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 MT, 졸업식, 그라운드 룰. 소속감을 부여하는 방법
'밀양은대학'은 정말 대학인가?
밀양은대학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안대학 과정이나 시민사회에서 추진했던 활동가 대학 과정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장기적인 커리큘럼을 가지고 진학이 가능하거나 인증제도 같은 것을 갖추고 있는지 묻기도 한다. 아주 길게, 충분한 자원이 모여간다면 그런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그림까지 그리기엔 어렵다.
다만, 대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일부를 제공하면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단순히 어떤 어떤 교육프로그램을 들었다가 아니라 나는 '밀양은대학'에 입학했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현대사회에 올 수록 '소속감'이라는 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는 개인화된다고 하지만 사람이 어딘가 소속되고 연결된 감각을 가지고 그 감각을 통해 안정감을 누릴 때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2023년 밀양은대학 첫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아쉬운 부분이 이런 부분이었다. 각 교육과정 자체는 너무 좋았지만 그 소속감이나 참여의 감각이 각 교육과정을 넘어 '밀양은대학'이라는 사업 플랫폼으로 확장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24년에 사업을 기획하면서는 참여자들이 내가 신청한 학과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밀양은대학'이라는 공동체 안에 소속되어 있다는 감각을 제공하기 위한 요소를 포함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3년 사업에는 없었던 '입학식 겸 OT', 각 학과생 중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연합 MT' 그리고 진행했던 과정을 서로 공유하며 나눌 수 있는 '졸업식 겸 졸업전시회'같은 과정을 추가했다. 디자인에 스큐어모피즘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실제 세계의 대응물과 보다 유사하게 표현한 아이콘'같은 것이 예시가 되겠다. 예를 들어 핸드폰 앱 중에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앱이라면 실제 라디오의 디테일을 살려서 아이콘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스큐어모피즘은 '직관성'이 장점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콘이 라디오모양인데 더 무엇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까.
대중을 상대로 한 사업에서도 그런 직관성을 부여했으면 했다. 대학이니까 응당 입학식이 있고, 졸업식이 있고 OT와 MT도 한다. '대학생활'하면 떠올릴 수 있는 핵심적 경험을 통과의례처럼 심어놓은 것이다. 물론 과정만 있다고 경험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기에 각 프로그램 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같은 것을 많이 신경 쓰기도 했다. 입학식과 OT는 학교를 입학할 때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과 기대나 설렘이 현장에서 느껴지도록 장소도 일반 강의실과 같은 공간이 아니라 충분히 공간감이 있고, 아름답기도 한 곳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입학생을 위한 대학 굿즈 키트도 공들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서로를 환대하는 분위기다.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게 자리 배치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은 어떤 오늘을 그리고 있는 사람인지를 나눌. 수 있는 활동들을 통해서 참여한 각자가 이전의 삶에서는 어떤 궤적을 그려왔던 여기에서는 서로 같은 한 사람의 동료이고 동기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했다.
밀양은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그라운드 룰을 같이 읽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 공간에서는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공통의 감각이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도록.
다양성 : 우리는 각자의 배경과 경험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해 배움을 확장합니다.
자기이해 :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상호지지 : 우리는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응원하며, 지지하는 동료로서 역할을 다합니다.
지역성 :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통해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합니다.
성장 : 밀양은대학은 지식 습득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임을 인식합니다.
배움 :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