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놀이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일했다.(?)
사모님은 우아하게 취미생활 외출하시고,
집에서 청소하고 세탁기 돌리고 이제 계절이 바뀌었으니 가을, 겨울옷도 장롱 안에서 찾아 옷걸이에 걸어논다.
자안에 가득한 양복은 이제 관혼상제 외에는 입을 일이 없다. 버려야 하나?
지금 읽고 있는 미니멀리스트 책에는 1년 이상 안 입은 옷,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리라고 하는데 너무 버릴 것이 많다. 이러다가 나도 버림받는 것이 아닌가? 아, 옛날이여! 노래가 아니라 나의 한숨이다.
이제 책상에 앉아 폼 잡던 역할은 끝났고 집에서 집 지키며 사모님 귀가를 기다리는 신세다.
예전에 내가 강남 밤거리를 누빌 때 사모님은 나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을까?
어디 가냐고, 언제 오냐고 물으면 안 되는 나의 역할이 바뀌었지만 오늘도 나는 사모님께 예쁘다고 하면서 일찍 들어오시라고 배웅을 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허리가 아프다.
그리고 조금은 외롭다. 아니 슬프다.
내일은 내가 먼저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