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더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by 하진



탄핵 소식을 듣고 눈물이 찔끔 났다. 다른 것보다 고생한 사람들 생각이 나서. 우리 교회와 마을 사람들만 해도, 추웠던 겨울을 거리로 많이도 나갔었다. 그 시간들을 보내며 냉소적이었을 때가 있었다. 변화는 없는 것 같고, 있어도 우리 삶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것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탄핵소식이 있던 금요일 달섭의 제안으로 마리가 번역한 임팩트네트워크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쓰고 우리 팀 사람도 모아서)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눈 이야기는 책 내용과 우리 사업에의 적용점 같은 것으로 종합되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무르익고 어떤 결론에 다다른 것은 ‘일‘에서든 ’ 사회‘에서든 ’ 목적, 가치, 방향‘같은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나 ’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모였다는 것이나‘ 또 ’ 돈이나 양적 가치로 잘 환원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서로 더 나눠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책의 핵심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함께하는 서로에 대해 이런 방향으로의 관심이 생기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탄핵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게 된 사회의 배경이 무엇일까.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내 경우엔 ’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것을 더 소중히 하기‘ 같은 것이 있겠다. 사회적 가치를 가시화, 시각화, 양적 평가를 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우리 일에서도 그런 부분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다만 나부터라도 어떤 부분은 그렇게 모든 것이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이야기 나누고, 확산하는데 힘을 보태야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불의한 가치가 발 들일 틈을 작고 작은 모래알과 같은 선함으로 가득 채워나가는 일. 사회는 돈 보다 중요한 가치도 있고, 그 가치들이 만드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알리는 일. (이런 표현들을 잘 안 쓰는데.. 쓰고 싶은 걸 보면.. 눈물의 여운이 남은 건지..)


최근 문형배 재판관을 지원한 김장하선생의 이야기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모두 그분처럼 큰 어른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닮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지 않은가. 노력조차 폄하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에 대한 친절이 깊어지는 것, 다른 사람을 위해 선을 베푸는 것,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해서 옳은 일을 하는 것, 심지어 최근에는 터부시되는 희생이나 헌신 같은 것들도 강요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가치다. 가끔 내가 하는 말이 있는데 ’ 억울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억울함은 공동체를 좀먹는 곰팡이 같은 것이라 조금 생겼다고 생각하고 놔두면 금세 온 벽이 억울로 물든다.


억울하지만 않다면, 타인이나, 사회를 위해 머리를 쓰고, 마음을 쓰고, 내가 가진 것을 사용하는 것. 그런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그냥 그게 어려우면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을 바보라 생각하지 않는 것,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다. 응원하고, 지지하고, 좋은 댓글 같은 것을 달고.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좋다. 그 언젠가의 나처럼 냉소하지 않기를,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은 다 망해버려라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탄핵은 궁극적인 승리도 아니고 사회는 게임이 아니며 여전히 우리에겐 앞으로의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여하튼.. 이번에 책모임 한다고 내용 정리해 놓은 것도 있으니 밀양에서 책 나눔 모임 같은걸 더 해봐도 좋겠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기여.. 일까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