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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Dec 11. 2023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참여의 커뮤니티 : EOED

커뮤니티를 통한 혁신 4

영국에서 행복도가 가장 낮은 지역, 변화를 고민하다


2015년 영국에서는 전국의 130개 도시를 대상으로 주민의 행복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가장 낮은 행복도를 보인 지역으로 런던의 ‘Barking & Dagenham’ 지역이 선정되었습니다. 인구 21만의 런던 자치구인 ‘Barking & Dagenham’은 런던의 북동쪽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역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나 매년 25%의 인구가 전출입으로 변화하여 정주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입니다. 2010년대 이후 저소득계층, 유색인종의 비율이 높아지고 빈부격차가 늘어나면서 지역사회 내에 불평등, 일부지역의 슬럼화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민의 삶의 질 제고와 사회결속력 강화는 도시의 큰 과제였고 그 과정에서 행복도 조사 최하위라는 결과는 지역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에 지역의회를 비롯한 지역변화를 위한 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2016년 한 보고서를 발표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No-one Left Behind> 즉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이라는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의 부제는 ‘모두의 이익을 위한 성장추구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서는 지역의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에 대한 색다른 시선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역의 낙후문제, 빈부격차의 문제 등에 대해 직시하면서도 단기적이고 물리적인 처방만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면서도 포용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 모두의 이익을 위한 성장추구 보고서>라는 제목은 이러한 보고서의 의도를 함축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보고서의 서문은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자치구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으며, 커뮤니티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용적이고 번영하며 탄력적인 장소가 되려는 야망과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급자로서 의회의 전통적인 역할은 줄이고 다른 주체들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합니다."


변화가 필요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행동하지 않거나 과거를 부정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란 무엇일까요? 보고서는 도시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지역 주민 및 지역사회의 훨씬 더 적극적인 참여

런던의 다양성을 반영 (인종, 성별, 지향 등) 하기 위한 주택 공급 방식 제안

활기찬 로컬비즈니스 커뮤니티 형성

어떤 누구도, 어떤 인종도 소외되지 않고 의회가 모든 사람과 가족이 교육, 일, 사회지원을 통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지원


2016년 보고서의 발표와 함께 이 변화를 구체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실천의 단위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이니셔티브가 구축되었습니다. 실행을 위한 자금도 모금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뒤 영국의 약 395만 파운드 한화로 약 65억의 자금이 형성되었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참여 재단’(‘Participatory Foundation’)이 설립되어 실행 팀을 모집했습니다. 


주민 참여를 위한 지원조직 ‘Every One Every Day’


‘Every One Every Day’는 그 결과 탄생한 지원프로젝트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나 사회적 경제 지원센터와 유사한 역할들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조금 특별한 점들이 보입니다. 활동의 결과가 독특하고 창의적이라는 점도 있지만 활동의 과정도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림 1] Every One Every Day Shop  (출처 : 참여재단 홈페이지 https://www.weareeveryone.org/)


위 사진이 그 결과 처음으로 만들어진 시민 참여의 공간인 ‘Every One Every Day Shop’의 모습입니다. 이후 2년 동안 이 장소 외에도 4개의 거점공간이 만들어졌고 도시 곳곳에서 시민참여를 통한 도시의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실험들이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왜 공간의 이름에 ‘Shop’ 즉 ‘가게’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Every One Every Day’는 그 이유와 공간의 운영 방향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  Shop이라고 부르지만 상점은 아닙니다

 · 아무것도 파는 것은 없고,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상점’이라고 부르는 것은 주민이 일상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의 코드가 됩니다

 ·  대중에게 공개되어 접근이 쉽고, 주민이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공간에 만듭니다

 · 상점 내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눈에 잘 띄는 활동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도하기  위해 큰 창문으로 시각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합니다

 · 사람을 중심으로 공간을 만든다면 어떤 형태가  될 것 인가를 고려하여 위치 및 설계를 진행합니다


[그림 2] The Mall, Heathway (출처 : 참여재단 홈페이지)


지역 내에 만든 또 다른 공간의 모습입니다. 얼핏 보면 트렌디한 상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문과 창문이 개방감 있게 설치되어 열린 공간이라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Every One Every Day’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민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적인, 문턱 낮은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문 닫힌 건물 뒤에서 백번 ‘우리는 누구나 환영해요’, ‘언제든 찾아오세요’ 이야기하는 것보다 시각적인 메시지, 정말로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실질적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Every One Every Day’의 특별함이 이러한 공간 설계에만 있을까요? 평범한 한 시민이 개인의 필요와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적 활동에 뛰어들고, 공공의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공동생산(Co-production)의 과정에 참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미 공감하실 것입니다. 사실 ‘문턱이 낮다’는 말과 ‘주민이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다’라는 말은 함께 성립하기 참 쉽지 않습니다. 낮은 수준의 동기와 기여도를 점차 높여가는 과정보다는 높은 동기와 역량을 가진 사람을 찾거나 선발해서 지원하는 것이 성과를 만들기에는 더 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Every One Every Day’ 운영방식과 원칙


그래서 ‘Every One Every Day’는 이 두 가지 원칙 ‘문턱이 낮다’는 것과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시킨다’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very One Every Day’ 프로젝트 조직 세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각각 ‘참여생태계팀’과 ‘지원플랫폼팀’이라는 큰 두 조직체계를 기반으로 주민 역량의 성장과 네트워크의 형성, 지역참여 기회 보장을 지원하는 일을 수행했습니다. 


‘참여생태계’란 다양하고 실용적인 참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과업을 중심으로 활동합니다. 이 팀이 이루려는 지역 주민의 참여생태계는 ‘Every One Every Day’라는 제공자가 아닌 주민 참여자를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설계됩니다. 


[그림 3] 참여생태계팀 역할 및 활동 원칙 (출처 : Tools to Act )


다음은 지원플랫폼팀입니다. 주민들이 추진하려는 프로젝트를 더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우며 프로젝트가 유지되고 확장되도록 지원하는 일을 맡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원방식이 조직이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선발된 사람을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Every One Every Day’의 지원 방식은 무언가를 해보려는 주민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커뮤니티가 연결하고 협업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모습일 것 같습니다. 


[그림 4] 지원플랫폼팀의 활동 방식 비교



지원플랫폼팀도 자체적인 원칙을 바탕으로 지원을 추진했는데요. 다음과 같은 원칙들입니다.


▸ 실질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기

▸ 아이디어를 시작하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 활동과정에 공동생산과정을 적절히 결합시키기

▸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지원하기

▸ 조직이 협업할 수 있는 방식들을 찾기

▸ 시민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Every One Every Day’를 통한 주민활동 사례


그렇다면 이러한 지원을 통해 주민들은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Bee School (양봉 학교)

Bee School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도시 양봉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참여자들은 다겐햄 농장의 양봉장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 벌통을 점검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양봉가들은 공동의 환경에서 학습을 지속하고, 관계를 구축하며, 벌통을 돌보는 서로를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벌통 당 12,000마리의 꿀벌을 키우고 13개의 벌통을 도시 안에서 관리하면서 자치구 전체에 156,000마리의 새로운 꿀벌이 식물을 수분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의 목표는 건강한 꿀벌을 키우고 꿀을 수확하는 것뿐만 아니라 숙련된 양봉가가 되고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주민 참여자인 미데씨는 이 경험을 상상공간이라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어린아이들과 나누기 시작했고, 마리아 씨는 벌통을 다른 지역 양봉가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군집을 키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Plant Library (식물 도서관)

식물을 나누는 프로그램에서 만난 한 주민 그룹은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을 다른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거의 무한대로 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아주 쉽게 꺾꽂이할 수 있는 식물의 '라이브러리'를 개발했고, 사람들이 어린 식물을 가져가면서 다음 사람을 위해 식물을 교체할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들은 Barking 가게에서 구할 수 있는 식물을 대량으로 꺾꽂이하는 과정을 주최하여 식물 도서관을 구축했습니다. 서로 팁을 공유하고 자신의 식물을 함께 구입하여 다양한 식물을 꺾꽂이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Listening Barber (듣는 이발소)


이 프로젝트는 청소년, 어린이의 문해력이 점차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제안되었습니다. 지역 이발소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이 이발하는 동안 이발사에게 책을 읽어주면 이발가격을 할인해 줍니다. 


이 프로젝트들은 지면관계상 소개할 수 있는 ‘Every One Every Day’의 주민 프로젝트 중 극히 일부인데요. 기관의 연차보고서에 더 많은 수백 가지의 프로젝트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더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Every One Every Day’가 있는 런던의 ‘Barking & Dagenham’ 지역에 가본 적이 있을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자세히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이들이 과정의 기록과 평가, 연구에 진심이기 때문입니다. 수백 페이지의 연차보고서는 활동의 기획단계에서, 실행과정, 연차별 평가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Every One Every Day’에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아래 보고서들을 참고하며 변화를 위한 활동들을 탐색해 보세요.



http://www.participatorycity.org/made-to-measure (1년 차 보고서)

http://www.participatorycity.org/tools-to-act (2년 차 보고서)

https://www.participatorycity.org/places-to-practise (5년 차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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