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시대의 판단력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변화,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기술 혁신, 사회적 변화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로 우리는 매일같이 이전 세대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 더욱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러한 복잡성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키고 있으며, 전통적인 의사결정 방식과 판단 기준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경험과 기존의 지식만으로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선형적 사고와 단순한 인과관계에 기반한 전통적 지혜는 비선형적이고 창발적인 특성을 보이는 복잡계 앞에서 그 한계를 드러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거나 제거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지혜롭게 다루는 새로운 판단력이다.
복잡계 시대의 지혜는 확실성을 추구하는 지혜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지혜다.
복잡계(Complex System)를 나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자 한다: "수많은 구성 요소들이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개별 요소의 속성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창발적 행동과 패턴을 보이는 시스템." 이는 단순히 복잡한(complicated)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복잡한 시스템—예를 들어 자동차나 컴퓨터—은 아무리 정교해도 각 부품의 기능을 이해하면 전체의 작동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계에서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가 문자 그대로 실현된다. 개별 뉴런의 작동을 완벽히 이해해도 의식의 출현을 예측할 수 없고, 개별 시민의 행동을 완전히 파악해도 사회 전체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비선형성(Non-linearity):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큰 노력이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로 유명한 이 현상은 기존의 비례적 사고를 무력화시킨다.
창발성(Emergence): 개별 구성 요소에는 없던 새로운 속성이 시스템 차원에서 나타난다. 물 분자에는 '습함'이라는 속성이 없지만, 물이라는 시스템에서는 습함이 창발한다.
적응성(Adaptability): 복잡계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스스로 구조와 행동을 변화시킨다. 이는 기계적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외부의 중앙집권적 통제 없이도 질서와 패턴이 자발적으로 형성된다. 개미집, 시장경제, 인터넷 등이 그 예다.
산업혁명 이후 지배적이었던 기계론적 사고(Mechanistic Thinking)는 복잡계 앞에서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뉴턴 물리학에 기반한 이 사고방식은 세상을 거대한 시계처럼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기계로 이해하려 했다.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고, 전체는 부분의 합이며,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선형적 사고의 함정들:
단순 인과관계의 오류: "A가 B를 야기한다"는 식의 단순한 인과관계 설정은 복잡계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실제로는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낸다.
환원주의의 한계: 복잡한 현상을 구성 요소로 분해하여 이해하려는 환원주의적 접근은 창발적 속성을 놓치게 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격이다.
정적 균형의 착각: 복잡계는 정적 균형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 상태에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는 경제를 단순한 기계적 시스템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제 주체들의 복합적 상호작용, 심리적 요인, 기술 변화, 정치적 영향 등이 얽혀 만든 금융 복잡계의 창발적 특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복잡계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은 단일한 현상이 아니다. 미래학자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가 유명하게 구분한 "알려진 것들"과 "알려지지 않은 것들"의 분류를 더욱 정교화하면 다음과 같다:
알려진 알려진 것들(Known Knowns): 우리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지식들. 하지만 복잡계에서는 이마저도 맥락이 바뀌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알려진 알려지지 않은 것들(Known Unknowns):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영역들. 전통적 위험 관리가 다루는 영역이다.
알려지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것들(Unknown Unknowns):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영역들. 진정한 불확실성의 영역이며, 복잡계에서는 이것이 지배적이다.
알려지지 않은 알려진 것들(Unknown Knowns): 우리가 알고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 문화적 편견, 인지적 맹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다층적 불확실성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복잡계 시대 지혜의 출발점이다.
1960년대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의 발견으로 시작된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은 복잡계를 이해하는 혁신적 관점을 제공했다. 카오스는 단순한 무질서가 아니라 "결정론적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의미한다.
로렌츠가 발견한 나비효과는 복잡계의 본질을 보여주는 완벽한 은유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 명제는, 복잡계에서는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카오스가 완전한 무질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카오스 시스템도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라는 형태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개별 궤적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특정한 구조 안에서 움직인다. 이는 복잡계에서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에서 발전시킨 복잡적응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 CAS) 이론은 복잡계의 적응적 특성에 주목한다. 이 시스템들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한다.
복잡적응시스템의 핵심 메커니즘들:
적응적 에이전트(Adaptive Agents): 환경으로부터 학습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개별 구성 요소들. 인간, 기업, 심지어 인공지능도 여기에 해당한다.
창발적 거시행동(Emergent Macro-behavior): 개별 에이전트들의 미시적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거시적 패턴들. 교통 체증, 주식시장 거품, 사회적 유행 등이 그 예다.
자기조직화 과정(Self-organizing Process): 중앙의 통제 없이도 질서가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과정. 위키피디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시장경제 등이 자기조직화의 산물이다.
적응적 경관(Adaptive Landscape): 시스템이 적응해나가는 환경 자체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는 "춤추는 경관(Dancing Landscape)" 위에서의 적응을 의미한다.
현대 복잡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핵심 도구는 네트워크 이론(Network Theory)이다. 바라바시 알베르트-라슬로(Albert-László Barabási)와 같은 연구자들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많은 복잡계가 "스케일-프리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 구조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트워크 복잡계의 특성들:
허브의 존재: 소수의 노드가 대부분의 연결을 담당한다. 인터넷, 사회관계, 경제 시스템 모두 이런 구조를 보인다.
작은 세상 현상(Small World Phenomenon): 네트워크상의 임의의 두 점은 놀라울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6단계 분리"가 그 예다.
연결 선호(Preferential Attachment): 이미 많은 연결을 가진 노드가 더 많은 연결을 얻게 되는 "부자가 더 부해지는" 현상.
취약점과 회복력의 이중성: 허브에 대한 공격에는 취약하지만, 무작위 공격에는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
이러한 네트워크 관점은 팬데믹의 확산, 금융 위기의 전파, 기술 혁신의 확산 등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을 제공한다.
복잡계에서의 의사결정은 확률적 사고(Probabilistic Thinking)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18세기 수학자 토마스 베이즈(Thomas Bayes)의 이름을 딴 베이지안 추론(Bayesian Inference)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기존 믿음을 업데이트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베이지안 사고의 핵심은 "모든 지식은 잠정적이며, 새로운 증거에 따라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절대적 확실성을 추구하는 전통적 사고와는 정반대의 접근이다.
베이지안 지혜의 실천 원칙들:
사전 확률의 명시화: 어떤 판단을 내리기 전에 현재의 믿음 정도를 명확히 한다. "나는 이 가능성을 70% 정도로 본다"는 식으로.
증거의 점진적 업데이트: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때마다 확률을 조정한다. 한 번에 극단적으로 바뀌는 것을 피한다.
불확실성의 정량화: "확실하다/확실하지 않다"가 아니라 "90% 확신한다" 또는 "60% 정도의 가능성"이라고 표현한다.
반증 가능성의 유지: 자신의 믿음이 틀릴 가능성을 항상 열어둔다. 100% 확신은 학습을 멈추게 한다.
투자 이론에서 발달한 옵션 이론(Option Theory)과 포트폴리오 이론(Portfolio Theory)은 불확실성 하에서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옵션적 사고(Optionality Thinking)의 핵심은 미래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특정 경로에 모든 것을 거는 것보다, 여러 가능성에 대비한 옵션을 보유하는 것이 지혜롭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이 원칙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각각의 투자가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소수의 대성공이 다수의 실패를 보상할 수 있다는 포트폴리오 논리로 투자한다. 이는 "작게 잃고 크게 얻는다(Small losses, big wins)"는 불확실성의 지혜다.
포트폴리오 사고의 일상적 적용:
다각화 전략: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영역에서 기본적 역량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실험과 학습: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작은 규모의 실험을 통해 학습한다. "빠른 실패, 빠른 학습(Fail fast, learn fast)".
가역적 결정과 비가역적 결정의 구분: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은 빠르게 내리고,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은 신중하게 내린다.
나심 탈레브(Nassim Taleb)가 제시한 안티프래질리티(Antifragility) 개념은 불확실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안티프래질한 시스템은 스트레스와 충격으로부터 단순히 회복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더 강해진다.
안티프래질리티의 세 단계:
프래질(Fragile): 변동성과 스트레스에 약하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진다.
로버스트(Robust): 변동성에 저항한다. 충격을 받아도 원래 상태를 유지한다.
안티프래질(Antifragile): 변동성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충격을 받을수록 더 강해진다.
인간의 면역 시스템이 안티프래질리티의 완벽한 예다. 적당한 병원균에 노출될수록 더 강한 면역력을 얻는다. 반대로 지나치게 무균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오히려 면역력이 약해진다.
안티프래질한 생활과 조직 만들기:
여유분과 중복성: 효율성만 추구하지 않고 적당한 여유분(redundancy)을 둔다. 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생존력을 높인다.
분산화된 구조: 중앙집권적 구조보다는 분산화된 구조가 더 안티프래질하다. 한 부분이 다쳐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다.
상향식 변화: 하향식 계획보다는 상향식 실험과 적응을 통한 변화가 더 안티프래질하다.
작은 실패의 적극적 수용: 큰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작은 실패들을 적극적으로 경험한다.
창발(Emergence)은 복잡계에서 가장 신비롭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현상이다. 개별 부분들의 상호작용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속성이나 패턴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창발을 이해하는 것은 복잡계 시대의 핵심 지혜다.
창발의 다양한 층위들:
물리적 창발: 물 분자들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습함', 뉴런들의 네트워크에서 나타나는 '의식'.
사회적 창발: 개인들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문화', '제도', '집단지성'.
경제적 창발: 개별 경제 주체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시장', '가격', '경기 순환'.
기술적 창발: 개별 기술들의 결합에서 나타나는 '플랫폼', '생태계', '네트워크 효과'.
창발을 "디자인할 수는 없지만 조건을 만들 수는 있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창발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MIT의 시스템 다이내믹스 창시자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와 그의 제자 도넬라 메도우스(Donella Meadows)가 발전시킨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는 복잡계를 다루는 핵심 도구다.
시스템 사고의 핵심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사건이 아닌 패턴을 보며, 증상이 아닌 구조를 본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진정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필수적이다.
도넬라 메도우스의 레버리지 포인트 계층:
상수와 매개변수 조정: 가장 낮은 수준의 개입. 숫자를 바꾸는 것.
물질적 흐름과 연결 구조 변경: 정보의 흐름과 연결 관계를 바꾸는 것.
게임의 규칙 변경: 시스템이 작동하는 규칙 자체를 바꾸는 것.
패러다임 변경: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인식과 가정을 바꾸는 것.
패러다임을 초월: 어떤 패러다임에도 고착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
가장 강력한 변화는 패러다임 차원에서 일어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모두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복잡계에서는 전통적인 명령-통제(Command-and-Control) 방식의 관리가 효과적이지 않다. 대신 적응적 관리(Adaptive Management)가 필요하다.
적응적 관리의 핵심 원칙들:
실험적 접근: 큰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작은 실험을 통해 학습하고 조정한다.
피드백 루프의 활용: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전략을 수정한다.
다양성의 보존: 획일적 접근보다는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한다.
실패로부터의 학습: 실패를 비난하기보다는 학습의 기회로 활용한다.
피터 센게(Peter Senge)가 제시한 학습 조직(Learning Organization) 개념도 같은 맥락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해야 한다.
학습 조직의 다섯 가지 수련:
개인적 숙련(Personal Mastery): 개인의 지속적 학습과 성장
정신 모델(Mental Models): 기존 사고 틀에 대한 성찰과 개선
공유 비전(Shared Vision): 조직 구성원들의 공통된 미래 상
팀 학습(Team Learning): 대화와 토론을 통한 집단적 학습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 전체적 관점에서의 문제 이해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인류에게 전례 없는 새로운 형태의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더 복잡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선 시스템들이 만들어내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불확실성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불확실성 유형들:
알고리즘적 불투명성: AI의 의사결정 과정이 인간에게 불투명하다. 딥러닝의 "블랙박스" 문제가 대표적이다.
초지능의 출현 가능성: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기술적 특이점: 기술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어 예측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사회적 파급효과: AI가 사회, 경제, 정치에 미칠 영향을 완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인간-AI 상호작용: 인간과 AI가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예상치 못한 결과들.
AI 시대에는 메타-불확실성(Meta-uncertainty)—즉, 불확실성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핵심 과제가 된다.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더 자주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어, 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이 등장했을 때, 우리는 이것이 언어 이해에서 어떤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어떤 새로운 능력들이 창발할 수 있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는 단순히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메타-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전략:
인식론적 겸손: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나친 확신을 피한다.
시나리오 플래닝: 여러 가능한 미래를 상정하고 각각에 대비한다.
약한 신호 탐지: 변화의 조기 신호들을 포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적응적 전략: 상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유지한다.
미래의 복잡계는 인간만으로도, AI만으로도 구성되지 않는다. 인간-AI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새로운 형태의 복잡계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복잡성을 의미한다.
하이브리드 복잡계의 특성:
다층적 의사결정: 인간과 AI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동적 역할 분담: 상황에 따라 인간과 AI의 역할이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학습과 적응의 상호작용: 인간이 AI로부터 학습하고, AI가 인간으로부터 학습하는 이중 학습 구조.
가치와 목표의 정렬 문제: 인간의 가치와 AI의 최적화 목표를 어떻게 정렬할 것인가의 문제.
이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는 "인간의 지혜"가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계산적 능력을 담당한다면, 인간은 가치 판단, 맥락 이해, 창의적 통찰, 윤리적 성찰을 담당해야 한다.
복잡계 시대에는 교육과 학습의 패러다임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답을 가르치는 교육"에서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지식을 암기하는 학습"에서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불확실성 시대 교육의 핵심 요소들:
메타학습(Learning to Learn): 학습하는 방법 자체를 학습한다.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을 기른다.
시스템 사고 교육: 복잡한 상호작용과 피드백 루프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른다.
확률적 사고 훈련: 확실성보다는 확률과 가능성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른다.
창발적 사고 개발: 예상치 못한 연결과 패턴을 발견하는 직관력을 기른다.
적응적 리더십: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기른다.
협업과 네트워킹: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해결하는 능력을 기른다.
복잡계 시대의 지혜는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원칙들로 번역되어야 한다. 다음은 개인과 조직이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지혜롭게 다루기 위한 실용적 가이드라인이다.
개인 차원의 실천 원칙들:
다양성 추구: 한 영역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들이 예상치 못한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약한 연결의 활용: 강한 유대관계뿐만 아니라 약한 연결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새로운 기회와 정보는 종종 약한 연결을 통해 온다.
실험적 생활: 큰 변화를 시도하기 전에 작은 실험들을 해본다. "시범 운영"의 개념을 일상에 적용한다.
피드백 수집: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조정한다.
여유분 확보: 시간, 돈, 에너지, 인관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적당한 여유분을 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다.
조직 차원의 실천 전략들:
심리적 안전감 조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 구글의 "20% 시간" 정책이 좋은 예다.
분산된 의사결정: 모든 결정을 중앙에서 내리지 말고, 현장에 권한을 위임한다. 일선에서 더 빠르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동질적 집단보다 이질적 집단이 더 창의적이다.
학습 조직 구축: 개인과 조직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문화를 조성한다.
네트워크 사고: 조직을 위계적 피라미드가 아닌 네트워크로 이해한다. 수평적 연결과 협력을 강화한다.
사회 시스템의 복잡계적 관리:
참여적 거버넌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 결정보다는 다방향적 소통을 추구한다.
적응적 정책: 정책을 한 번 결정하면 끝이 아니라,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역적 실험: 전국 단위의 일괄적 정책보다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실험을 허용한다. 성공한 실험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킨다.
예방 원칙: 불확실성이 큰 영역에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취한다.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정책은 특히 신중하게 검토한다.
회복탄력성 구축: 위기에 대한 대응력뿐만 아니라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적 능력을 기른다.
불확실성은 제거해야 할 적(敵)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춤을 춰야 할 파트너다. 복잡계 시대의 지혜는 불확실성을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불확실성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이는 결코 체념이나 수동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높은 차원의 능동성을 요구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하여 적응 능력을 기르고, 학습 역량을 강화하며, 다양한 가능성에 열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AI가 계산적 예측력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과 춤추는 지혜"에 있다. 기계는 알려진 패턴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며,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만의 독특한 역량이다.
복잡계 시대의 진정한 지혜는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최선의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와 통찰력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의 지혜가 어떻게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실천철학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탐구해보고자 한다. 개인적 지혜가 사회적 변화의 동력이 되는 과정, 그것이 우리의 다음 탐구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