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국물에 적응한 입맛
순대국을 먹다가, 문득...
내가 이미 오래전에 다른 도시에 와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다 같이 움직이는 토요일 저녁은 오래전부터 우리 가족의 작은 약속이다. 남편 회사 근처에 순대국이 맛있다는 집이 있다 하여, 드라이브 삼아 아이들과 함께 갔다. 아이들이 커도 이 일정만큼은 가능하면 오래 유지하고 싶은 엄마 마음에 주말은 가급적 다른 약속을 잡지 않는다. 엄마, 아빠도 그리고 아이들도 각자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함께 움직이는 시간은 의식적으로 붙들어야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맑은 국물의 순대국이 나왔다. 국물은 투명에 가까웠고, 불필요한 냄새가 남아 있지 않았다. 후추를 넉넉히 뿌리고, 빠알간 다대기를 듬뿍 넣고, 부추무침과 새우젓을 곁들여 순대와 고기, 내장을 천천히 먹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허전하지 않은 맛이었다. 그러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온 경상도 억양의 한마디가 귀에 꽂혔다.
“서울식이라 국물이 맑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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