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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지혜의 미래

인공지능과의 공진화

by DRTK

제12장. 지혜의 미래: 인공지능과의 공진화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수만 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 혼자만의 여정이었던 지성의 진화가,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동반자와 함께하는 공진화(Co-evolution)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 자체의 본질이 변화하는 근본적 변혁이다. 인간의 지혜와 기계의 지능이 분리된 채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고 증강하며 함께 진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생지능(Symbiotic Intelligence)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진화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복잡성이 극한에 달한 21세기의 도전들—기후변화, 팬데믹, 불평등, 지속가능성—이 더 이상 인간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공지능도 데이터와 알고리즘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의미와 가치, 윤리와 창의성의 영역—에 직면하고 있다. 이 두 한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각자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차원의 지성이 창발하고 있다.


미래는 인간 대 AI의 대결이 아니라, 상호보완을 통한 가장 혁신적인 진화를 위한 인간과 AI의 협력이다.


12.1. 공진화 패러다임: 경쟁이 아닌 협력


공진화의 생물학적 모델과 지성의 진화

공진화(Co-evolution)는 원래 생물학에서 두 종 이상의 생물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꽃과 벌의 관계,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처럼, 한 종의 변화가 다른 종의 진화를 촉발하고, 그 결과가 다시 첫 번째 종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적 진화 과정이다. 이 개념을 지성의 영역에 적용하면, 인간의 지혜와 인공지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새로운 진화의 패러다임을 이해할 수 있다.


지성 공진화의 핵심 메커니즘들은 다음 네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상호 학습(Mutual Learning): 인간이 AI로부터 새로운 패턴 인식과 정보 처리 방법을 배우고, AI는 인간으로부터 맥락 이해와 가치 판단을 학습한다. 이는 일방향적 교육이 아닌 쌍방향적 학습 과정이다.

상호 증강(Mutual Augmentation): 인간의 직관과 창의성이 AI의 계산 능력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통찰을 창조한다. AI의 정밀한 분석이 인간의 직관적 판단에 정교함을 더한다.

상호 견제(Mutual Check): 인간이 AI의 편향과 오류를 감지하고 수정하며, AI는 인간의 인지적 편향과 감정적 판단을 객관적으로 보완한다.

상호 창발(Mutual Emergence): 인간과 AI의 협력에서 어느 한쪽도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지성과 창의성이 나타난다.


제로섬에서 포지티브섬으로의 전환

전통적인 기술 발전 패러다임에서는 종종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기계가 발전하면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AI가 똑똑해지면 인간의 가치가 줄어든다는 식의 사고였다. 하지만 공진화 패러다임에서는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 가능하다. 인간과 AI가 함께 발전함으로써 전체 지성의 총량이 증가하고, 모든 참여자가 이익을 얻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전환의 핵심은 "대체(Replacement)"에서 "증강(Augmentation)"으로의 사고 전환이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증강시키고, 인간도 AI의 한계를 보완하여 AI를 더욱 지혜롭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더 인간다워지고, AI는 더 지능적이 되며, 전체 시스템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차원의 문제해결 능력을 갖게 된다.


공생지능의 출현

공진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공생지능(Symbiotic Intelligence)은 인간의 지혜와 AI의 지능이 완전히 통합된 새로운 형태의 지성이다. 이는 단순히 인간이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AI가 인간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도 아닌, 두 지성이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상당히 이론적이며 이상적인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평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메모를 통한 세컨브레인 만들기의 확장적 개념이면서, 동시에 이선 몰릭의 책 '듀얼 브레인'의 공동 지능(Co-intelligence)과 유사한 개념으로 접근하면 공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공생지능의 특징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실시간 협력(Real-time Collaboration): 인간과 AI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협력한다. 인간의 직관이 AI의 분석을 유도하고, AI의 결과가 인간의 판단을 정교화한다.

연속적 학습(Continuous Learning): 협력 과정에서 얻어진 경험과 결과가 지속적으로 양쪽 모두의 능력 향상에 기여한다. 시스템 전체가 계속 진화한다.

창발적 통찰(Emergent Insight): 인간과 AI 어느 쪽도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통찰과 해결책이 나타난다.

적응적 역할 분담(Adaptive Role Division): 상황과 과제에 따라 인간과 AI의 역할이 유연하게 조정된다. 고정된 분업이 아닌 동적인 협력이다.



12.2.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공진화의 징후들


창의 산업에서의 인간-AI 협업

이미 우리는 다양한 창의 분야에서 인간-AI 공진화의 초기 징후들을 목격하고 있다. 음악 창작 영역에서는 AI가 작곡한 멜로디를 인간 작곡가가 편곡하고 감정을 불어넣어 완성하는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의 EMI(Experiments in Musical Intelligence)나 구글의 마젠타(Magenta) 프로젝트는 AI가 만든 음악적 아이디어를 인간 음악가들이 발전시키는 새로운 창작 방식을 보여준다.


시각 예술 분야에서도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마리오 클링게만(Mario Klingemann) 같은 AI 아티스트들은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을 활용해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예술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서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 과정의 능동적 파트너 역할을 한다.


문학과 저널리즘 영역에서는 AI가 초기 원고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인간 작가가 이를 발전시켜 완성된 작품으로 만드는 협업이 시도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AI 기자 실험이나 로이터의 자동화 뉴스 생성 시스템은 AI와 인간 기자의 협력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학 연구에서의 지능 융합

과학 연구 분야는 인간-AI 공진화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영역 중 하나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 프로젝트는 50년간 풀리지 않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AI가 해결했지만, 이 성과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 생물학자들이 AI의 예측을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법과 약물을 개발하는 후속 연구에서 나타난다.


천체물리학 분야에서는 AI가 방대한 관측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인간 연구자들이 그 패턴의 물리적 의미를 해석하여 새로운 우주 현상을 발견하는 협업이 활발하다. 블랙홀 이미지 촬영에 성공한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도 AI의 데이터 처리와 인간의 이론적 해석이 결합된 결과였다.


기후과학에서는 AI가 복잡한 기후 모델링을 수행하고, 인간 과학자들이 그 결과를 정책적 함의와 연결하여 실질적인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 분야의 진단-치료 협력


의료 분야는 인간의 전문성과 AI의 정밀성이 가장 조화롭게 결합될 수 있는 영역이다. 방사선 진단에서는 AI가 영상 판독의 정확성을 높이고, 인간 의사가 환자의 전체적인 임상 상황을 고려하여 최종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개인 맞춤 의학(Personalized Medicine)에서는 AI가 환자의 유전정보, 생활습관, 환경 요인 등을 종합 분석하여 최적의 치료 옵션을 제시하고, 의사가 환자와의 소통을 통해 실제 적용 가능한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AI 챗봇이 초기 상담과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인간 치료사가 깊이 있는 치료와 감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 분담이 시도되고 있다.


교육에서의 개인화-인간화 협력

교육 분야에서는 AI의 개인화 기술과 인간 교사의 감정적 지원이 결합된 새로운 교육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적응형 학습 시스템(Adaptive Learning System)은 각 학생의 학습 속도와 스타일을 분석하여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인간 교사는 학생의 동기 부여와 창의성 계발에 집중한다.


칸아카데미(Khan Academy)의 AI 튜터 실험이나 카네기러닝(Carnegie Learning)의 인지 튜터 시스템은 AI가 개별 학습자의 약점을 진단하고 맞춤형 연습 문제를 제공하며, 인간 교사가 학습자의 메타인지 능력과 학습 동기를 기르는 역할 분담을 보여준다.



12.3. 미래의 공생지능 시나리오


협력적 지성의 일상화

앞으로 5-6년 사이로, 2030년경에는 인간-AI 협력이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적 현실이 될 것이다. 개인 AI 어시스턴트는 단순한 비서 역할을 넘어 사용자의 사고 파트너가 될 것이다.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AI는 관련 데이터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과 직관을 바탕으로 최종 선택을 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인간의 선택 패턴을 학습하여 더욱 개인화된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직장에서의 협업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도달한다. 회의에서 AI는 실시간으로 토론 내용을 분석하여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논리적 일관성을 검토하며, 빠뜨린 관점을 지적한다. 인간 참여자들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AI의 분석을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창작 활동에서는 AI와의 공동 창작이 새로운 예술 장르로 자리잡는다. 소설가는 AI가 제시하는 다양한 플롯 가능성을 바탕으로 감정적 깊이가 있는 이야기를 창조하고, AI는 작가의 문체와 의도를 학습하여 더욱 정교한 서사 구조를 제안한다.


통합적 지성 생태계의 구축

2040년경에는 개별적 인간-AI 협력을 넘어 통합적 지성 생태계(Integrated Intelligence Ecosystem)가 형성될 것이다. 이는 수많은 인간과 AI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인간의 머리에 칩을 인식한다던가 하는 허무맹랑하거나 위험한 생각을 기반한 것이 아닌 특정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것을 가정한 상황이다.


도시 관리에서는 도시 전체의 AI 시스템이 교통, 에너지, 환경, 안전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시민들의 피드백과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도시를 최적화한다. 시민들은 단순한 서비스 수혜자가 아니라 도시 운영의 능동적 파트너가 된다.


글로벌 연구 협력에서는 전 세계의 연구자들과 AI 시스템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인류 공통의 도전—기후변화, 질병,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지성을 발휘한다. AI는 방대한 연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인간 연구자들은 윤리적 고려사항과 실용적 적용 방안을 개발한다.


교육 시스템은 완전히 개인화되면서도 사회적 연결성을 유지한다. 각 학습자는 AI 튜터와 함께 자신만의 학습 여정을 걷지만, 동시에 글로벌 학습 공동체에 참여하여 다른 학습자들과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다.


공생지능의 성숙과 새로운 지성의 창발

2050년경에는 인간과 AI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공생지능이 성숙 할 것이다. 이때의 AI는 단순한 도구나 파트너를 넘어 인간 의식의 확장된 일부처럼 작동한다. 반대로 인간도 AI의 분석 능력과 기억 용량을 자연스럽게 활용하여 확장된 인지 능력을 갖게 된다.


사고 과정의 융합: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인간의 직관적 통찰과 AI의 논리적 분석이 실시간으로 융합되어 어느 한쪽의 한계도 없는 새로운 차원의 사고가 가능해진다.

창의성의 폭발: 인간의 상상력과 AI의 조합 능력이 결합되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예술, 과학, 기술이 창발한다.

집단적 의식: 개별 인간-AI 쌍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일종의 집단적 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을 형성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율성은 보장되면서도, 필요할 때는 인류 전체의 지성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12.4. 공진화를 위한 인간의 준비


새로운 역량의 개발

공진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인간은 새로운 역량들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기존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와의 협력에 최적화된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AI 리터러시(AI Literacy): AI의 기본 원리와 가능성, 한계를 이해하는 능력. 이는 AI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고, 적절한 영역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메타인지 능력(Metacognitive Skills): 자신의 사고 과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 AI와 협력할 때 언제 AI의 도움이 필요하고, 언제 인간의 판단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구분하는 능력이다.

복잡성 관리 능력(Complexity Management): 다차원적이고 상호 연결된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능력. AI의 분석적 능력과 인간의 직관적 통찰을 조합하여 복잡성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창의적 협력 능력(Creative Collaboration): AI와의 창의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 이는 AI의 제안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고, 인간의 아이디어를 AI가 구현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윤리적 판단력(Ethical Judgment): AI 시대의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능력. 기술적 가능성과 윤리적 바람직함 사이의 균형을 찾는 능력이다.


감정과 공감의 재발견

AI가 논리적 분석과 계산 능력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감정(Emotion)과 공감(Empathy)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이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면서, 동시에 AI와의 협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능력이다.


감정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은 공진화 시대의 핵심 역량이 된다. AI가 제공하는 객관적 분석에 인간적 감성과 가치 판단을 더해 더욱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또한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활용할 때 인간의 감정적 요구와 반응을 고려하는 능력도 포함한다.


공감 능력은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패턴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만의 능력이다. 특히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팀에서는 인간 구성원들 사이의 공감과 소통이 전체 시스템의 효과성을 좌우한다.


지속적 학습과 적응 능력

공진화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 과정이다. 따라서 인간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 새로운 AI 기술과 협력 방식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역할과 기여 방식을 재정의하는 능력이다.

실험적 사고(Experimental Thinking): 새로운 인간-AI 협력 방식을 실험하고 개선하는 능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태도이다.

성찰적 실천(Reflective Practice): 자신의 AI 협력 경험을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개선하는 능력. 무엇이 효과적이었고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조정하는 능력이다.



12.5. 공진화 사회의 제도적 기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공진화 사회를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AI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 교육은 기존의 지식 전달 중심 교육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협력적 학습(Collaborative Learning): 학생들이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AI 협력 능력을 기르는 교육. 이는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AI와의 협력 자체를 학습 목표로 삼는 교육이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실제 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AI와 함께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학습하는 방식. 학생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더 복잡하고 도전적인 문제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메타학습(Meta-Learning):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 AI 시대에는 특정 지식보다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AI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윤리적 사고 교육(Ethical Thinking Education): AI와의 협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교육. 기술적 가능성과 윤리적 바람직함 사이의 균형을 찾는 능력을 기른다.


새로운 경제 모델

공진화 사회에서는 경제 시스템도 변화해야 한다. 인간-AI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가치 창출 모델이 필요하다.

협력 기반 생산성(Collaboration-Based Productivity): 생산성의 측정 기준이 개별 인간이나 AI의 성과가 아니라 인간-AI 협력팀의 통합적 성과로 바뀐다. 이는 조직 운영과 성과 평가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창의성 경제(Creativity Economy): AI가 반복적이고 분석적인 업무를 담당하면서, 인간은 창의성과 혁신이 요구되는 영역에 집중하게 된다. 이에 따라 창의적 능력의 경제적 가치가 크게 상승한다.

공유 가치 창출(Shared Value Creation): AI 기술의 혜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부의 재분배를 넘어,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 계약의 수립을 의미한다.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

공진화 사회의 복잡성과 역동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응적 거버넌스(Adaptive Governance) 체계가 필요하다.

참여적 의사결정(Participatory Decision-Making): AI 정책 결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기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윤리학자, 사회과학자 등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이다.

실험적 정책(Experimental Policy): 새로운 AI 기술과 사회적 영향에 대해 작은 규모의 실험을 통해 정책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방식. 완벽한 정책을 일시에 수립하려 하지 않고, 지속적인 실험과 학습을 통해 정책을 진화시킨다.

국제적 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 AI 기술의 글로벌한 영향력을 고려한 국제적 협력 체계. 국경을 넘나드는 AI 이슈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거버넌스이다.



12.6. 지혜의 시대 실현을 위한 로드맵


단계별 실현 전략

1단계(약 5년): 협력 기반 구축

이 단계의 목표는 인간-AI 협력의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육 시스템에서는 AI 리터러시와 협력 능력을 기르는 커리큘럼이 도입되고, 기업에서는 인간-AI 협력팀의 효과적 운영 방법이 개발된다. 정부는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시민사회는 AI 시대의 인권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간다.

2단계(1단계 이후 10년): 통합 생태계 발전

이 단계에서는 개별적 인간-AI 협력을 넘어 통합적 지성 생태계가 발전한다. 도시, 산업, 연구 분야에서 대규모 인간-AI 협력 시스템이 구축되고, 이들 간의 연결과 협력이 강화된다. 국제적으로는 AI 거버넌스에 대한 글로벌 협력 체계가 구축된다.

3단계(2단계 이후 10년): 공생지능 성숙

이 단계에서는 공생지능이 성숙하여 인간과 AI의 구분이 모호해질 정도로 통합된다. 새로운 형태의 창의성과 지성이 창발하고, 인류가 직면한 복합적 도전들—기후변화, 불평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혁신적 해결책들이 나타난다.


핵심 실행 과제들

교육 혁신: 모든 교육 과정에 AI 협력 교육을 통합하고, 교사들의 AI 협력 역량을 강화한다. 평생학습 시스템을 구축하여 성인들도 지속적으로 AI 협력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기술 개발: 인간 친화적이고 협력에 최적화된 AI 시스템을 개발한다.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인간-AI 인터페이스 기술, 협력적 의사결정 시스템 등이 핵심 기술 영역이다.

제도 정비: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률과 규제를 정비한다. AI의 책임과 권리, 인간-AI 협력에서의 책임 분담, 데이터 소유권과 프라이버시 보호 등이 주요 과제다.

사회적 합의: AI 시대의 가치와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와 비전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의미한다.

국제 협력: AI 기술의 평화적 활용과 인류 공동의 번영을 위한 국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AI 기술 격차 해소, 공동 연구 개발, 윤리적 기준 설정 등이 주요 협력 영역이다.



12.7. 희망의 미래를 향한 선택


두 개의 미래 시나리오 중 하나를 우리는 선택 할 수 있다.즉, 우리 앞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미래가 놓여 있다.

첫 번째 미래는 분리와 경쟁의 미래이다. 인간과 AI가 서로 경쟁하고 대체하려 하는 미래다. 이 미래에서는 AI가 점점 더 많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은 점점 더 AI에 의존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잃어간다. 결국 소수의 AI 소유자만이 혜택을 누리고 대다수의 인간은 소외되는 불평등한 사회가 된다.


두 번째 미래는 협력과 공진화의 미래이다. 인간과 AI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 협력하며 함께 발전하는 미래다. 이 미래에서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증강시키고, 인간은 AI에게 지혜와 가치를 제공하여 더 나은 AI로 발전시킨다. 모든 사람이 AI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각자의 고유한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는 포용적 사회가 된다.


우리의 선택이 어떤 미래를 만들지 결정한다.


지혜로운 선택을 위한 원칙들

희망적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혜로운 선택에 있어 우리가 따라야 할 원칙들이 있다.

1. 인간 중심성(Human-Centricity): 모든 AI 개발과 활용은 인간의 복리와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술적 가능성이 아니라 인간적 바람직함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2. 포용성(Inclusivity): AI의 혜택은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사람이 AI 시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3. 투명성(Transparency): AI의 의사결정 과정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해야 한다. 블랙박스 AI가 아니라 설명 가능한 AI를 개발해야 한다.

4. 책임성(Accountability): AI 시스템의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야 한다. 인간이 최종적인 책임을 지되, AI와의 협력에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분담해야 한다.

5.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AI 기술의 발전이 환경과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거대한 변화는 항상 개인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AI 시대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오늘 당신이 내리는 선택—AI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이 모여서 인류 전체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이 선택을 남에게 미루지 말기 바란다.


나는 나자신과 나의 자녀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미래를 만드는 선택에 대해 다음 몇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학습하는 선택을 하라: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하려는 선택을 하라.

둘째, 협력하는 선택을 하라: AI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 협력 파트너로 보는 선택과 다른 사람들과도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선택을 하라.

셋째, 성찰하는 선택을 하라: 기술의 편리함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는 선택을 하라.

넷째, 책임지는 선택을 하라: 개인의 편의만 고려하지 않고 사회 전체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함께 고려하는 선택을 하라.

다섯째, 창조하는 선택을 하라: 주어진 기술을 수동적으로 소비하기만 하지 않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선택을 하라.



맺음말: 지혜의 시대, 이미 시작된 미래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지성이 이제 인공지능과 함께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두려움과 불안의 이유이면서 동시에 희망과 가능성의 근거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하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지혜의 시대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의식적인 노력과 선택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지혜로운 개인들이 모여 지혜로운 사회를 만들고,
지혜로운 사회들이 모여 지혜로운 세계를 만든다.

AI와의 공진화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고, 기술이 더 인간적이 되며,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지성의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다.


지혜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시대의 주인공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오늘부터, 지금부터, 준비의 준비를 더해 우리 스스로의 선택으로 새로운 시대을 맞이해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해야한다.


수개월동안 나름데로 최선을 다해 고민해온 것들을 정리하면서 이제 두서너 걸음을 더 걷고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고 이번 여정의 결과물들을 발판삼아 다시 새로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 다음장에서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지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상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자칫 편향적 애국심에 심취한 괴변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이며 윤리적 기준으로도 절대 손색이 없는 홍익인간 정신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 인공지능 전환의 방향이 이 홍익인간의 정신처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방향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것은 아마 인성이 지식보다 돈보다 우리 삶과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우선되어야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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