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순진한 고객들이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
3. 순진한 고객들이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
(1) 디커플링 이론의 중요한 특징.
크리스텐슨의 이론을 비롯한 다른 ‘파괴 이론’과 ‘디커플링 이론’의 중요한 차이는 무엇인가?
여타의 파괴 이론에서 기존 기업은 도전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의 뛰어난 성능 때문에 고객을 잃는다고 하였습니다. 반면 디커플링 이론에서 기존 기업이 고객을 뺏기는 이유는, 고객이 해당 소비 활동을 수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도전 기업이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를 달리 설명하자면 다른 많은 이론들은 기업 임원들에게 파괴의 원동력인 기술에 집중하라고 하면서 입증되었든 아니든 모든 기술의 발전 상황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에서는 과연 어떤 기술이 나중에 ‘파괴적’이 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평가할 수 있는냐가 어려운 점입니다.
반면에 디커플링 이론은 고객들과 그들의 선택 과정에 관심을 집중합니다. 여기서의 과제는 과도한 금전 비용, 노력 비용, 시간 비용으로 인해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활동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활동, 약한 사슬로 엮인 활동은 파괴자가 공격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2) 순진한 고객들이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 전략적 프레임워크는 기업 중심적입니다. 경쟁사와 비교하면서 자기 회사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디스럽션이라는 새로운 물결은 고객이 주도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틀과 도구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기업 중심적 대응이 아닌, 디지털 디스럽션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고객 중심적 대응에 대해 얘기합니다.
기존 기업이 신생 벤처 기업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에 소비자 욕구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파괴의 전반적인 패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고안해야 합니다. 파괴 현상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일반화된 문제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이처럼 일반화된 문제에 대해 일반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합니다. 고객들은 진정으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바꾸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행하는 작고 빈번하고 임의적인 행동들, 즉 방을 빌릴지 아니면 호텔에 머무를지, 자가용을 빌릴지 아니면 택시를 부를지, 앱으로 가격을 비교할지 아니면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할지 같은 행동이 결국에 가서는 전체 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행동들이 아무런 해가 없는 순수한 행동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고객들이 같은 행동을 취하면서 힘을 쌓아가다가 어느 순간 신생 기업이 뛰어들어 기회를 낚아채면 나머지 고객들도 그 신생 기업으로 몰려갑니다.
그렇게 대기업과 유서 깊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기업이 탄생합니다.
(3) 기술이 당신의 눈을 멀게 했다.
우리는 디지털 디스럽션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합니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기술 연구나 비즈니스 전략 연구가 아닌 마케팅과 소비자 행동에 대한 지식에 뿌리를 주고 있습니다.
기업과 그 기업의 경쟁사가 아닌 고객 관점에서 디스럽션을 분석하면 새로운 해석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괴 현상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식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디커플링 이론은 현재 비즈니스 세계에 어떤 사고방식이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기술과 혁신을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잘못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눈부시고 대단한 성공을 거둔 기술 기업가들을 보면 종종 회의감에 빠지곤 합니다. 이런 인물들은 당대의 영웅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이룬 성공을 자신은 흉내조차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3D 프린터, 웨어러블 기기, 드론, 가상현실, 로봇, 블록체인, 머신러닝, 인공지능에 대해 열심히 떠드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저 멍할 뿐입니다.
세상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점점 복잡해지는 듯합니다. 우리 회사가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학자와 기업 컨설턴트들은 대부분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며 복잡한 프레임워크를 내세웁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보면 볼수록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언가에 압도당할 때 두려움으로 인해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됩니다. 복잡하거나 불분명한 상황을 맞이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결정 마비 또는 결정 장애를 경험합니다.
해결책은 주위에서 떠들어대는 최신 기술, 획기적인 혁신, 선견지명을 지닌 기업가는 옆으로 밀어두고, 비즈니스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이것만이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디스럽션도 간단명료하게 정의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업 임원과 관리자들이 시선을 돌려 새롭게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이 사업가들의 눈을 멀게 했습니다. 사업가는 기술 구축, 기술 스타트업, 거대한 기술 기업에 대한 모든 관심을 기울이면서 고객의 희생을 대가로 이른바 ‘파괴적 무기’로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중요한 것, 즉 고객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경쟁을 대하는 공격적인 태도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을 진정시켜야’ 합니다. 사회의 일반적인 사고에 따르자면 비즈니스는 전쟁입니다. 우버, 페이스북, 구글을 비롯해 전 세계 많은 대기업에는 전략회의실 또는 위기상황실을 뜻하는 ‘워룸(war room)’이 있습니다. 이들은 영토를 차지하려고 합니다. 맞서 싸우기 위해, 경쟁 상대를 물리치기 위해, 그리고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무기’를 동원합니다.
사실 전략이라는 면에서 전쟁과 비즈니스 세계는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재계 지도자들은 자신을 장군으로 생각하면서 전장을 살피고 자신의 계획을 꼼꼼히 검토한 후에 공격을 앞서 이끕니다. 수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기원전 5세기에 전쟁하는 방법을 다룬 <손자병법>에서 전략적 영감을 얻으려고 했다거나, 최근에는 <비즈니스 전쟁 게임>, <기업가들을 위한 전쟁의 비대칭 전력>, <CEO의 비밀 무기> 같은 제목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비즈니스가 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