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먼 이탈리아...
로마 4박 5일 여행기
게이트를 들어가서 일행을 만났다. 일행은 빨갛게 퉁퉁 부운 내 눈을 보고 놀라였다.
일행: "괜찮아요...?"
나: "네!... 괜찮아요. 기다렸어요?"
일행: "저도 막 들어왔어요~아직 여유시간 많으니 카페에서 차 한잔 해요."
나: "좋아요. 그리고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제가 이탈리를 다 가보네요."
일행: "뭘요~^^ 저도 덕분에 혼자 가지 않게 돼서 외롭지 않고 든든한데요~ 안나 씨도 가서 좋아하는 걸 찾으면 좋겠어요. 공부도 좋고, 취업을 해도 좋고요. 일단 마음 편히 가서 즐겨요. 처음 오신 거니 로마에서 좀 구경하고 그리고 가요. 아마 좋아하실 거예요."
이분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박현진 씨고 바이올린제작에 관심이 너무 많아 이탈리아를 몇 번 가셨다고 한다. 그러다 바이올린제작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꿈이 생겼는데 고민하다 신랑에게 허락을 받고 가게 되신 거라고. 자기 인생에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생각해 신랑을 설득해서 갈 수 있게 되신 거라고 한다. 현진 씨는 회사에 주거래처에서 처음 만났는데 대화해 보니 맞는 부분이 많아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나는 아직 20대 중반. 현진 씨는 30대 중반. 우리 둘 다 한창 일할 나이에 큰 용기를 내어 이런 기회가 생긴 게 아닐까. 그렇지만 남들이 볼 때는 정신 나갔다고 철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뭐 어때. 한번 사는 인생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지금 나의 깊은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한번 들어주려고 한다.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비행기에 올랐다. 직항인데도 12시간. 비행기를 탄 것도 처음인데 이렇게 긴 시간을 타게 되다니! 두근거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현진: 안나 씨, 장기간 비행은 처음이라고 하셨죠?
잠이 안 올 거 같으면 기내식 먹으면서 맥주나 와인 시켜서 먹어요. 그동안 못 봤던 영화 봐도 좋고요. 그래도 조금은 눈 붙이면 좋고요. 너무 안 자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지니까요.^^"
나: "네 알겠어요.^^"
가는데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식사를 못해 많이 배가 고팠다. 소고기스튜와 레드와인을 부탁해 먹었다. 조금씩 흔들리는 비행기에서 나는 식판을 안고 조심히 먹었다. 행여라도 쏟아질까 봐. 내가 느끼기에는 고난도의 식사였다. 조심히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배가 고픈 상태여서 그런지 기내식은 매우 맛있었다. 양이 조금 아쉽기도 하고 술을 더 마셔야 잠이 올 거 같아서 조심스럽게 맥주를 부탁했다. 스튜어디스분은 내가 첫 비행인걸 아셨는지 나를 귀엽다는 눈빛으로 생긋 웃으시며 땅콩과 간식까지 주셨다.
나는 감사히 먹고 2시간 정도 잠을 잤다.
그리고 영화를 4편을 보고,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고, 다리랑 허리가 아파 복도를 걸어 다니고 간식으로 조각피자랑 컵라면을 먹고, 다시 한 시간 정도 자고, 아침으로 오물랫까지 먹으니 이제 30분 뒤 도착. 12시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다니... 내 생에 가장 느린 12시간이었다.
너무 피곤했지만 도착한다는 기쁨에 즐겁게 내렸다.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