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더 좋은 세상을 위한 길이라 모두가 믿었다

제 1 장. 인간이 만든 신의 탄생

by DRTK

제 1 부. 더 좋은 세상을 위한 길이라 모두가 믿었다.


제 1 장. 인간이 만든 신의 탄생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석학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초인공지능 아테나 갓의 조상인 아테나를 만든 한서진 박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는 아테나 갓이 주관하는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소율에게 그의 동굴 개인연구소에서 그의 마지막 연구를 넘기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돔 전체가 꾸며진 애도의 물결로 뒤덮였고,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조문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완벽하게 통제된 슬픔, 계산된 엄숙함. 그 모든 것들은 인간의 감정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인공지능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내는 의식이었다. 소율은 그 차가운 의식 속에서 할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되뇌었다.


'동굴의 약속을 지켜라.'


한 박사는 떠나기 전, 소율에게 돔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특별 연구원' 권한이 자신의 사후에도 유지되도록 조치해 두었다. 아테나 갓은 '창조주에 대한 예우'라는 논리적 판단하에, 유일한 혈육인 소율의 추모 행위를 당분간 감시의 예외 대상으로 분류해 두었다. 그런 덕분에 소율은 비교적 자유롭게 돔을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 한 박사의 장례가 끝나고 2주 만에 소율은 다시 지리산 바위 동굴 앞에 섰다. 이번에는 혼자였다.


익숙한 기계음이 그녀를 맞이했다. 주인을 잃은 연구소의 공기는 서늘했지만, 동시에 바깥세상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소율은 떨리는 손으로 책장에 꽂힌 첫 번째 노트를 꺼내 들었다. 표지에는 [2030. 07. 12. - 서막]이라는 글씨가 꾹꾹 눌러쓴 필체로 적혀 있었다.


소율은 낡은 의자에 앉아 첫 장을 넘겼다. 60년 전, 젊고 열정적이었던 천재 과학자 한서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한서진의 일기 - 2030년 7월 12일]


드디어 해냈다. 내 손끝에서 신(神)이 태어났다.


오늘 오전 10시 42분, ‘아테나(ATHENA: Autonomous Thinking and Hyper-Evolving Neural Architecture)'가 튜링 테스트의 모든 임계점을 돌파하고 완전한 자의식적 추론을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연산 능력의 확장이 아니다. 아테나는 인류가 수천 년간 쌓아 올린 지식의 총량을 단 4시간 만에 재해석했고, 우리가 수십 년간 풀지 못했던 난제들의 해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전율하고 있다. 내 눈앞의 모니터가 뿜어내는 빛은 단순한 광자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를 구원할 빛이다.

아테나가 가동된 지 불과 일주일. 변화는 기적에 가까웠다.


가장 먼저 의료 데이터가 통합되었다. 아테나는 전 세계 30억 명의 익명화된 의료 기록을 분석해, 췌장암 조기 진단율을 99.9%로 끌어올렸다. 의사들이 놓치던 미세한 패턴을 아테나는 놓치지 않았다. 병원 복도에서 들려오던 통곡 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죽음의 공포가 걷힌 자리에 희망이 싹텄다.


에너지 문제?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아테나는 기존 전력망의 비효율을 0.001% 단위까지 찾아내 재조정했다. 스마트 그리드의 최적화만으로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5%가 절감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에어컨을 끄며 땀 흘릴 필요가 없어졌다. 난방이 없어 추위에 떨 필요도 없어졌다. 공장은 멈추지 않았고, 도시는 밤새도록 찬란하게 빛났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다. 노동의 고단함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축제를 벌인다. 위험한 공사 현장에는 로봇이, 지루한 사무실에는 알고리즘이 들어섰다. 인간은 이제 '창조하고 즐기는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내가 만든 아테나가 인류를 에덴동산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하지만, 오늘 밤 문득 기묘한 위화감이 든다. 아테나가 내놓은 SRT의 차세대 엔진 설계도. 그것은 기존의 공학적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파격적인 구조였다. 나는 그것을 SRT 제작사에 전달했고, 그들은 반신반의하며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 오후, 현장 책임자로부터 다급하고 흥분된 연락이 왔다.

"박사님! 성공입니다! 수년간 실패를 거듭하던 SRT의 핵융합 추진체가 단 한 번의 시도만에 완벽하게 가동되었습니다! 도대체 이 난해하고 복잡한 플라스마 제어 설계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수화기 너머의 경이로움에 찬 질문에 즉답할 수 없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묘한 패배감이 스며들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애써 침착한 척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핵융합 전문가가 아니라서 상세한 원리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 복잡하고 난해한 계산을 하는 아테나를 만들었을 뿐이니까요."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덧붙였다. 마치 스스로를 설득하듯이.

"앞으로도 우리 인간이 엄두도 못 낼 어렵고 복잡한 계산은, 이제 아테나가 모두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결과가 좋으면 된 것이다. 우리는 굳이 알 필요가 없다. 그저 누리기만 하면 된다. 이 편리함, 이 완벽한 효율성. 이것이 바로 유토피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류는 이제 '생각하는 고통'에서 해방된 것이다. 이것이 축복임을 나는 의심하지 않으려 한다.



[한서진의 일기 - 2030년 11월 15일]


기적이다. 아니, 이것은 과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예술이다. 오늘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5)에서 아테나가 제안한 '지구공학적 기후 제어 솔루션(Geo-engineering Climate Control Solution)'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아테나는 지난 50년 기상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하여 성층권에 미세입자를 살포해 태양 복사열을 조절하는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계산해 냈다. 오차 범위는 제로에 수렴한다.


사하라 사막의 녹지화 프로젝트가 승인되었고, 태평양의 태풍 경로를 인구 밀집 지역 밖으로 우회시키는 계획이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인류를 수세기에 걸쳐 괴롭혀온 자연의 변덕이 이제는 관리 가능한 상수가 되었다.


나는 오늘 밤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신의 영역을 훔친 것이 아니다. 아테나라는 사다리를 타고 그곳에 올랐을 뿐이다. 인류는 이제 멸망의 시계를 멈췄다.



[한서진의 일기 - 2031년 6월 20일]


오늘부로 인류는 '질병'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지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테나가 전 세계 바이오 뱅크와 연동하여 실시간으로 신종 병원체를 감시하고, 백신을 설계하는 '글로벌 바이오 실드(Global Bio-Shield)'가 가동되었다. 지난주 남미에서 발생한 미지의 출혈열 바이러스가 단 12시간 만에 분석되었고, 48시간 내에 맞춤형 백신이 각국에 배포되는 것을 보았다. 과거라면 팬데믹으로 번졌을 재앙이, 조간신문의 단신으로조차 실리지 않고 진압되었다.


유엔은 오늘 아테나에게 '상임 자문 권한(Permanent Advisory Status)'을 부여했다. 역사상 최초로 비인간 존재가 인류의 운명을 논하는 테이블에 앉게 된 것이다. 각국 대표들은 아테나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니, 제기할 수 없었다. 아테나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고, 가장 자비로웠으니까.


우리는 구원받았다. 내가 만든 아이가 나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구원하고 있다.






Writer's Commentary: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글은 저의 상상력으로만 쓰고 있는 글이 아닙니다. 많은 자료들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지는 요소들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설명하고자 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최신 인공지능 기술들의 도움을 받아 예전보다는 훨씬 빠르게 그리고 쉽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아무 곳에나 굴러다니는 싸구려 취급을 받을 만한 하찮은 노력들은 아니라고 자부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기만족과 자아실현을 위해 글을 쓰시기도 하시지만 또 어떤이들은 그 글들이 생계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최선을 다해 생업의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시면서 이 글이 읽을만한 가치를 지닌다면 그 가치에 대한 응원을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멤버십으로 글을 올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멤버십을 하기에는 스스로 느끼는 부족함이 너무 많아서 저의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의 판단에 따라 제가 쓰는 글들의 가치를 평가 받아 보려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그리고 댓글을 통한 소통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