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디커플링(decoupling)은 ‘파괴적 혁신’가 다르다.
2. 디커플링이 업계 판도를 바꾼다.
(5) 디커플링(decoupling)은 ‘파괴적 혁신’과 다르다.
디커플링 이론 역시 여러 중요한 가정에 기초합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정인데 디커플링 이론은 고객의 결정으로 인해 디지털 파괴가 일어난다고 가정합니다. 이 때문에 관계되는 모든 기업의 역학 관계는 고객 가치사슬 수준에 따라 그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런 역학 관계는 크리스텐슨의 이론에서와 같이 제품 성능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 기업과 도전 기업 간의 비즈니스 모델 차이가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 가치에 대한 대가를 부과하는 방법, 가치를 잠식하는 방법에서도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이론을 기술하는 세 가지 요소를 참고해서 디커플링 이론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됩니다.
1. 도전 기업은 어디에서 진입하는가?
⇒ 고객 가치사슬의 활동 중 하나에서 디커플링, 즉 분리를 통해 진입한다.
2. 도전 기업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과 단계는 무엇인가?
⇒ 인접한 고객 가치사슬 활동들을 커플링, 즉 결합을 통해 확보한다.
3. 기존 기업이 가장 흔히 하는 대응은 무엇인가?
⇒ 주로 빼앗긴 활동들을 리커플링, 즉 재결합을 통해 되찾고자 시도한다.
디커플링 이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요소는 아니지만,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통해 디커플링 이론과 파괴적 혁신 이론을 비교 대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나 기술을 두고,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이론은 파괴적이라 생각하지만, 디커플링 이론은 파괴적이라 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과 디커플링 이론 모두,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업이나 기술을 파괴적이라 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론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 시장을 파괴하는 기술로 스트리밍을 활용했습니다. 동시에 넷플릭스는 주문형 비디오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DVD 영화를 대여하는 활동과 상점에 가는 활동을 분리했습니다.
디커플링에 관한 여러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존’은 처음부터 고객이 제품을 사기 위해 일반적으로 행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분리해 냈습니다.
고객들은 일반 매장에서 제품 실물을 확인하고 자세한 사항을 알아본 뒤, 구매는 아마존에서 합니다.
‘넷플릭스(Netflix)’는 고객들이 비디오를 시청하기 위해 취하는 활동들을 분리했습니다.
고객의 집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인프라 제공은 통신사에 맡겨두고, 넷플릭스는 콘텐츠만 전달했습니다.
‘페이스북(Facebook)’은 뉴스를 널리 유통시킵니다. 하지만 기존 언론사와 달리 스스로 뉴스를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6) 파괴적 기업이 일으킨 혼란.
대부분의 기업 임원은 자신이 마주한 파괴적 변화를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특수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파괴적 변화에는 하나의 패턴이 존재합니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어떻게 브라질 최대 미디어 기업인 ‘글로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국, 신문사, 웹사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 사업에 진출한 브라질 최대 미디어 업체 글로브는 당시 브라질 전체 TV 광고 수입의 70%를 벌어들였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1960년대 이후로 ‘텔레노벨라’라는 연속극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글로브가 가장 성공한 부분이라고 자부하던 텔레노벨라가 예전 같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청자들이 예전만큼 TV 시청을 많이 하지 않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오후 6~10시 사이의 황금 시간대에 방송하는 연속극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층은 온라인으로 옮겨가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글로브 입장에서는 텔레비전 연속극이 직면한 위협이 두렵기도 하고,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껄끄러워 하였습니다.
이런 사항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음에 따라 ‘넷플릭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스페인의 최대 통신 회사인 ‘텔레포니카’는 수십 년에 걸쳐 국제전화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던 2003년 스카이프가 등장했고, 이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텔레포니카를 비롯한 유럽의 통신회사들이 국제전화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3분의 2이상 급감했습니다. 스카이프를 통해 전 세계 어디든 무료 통화가 가능한데, 마드리드에서 뉴욕까지 통화 1분당 40센트를 지불할 소비자는 없습니다. 통신회사는 눈앞에서 수십억 유로가 사라지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텔레포니카 CEO나 임원들은 분명 실질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치료책은 미비했거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왜 기업 임원들은 디스럽션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대응 방법은 알지만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디스럽션이라는 파괴 현상 앞에서 두 손을 놓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걸까?
이들은 대응한다고 하면서 사업의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부분 혹은 특정 사업만을 대상으로 대체 하려고 하였습니다.
지금 언급한 기업이나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파괴적 기업들은 모두 혁신적 기술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기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바꿔 말하면 기술이 아닌,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진정한 혁신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고객 주도형 혁신이라는 물결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흐름입니다. 따라서 고객 주도형 혁신을 이루고 싶어 하는 기존 기업은 전략적 프레임워크 또한 새롭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SWOT분석, 게임이론, 마이클 포터의 Five Forces 같은 프레임워크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유용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쟁의 속성이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세계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기업이 업계마다 하나, 둘, 기껏해야 몇 개에 불과했습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업계마다 경쟁자가 다수 존재하고, 대부분 소규모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더 크고, 더 예측 가능한 하나의 기업이 소규모의 예측 불가능한 경쟁자 수백, 수천 곳과 전략적 ‘체스 게임’을 벌여야 하는 현 상황에서 게임이론의 효용성은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전략적 프레임워크 또한 오늘의 현실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번 이야기를 통해 오랫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진 이 같은 전략 이론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데 기여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