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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장. 인류가 처음 겪는 혼탁한 불확실성의 시대

인공지능 시대의 불확실성 고찰, 그리고 지혜의 필요성과 중요성

by DRTK

제 5 장. 인류가 처음 겪는 혼탁한 불확실성의 시대


5장 1절. 인공지능 시대의 불확실성 고찰


인공지능 이노베이션 플랫폼(AI Innovation Platform)은 인간의 지적,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적 혁신을 일으키고 있으며, 물리적 영역에서도 로봇과 자동화 기계와의 융합을 통해 거대한 전환점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품고 있다. 과거에도 불과 농업혁명, 산업혁명, 전기나 인터넷 같은 대규모 혁신 플랫폼들이 인류 사회를 급진적으로 바꿔온 적은 있었지만, 지식, 인지적 측면에서 인간을 대신하거나 넘어서는 기술은 사실상 전례가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특정 시점에 '자동으로' 실현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교육과 재교육을 진행하며, 제도, 법, 윤리의 뒷받침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자체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더해져, 과거에 비해 더 복합적이고 더 깊은 차원의 불확실성이 혼재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류가 지금 맞이한 이 혼탁한 불확실성은 단순히 "기술이 확산될 때마다 생기는 과도기적 혼란"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과도기적 불확실성(Transitional Uncertainty)이란, 예컨대 인공지능이 대거 도입되면서 일자리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일시적 실업이나 갈등, 혹은 기존 제도가 신기술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해 생기는 어지러움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사회가 제도와 투자, 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지닌 근본적 불확실성(Fundamental Uncertainty)은 다른 차원이다. 딥러닝이나 강화학습처럼 블랙박스 특성을 갖는 AI 시스템은 의사결정 과정을 완전히 투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우며, 데이터 편향이나 알고리즘 상의 미세한 오류가 생각지 못했던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OpenAI의 가장 발전된 o3 모델조차 33%의 확률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을 보이며, 이는 이전 모델들보다 더 높은 수치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영역을 맡을수록, 오작동이나 편향이 한 번 일어날 때의 영향 범위가 상상을 뛰어넘게 커진다. AI가 초거대 모델, AGI 또는 ASI로 발전하는 경우, 인간의 기존 지식 축적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근본적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기술 자체가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주체로 등장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여 예측·분석 능력을 향상시키더라도, 그 결과물이 비선형적이고 자율적으로 최적화되면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식의 축적”만으로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층위들

현재 AI 시대의 불확실성은 과거의 기술 혁명과 본질적으로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기술 자체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2025년 현재 일부 전문가들은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등장을 2025-2030년 사이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부는 더 빠른 도래를 예측한다. 물론 짧게는 1~2년 내로 다가왔다는 낙관적인 전망부터, 그 대척점에서 현재 기술의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의견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발전속도는 초단위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모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은 이러한 발전 속도와 방향성은 근본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젠슨황은 5년 이내, 테슬라와 X의 일론 머스크는 2년 이내, 오픈AI의 샘 알트먼은 수년 내, 그리고 구글 딥마인드의 데니스 하사비스는 AGI가 5-10년 내에 실현될 것이라 전망했지만, 동시에 현재의 LLM 기반 AI 모델들이 더 발전할수록 더 빈번한 할루시네이션을 보인다는 역설적 현실이 여전히 존재한다.


둘째, 사회·제도의 미비가 불확실성을 키운다. AI가 사람들의 생활, 업무, 문화 양식을 대대적으로 바꿔놓을 때, 정부나 기업, 학계·시민사회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혼란은 증폭된다. 이미 글로벌 IT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연구 인력을 앞세워 AI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소수에게 권력과 경제적 이익이 집중되는 승자독식 환경을 조성해 사회적 균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


셋째, AI가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을 맡을 경우 생길 수 있는 결과 역시 불확실성을 배가한다. 의료, 법률, 금융, 교육, 복지 등 핵심 영역에서 AI가 빠르고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해도, 데이터 편향이나 윤리적 문제, 개인정보 침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이를 바로잡기 어려울 수 있다.


넷째, 블랙박스 특성으로 인한 통제 불가능성이다. 현대 AI 시스템들,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LLM)들은 그 내부 작동 방식이 불투명하여 의도치 않은 결과를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매우 어렵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서, 사회 전반에 걸친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블랙박스 AI 의사결정이 인간에게 큰 불이익을 가져다줄 때, 그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논란을 일으킬 것이다. 이처럼 기술이 단순히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규범과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기에, 불확실성이 한층 더 복잡하게 얽힌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다른 첨단 기술(예컨대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양자 컴퓨팅 등)과 결합하거나, 전 세계적인 환경·정치·문화적 이슈와 맞물리는 상황도 예측하기 어렵다. 기후 위기 같은 문제가 악화될 때, AI는 이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이 엄청난 전력을 소모해 환경 파괴 속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는 사이버 공격, 가짜뉴스나 딥페이크를 통한 여론 조작 등 혼합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훼손하는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것은 글로벌 상호의존성과 연쇄 효과이다. AI가 금융, 에너지, 통신, 교통 등 핵심 인프라에 깊이 통합되면서, 단 하나의 작은 오류가 전 세계적으로 연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MIT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장 철저한 개별 AI 리스크 프레임워크조차도 전체 식별된 위험의 약 30%를 놓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혼탁한 불확실성은 과도기적 혼란과 근본적 예측 불가능성을 모두 포함한다. 기술과 제도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혼란은 기존에도 있었다고 볼 수 있으나, AI가 초래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변동 폭은 과거와 비교 불가한 수준이다. 따라서 단순한 “적응”에 그치는 방안으로는 불충분하며, 지속적으로 변화와 실패를 받아들이고 학습·개선하는 사회적 능력이 요구된다.


혼탁한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주요 우려들

이러한 불확실성은 여러 영역에서 구체적인 리스크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시장의 급속한 재편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가 전 세계적으로 400만-800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으며, 특히 화이트칼라 직군의 50%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이는 과거의 기술 혁명과 달리, 고숙련 인지 노동부터 영향을 받는 역순 패턴을 보인다. AI가 많은 직무를 자동화·대체하면서, 중·장년 및 저숙련 노동자가 재교육 없이 일자리를 잃거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는 전통적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 모델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AI 관련 신직종(예: AI 윤리감독, 프롬프트 엔지니어 등)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직업 소멸 속도와의 불균형으로 인한 직업 충격이 심화될 수 있다.


부의 집중화와 디지털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AI 시장은 2035년까지 11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익의 대부분이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AI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더욱 뒤처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 데이터, AI 모델, 알고리즘, 클라우드 인프라 등이 핵심 자산이 되면서, 대규모 인프라를 보유한 거대 플랫폼 기업이 부와 권력을 독점할 위험이 있다는 말이며, AI 활용 역량과 디지털 인프라, 교육 기회가 부족한 계층이나 지역은, 새로운 경제·사회 기회에서 소외되어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윤리적, 사회적 갈등의 확산도 우려스럽다. ISACA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AI 전문가의 60%가 AI의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81%가 잘못된 정보 확산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특히 AI 편향 문제는 미국 주택 시장에서 흑인 가족의 모기지 신청 거절률을 80%까지 높이는 등 구조적 차별을 강화하고 있다. AI의 블랙박스 특성과 데이터 편향으로 인해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경우,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불분명해진다. 또한 AI 기반 감시·추적 기술의 발전은 개인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모든 것이 AI로 빠르게 대체 또는 잠식되어 가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급격하게 인간의 영역이 창조적 파괴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동안 인간성 위축과 가치 혼동이 일어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창의, 예술 영역의 인공지능과 결합된 기계화가 만연하게 되어 AI가 예술, 디자인, 콘텐츠 생산까지 담당할 경우, 인간 창작자의 정체성과 가치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의사결정 외주화 위험 또한 현재의 기류에서 위험하다. 인공지능 사용의 긍정적인 부분만을 강조하여 일부 전문가들은 모든 부분 인공지능에 사용하거나 의존하게 종용하고 있다. AI가 ‘최적해’를 제시하면서 인간이 그 결과에 맹목적으로 의존할 경우, 인간적 판단력과 직관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환경적, 지정학적 복합 위험

AI의 급속한 확산은 환경적 지속가능성 문제와도 얽혀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6년까지 일본 전체의 전력 소비량에 맞먹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전체 전력망 사용량의 25%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AI 혁신으로 인해 지난 4년간 탄소 배출량이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정학적으로는 AI 군비경쟁이 새로운 불안정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중국, EU 간의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자율무기 시스템 개발과 사이버 전쟁 능력 강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2025년 아르미스(Armis) 사이버전쟁 보고서에 따르면, IT 의사결정권자의 87%가 사이버전쟁의 영향을 우려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3%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5장 2절. 인공지능 시대의 지혜의 필요성과 중요성


이러한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가장 절실하게 떠오르는 가치는 바로 지혜다. 과거에는 지식과 정보가 부족했기에 배우고 익히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인공지능 시대는 오히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자동생성 능력을 갖추었으며, 인간이 암기하거나 일일이 분석할 필요를 크게 줄여준다. 이는 개인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여 더 많은 더 강력하게 일을 처리하거나 영향력을 가지게 한다. 일처리는 더 쉬워지고 효율성은 점점 더 극대화될 것이다. 그로인한 영향력의 범위도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가치 판단을 내리며, 사태를 얼마나 넓고 깊게 통찰하느냐에 모든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이것이 결코 가벼운 우려가 아님을 인류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식을 넘어서는 지혜의 본질

지혜는 단편적인 지식이나 전문성을 뛰어넘는 차원이다. 최근 연구들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진정한 지혜를 갖기 어려운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AI 시스템들은 체험을 통한 판단력 부족, 실패의 결과에 대한 진정한 이해 부족, 물리적, 사회적 세계를 탐색하며 얻는 체화된 지식의 부재, 통계적 모델링을 넘어선 고유한 가치관이나 윤리적 프레임워크의 부재 등 지혜의 핵심 요소들을 결여하고 있다.


유씨 샌 디에고(UC San Diego)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지혜는 과거 45년간 과학적 연구로 입증된 구조체로서, 검증된 측정 척도, 기저 신경생물학과 유전학, 그리고 인간 지능과는 완전히 다른 노화와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AI가 단순히 인간 지능을 모방하거나 확장하는 것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임을 시사한다.


불확실성 시대의 지혜 요소들

현재의 AI 시대가 요구하는 지혜는 전통적 개념을 확장한 새로운 차원을 포함한다.


통찰력(Insight)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복합적 문제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며, AI가 제시하는 결과의 한계와 오류 가능성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다. 특히 AI 할루시네이션이 37%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통찰력은 AI 출력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데 필수적이다.


분별력(Discernment)은 AI의 편향, 블랙박스 특성, 할루시네이션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는 역량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AI 시스템들이 피부색에 따라 상처 인식률에 차이를 보이는 등 편향의 문제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어, 이를 식별하고 보정할 수 있는 인간의 분별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윤리와 책임감(Ethical Judgment & Responsibility)은 AI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현재 전 세계 AI 관련 법규와 가이드라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연구에 따르면, AI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을 68.9%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결과가 나타났다.


리더십(Leadership)은 AI가 조직, 사회, 정치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조율과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특히 인간-AI 협력 체계에서는 AI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지혜 없는 AI 시대의 위험

인간에게 인공지능 시대에 지혜가 부재할 경우의 위험은 이미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Amazon)의 AI 채용 도구가 여성 지원자를 차별하는 문제가 발견되어 폐기된 사례나, 영국에서 AI 시스템이 39%의 학생 시험 점수를 부당하게 하향 조정한 사건 등이 그 예시다.


더 심각한 것은 인간의 자율성과 판단력 상실이다.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인간은 '알 수 없는 기술' 앞에서 침묵하거나 경악하며, 특정 권력이나 거대 자본이 휘두르는 자동화와 감시 체계에 무력하게 종속될 위험이 있다.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과 같은 AI 기반 감시 체계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AI 협력에서 지혜의 역할

최근 인간-AI 협력에 관한 연구들은 지혜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2024년 연구에 따르면, 효과적인 인간-AI 협력을 위해서는 상호 정보 교환, 상호 학습, 검증, 피드백, 그리고 상호 역량 증강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이 모든 요소들은 인간의 지혜로운 판단과 가치 설정을 전제로 한다.


흥미롭게도, ‘휴먼AI 핸드쉐이크(Human-AI Handshake)’ 모델과 같은 최신 협력 프레임워크들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지만, 동시에 윤리적 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겨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지혜가 단순히 개인적 덕목이 아니라, AI 시대의 협력적 의사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단적 지혜와 협력적 거버넌스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서, AI 시대는 집단적 지혜(Collective Intelligence)의 구현을 요구한다. 의료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적 지혜를 통한 의사결정은 개인의 판단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이는 AI 시대의 복합적 의사결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유네스코(UNESC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AI 거버넌스에서 다중 이해관계자 협력적응적 거버넌스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일한 전문가나 기관의 판단만으로는 AI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다루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G7과 G20 국가들 간의 AI 윤리 협력이나, EU의 인공지능 규제법(AI Act)와 같은 포괄적 규제 프레임워크는 집단적 지혜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결론: 지혜 중심의 AI 시대 대응 전략

인공지능 이노베이션 플랫폼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기술만이 아니라 "의도와 가치, 윤리와 통찰이 결합된 지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층위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AI 리터러시를 넘어서는 지혜 교육(Wisdom Education)이 필요하다. 이는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 장기적 안목을 기르는 교육을 의미한다. 특히 AI와의 효과적 협력을 위한 인간 고유 역량의 계발이 핵심이다. 조직적 차원에서는 AI 윤리위원회, 다중 검토 프로세스, 투명한 거버넌스 등 지혜 기반 의사결정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실패를 학습 기회로 삼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문화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국가와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유연한 규제 프레임워크글로벌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 안전망재교육 체계를 통해 AI 전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는 기후 변화,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불평등 등 복합적 위기와 AI 발전이 상호작용하는 양상을 지혜롭게 관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솔루션을 넘어서는 전 지구적 지혜를 요구한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불확실성을 다루는 열쇠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지혜에 달려 있다. 혼탁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인류가 번영할 수 있는 길은,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가 지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불확실성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이익을 지켜내고,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진정한 해답이다.


인공지능 시대는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인간다움과 윤리,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재발견하도록 만든다. 그 모든 과정을 조율하고 견인하는 근본 힘이 바로 지혜이며, 혼탁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의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지식 총량이 아무리 늘어나도, 불확실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확장된 지식이 더 큰 책임과 복잡한 선택을 부른다.
결국, 우리의 지혜가 그 복잡성을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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