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1화

하라버지

by MIHI

리진강은 공허한 눈으로 낡은 주택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벽지 곳곳이 곰팡이로 얼룩져 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햇살은 방 안에 스며들어 차가운 공기 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무겁고 혼란스러웠다. 몇 달째 이어지는 경제적 어려움은 이제 일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루하루가 버겁게 흘러갔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노력조차 지쳐가는 상황이었다.


그날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려던 순간, 문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기척을 느낀 리진강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 자신의 집 앞에 무언가를 두고 간 듯했다. 그는 서둘러 방문을 열었다.


현관 앞에 놓여 있는 물건을 본 순간, 그의 눈은 좁혀졌고 이마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그곳엔 작은 USB가 하나 놓여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물건이었지만, USB의 표면에 새겨진 단어가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남조선 드라마.'


리진강은 USB를 집어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뭐야…"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USB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남조선, 그 단어는 그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남조선은 자신에게 있어 금기된 존재였다. 체제 밖의 세상, 그리고 모든 재앙과 혼란의 원천이었다. 리진강은 불안감을 느꼈다. 도대체 왜 이런 물건이 집 앞에 떨어져 있었을까? 그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고요한 방 안에서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 "이건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계략일지도 몰라." 그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USB에 담긴 남조선 드라마라니, 분명 그건 단순한 우연이 아닐 터였다. 그 순간 리진강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바로 옆집 국영 상점의 주인, 리영희였다.


리영희는 평소에도 의심스러웠다. 친절한 얼굴 뒤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국영 상점 주인이며, 체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만약 그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면? 나를 제거하려는 음모가 이미 시작된 것이라면?


리진강은 점점 더 확신에 차기 시작했다.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땀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리영희… 그녀가 나를 없애려 하고 있어.' 그는 이렇게 자신에게 다짐했다.


그 순간부터 리진강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계획이 떠올랐다. 그녀를 없애야 했다. 그녀를 제거하지 않으면 언젠가 자신이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불안과 의심이 뒤섞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USB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이 일의 배후에는 분명 더 거대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리진강은 USB를 서랍 깊숙이 숨기고, 이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의심과 불안은 그의 삶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요?


리진강이라는 인물을 통해, 억압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 느끼는 불안과 의심, 그리고 선택을 향해 나아가는 심리를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의심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그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요?


리진강의 이야기는 체제와 개인의 관계, 그리고 인간 내면의 갈등을 깊이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 여러분도 한 번쯤 그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