴다거나 혹은 정말 산업단지가 조성이 완료된다거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다시 북적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미션이다. 


사실 물리적 기반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쉽지 않은 미션이다. 일과 공부는 하더라도 돈은 다른 지역에서 쓰고, 활동과 삶의 기반은 다른 지역에서 펼치는 일들도 많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살기 좋은 삶의 기반을 그 도시가 갖췄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그건 단순히 영화관이나 공연장 같은 문화시설의 문제 만은 아니다. 이전에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의 삶'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청년들의 지역이주 사례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때 키워드로 잡았었던 '생계, 관계, 공간, 정서'라는 네 가지 조건이 밀양에 얼마나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생계 관계 공간 정서의 차원과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질문들


특히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는 관계도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조건이라 생각하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 청년에 대한 지역의 '환대'정서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간과하기 쉽고, 청년 당사자 혹은 이주자 당사자가 아니면 느끼기 힘든 부분이라 더 그렇다. 


"‘환대’란 단순히 ‘우리 동네에 와서 반가워, 환영해’라는 정서적 차원으로만 구성되는 감각이 아닙니다. 앞서 설명한 ‘관계, 생계, 공간’이라는 요소들이 지역에서 청년으로 흘러들어 가는 구조의 형성이, 그 구조 속에서 지원받는 대상으로만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는 주체로 대우받는 경험이 청년에게 ‘환대받고 있다’는 감정의 실체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연구에 대해 발표했던 한 발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로 말을 끝맺었었다. 연구할 때는 말은 쉬웠지만.. 직접 그 구조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은 말보다 1000배는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밀양사람들도 으슥해서 잘 찾지 않는다는 동가리에 다시 불빛이 반짝이듯 사람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곳으로 변화시켜 갈 수 있을까..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고민 하다가 이런 고민하려니..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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