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비즈니스를 전쟁으로 보았을 때 일어나는 병폐.
(4) 비즈니스는 전쟁이 아니다.
전쟁 논리가 실제로 비즈니스에 적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알프레드 슬론은 GM CEO에 오르면서 말 그대로 군대의 계급에 기초해 회사의 조직 체계를 구성했습니다. 將軍(최고관리자)이 전략을 결정하고 兵士(중간관리자)는 명령을 따랐습니다. 그 이후로 다른 기업 경영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쟁 논리를 비즈니스에 적용시키면서 전쟁 논리가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확실한 방법이라 인식하였습니다. 외부의 적들이 가하는 위협에 직면하게 되면 조직 내부의 많은 사람들은 개인적인 욕구보다는 조직적인 측면에서 가치 있는 대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바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들은 비즈니스에 전쟁을 지나치게 깊숙이 끌어들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과거에 전쟁 전략과 사업 전략 사이에 존재했던 유사점들 중 일부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전쟁에서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이 일정한 크기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잘 이해하고 있는 교전 조건 하에서 맞서 싸웠습니다. 한쪽이 이기면 상대방은 영토를 넘기는 형태입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한다면 상대방인 적은 몇 안 되는 예측 가능한 방법 중 하나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산업 역시 이런 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당 몇 개의 아주 큰 기업들이 이미 정해진 단일 시장에서 서로 경쟁했습니다. 코카콜라는 펩시와 싸웠습니다. 소니는 파나소닉과 싸웠습니다. 메르세데스는 BMW, 아우디와 싸웠습니다. GE는 지멘스와 싸웠습니다. 참여 기업의 수와 규모가 일정 부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경쟁은 상당히 예측 가능 했고, 모두가 똑같이 고정된 전리품을 얻기 위해 경쟁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산업과 시장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인터넷은 유통, 마케팅, 구매와 판매 활동을 위해 저렴하고 접근하기 쉬운 채널을 제공하면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대폭 낮춰주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재, 전자, 운송, 산업, 통신 시장에서 디지털 스타트업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들 업계에 있는 대형 기업들은 더 이상 하나 또는 몇 개의 큰 ‘적’이 아니라 수십 수백 개의 작고 예측할 수 없는 ‘적’들과 마주합니다. 계획, 전략, 실행이라는 과제는 하향식, 위계적, 의도적,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모든 계층의 직원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비즈니스에 끌어들이는 비유는 선택 사항과 결정과 행동을 개념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5) 비즈니스를 전쟁으로 보았을 때 일어나는 병폐.
전쟁과 비즈니스의 비유는 또한 우리로 하여금 고객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기업이 그리고 기업의 지도자들이 현재 전쟁을 하고 있고 적을 ‘죽이기’ 위해 무기를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 인식한다면, 이는 그들이 고객을 단지 전투에서 이긴 대가로 받는 트로피로 간주하거나 아니면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희생시켜야 하는 손실 정도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고객은 주류가 아닌 주변부로 밀려나고, 경영진은 보통 역효과를 낳는, 때로는 스캔들로 까지 이어지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면서 경쟁에만 몰입합니다.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특정 상황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인식하는 세상과, 덜 공격적인 상태에서 인식하는 세상은 다르다고 합니다.
우리는 교통 체증이 심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짜증을 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될 때 ‘고객’ 즉 승객과 우리 자신의 안전을 위하던 집중력을 흐리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의 공격적인 행동 또한 실제 고객과 그들의 욕구에 맞춰져 있던 집중력을 무너뜨립니다.
2016년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엔진 배기가스 부정행위 사건, 2017년 웰스파고 은행의 유령 계좌,
우버가 라이벌인 라이트의 정보를 몰래 빼내고 교통 감독 당국의 눈을 회피하려 했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경영진의 극도로 공격적인 태도는 고객 중심주의의 약화 내지는 완전한 침해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는 다시 기업과 사회에 해(害)가 되어 돌아옵니다. 화이트칼라의 범죄를 연구해온 유진 솔테스같은 학자들은 공격성이 높은 행동과 기업의 부정행위 사이에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쟁의 사고방식을 비즈니스에 도입하면 더욱 심한 폐해를 불러옵니다.
임원들과 관리자들이 경쟁자를 공격적으로 대하면 공격적 사고가 강화되고 직장 문화에도 심대한 영향이 미칩니다. 동료들이 서로 사용하는 언어는 더 거칠어지고 더 적대적이 되며 예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우리 대 그들이라는 사고방식과 패배의 두려움이 우세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들은 더 공격적인 사람을 고용하고 덜 공격적인 사람을 해고함으로서 공격적인 문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가 됩니다.
평균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덜 공격적이기 때문에 조직 내 성별 다양성에도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왜 많은 직장에서 여성리더를 보유하지 못하고 화기애애한 업무 공간을 조성하지 못하는가를 조사해 보면, 전 세계 대기업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공격적 사고방식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위와 같이 전쟁 중심의 사고방식은 공격적 성향을 야기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됩니다.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기에는, 사업 관행에서 공격성을 줄이고 평화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기업에서 경영진과 리더 자리에 오르는 여성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이것은 현실적인 과제입니다.
기업 세계에 평화적 분위기를 도입하면 추문, 해로운 근무 환경, 성비 불균형이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키는 일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들이 덜 경쟁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업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유지해야만 합니다. 단 경쟁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스포츠에서도 어떤 선수들은 상대편을 배움과 영감을 얻는 대상, 심지어는 협력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존중합니다. 그렇게 하면 더 멋진 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두에게 더 나은 비즈니스가 될 것입니다. 디지털 디스럽션은 처음에는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사고방식과 비즈니스를 확실하게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합니다.
‘결합 – 분리 - 재결합’은 강력한 도구입니다. 많은 고객을 낚을 수 있는 삼지창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고객을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들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