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객은 본인들이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1. 고객은 본인들이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1)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디커플링.
지금까지 소개한 여러 사례를 보면서 궁금증이 생겼을 것입니다. 디커플링은 왜 일어나는 걸까? 디커플링이 말이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디커플링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가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입니다.
전통적으로 이미 성공해서 자리를 잡은 기업들은 고객의 가치사슬에 포함된 여러 단계 전반에 걸쳐 가치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가치는 CVC의 모든 단계를 거치는 동안 절대 동등하게 배분되지 않습니다.
TV 광고가 아무리 멋져도 내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각 단계마다 부여하는 가치의 크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집에서 요리해서 음식을 먹을 때, 어떤 이들은 조리법을 선택하는 기회에 가치를 부여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재료를 선택하거나 음식을 준비할 기회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집에서 요리한 식사를 하는 것 자체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객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려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텔레비전 시청하기, 비디오게임 플레이하기, 전자제품 테스트하기, 전화상으로 이야기하기, 또는 자동차 사용하기처럼 일련의 활동에서 고객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부분을 ‘소비’할 기회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디커플링이 발생하면 고객들은 양파 껍질 벗기기, 광고 시청하기, 게임 구매하기, 차량 유지하기처럼
가치사슬에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부분을 없애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요구할 능력을 얻게 됩니다. 선택권을 갖게 된 고객들은 기꺼이 가치를 창출하는 부분과 그러지 못하는 부분을 분리해 낼 것입니다. 어차피 손해 볼 것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디커플링이 여러 업계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일반적 현상임이 밝혀지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BMW, 나이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유니레버 등, 이들은 그동안 자신이 속한 업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자기를 괴롭히던 강력한 상대에게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광범위한 접근법이 있다고 하니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진 것입니다.
그들에게 디커플링에 대해서, 얘기 하기에 앞서 한 가지 당부하는 게 있습니다.
디스럽션과 관련해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개념, 예를 들어 공유 경제, 웹루밍(온라인에서 상품 가격과 정보를 확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하는 행위), 프리미엄 등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단 하나의 현상, 즉 디커플링 측면에서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커플링에만 집중해야 효율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그래야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임원들이 파괴적 혼란의 본질을 바로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디커플링 하나만 알면, 디스럽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다른 용어들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2) 일반화 되어가는 디커플링 비즈니스.
‘집밥’과 관련된 디커플링도 있습니다. 1950년대 미국 중산층 가정은 주로 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요리는 보통 아내나 어머니, 가정부 등 여자가 담당했습니다. 1960년대가 되자 많은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가 사회 진출을 꾀하면서 요리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기꺼이 맡겠다고 나서는 남자도 거의 없었습니다. 2015년까지도 여성의 70%가 식사 준비, 청소 같은 집안일을 처리하는 데 비해 남성은 43%가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와중에 음식점에서 싸고 편리한 데다 비교적 품질도 좋은 음식을 제공하면서 외식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음식점의 매출이 식료품점의 매출을 앞섰습니다.
실제로 미국 가정은 그동안 식사 준비를 포기하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집밥을 그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부모로부터 보고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성이 들어간 식사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아침 내내 점심을 준비하거나 오후 내내 저녁 식사를 준비할 시간도 없습니다. 이런 여건에 발맞춰 식재료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이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배달 서비스가 요리의 여러 과정 중 조리법 찾기와 재료 쇼핑하기 단계로 분리됩니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회사에서는 해당 조리법과 정확하게 계량해서 손질을 마친 재료를 박스에 담아 보내줍니다.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먹는 음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고 싶지만, 요리가 귀찮은 사람에게는, 업체를 통해 자기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줄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가치사슬 4단계인 조리법 찾기, 재료 구입하기, 요리하기, 요리를 먹는 일로 분리하고 그중에서 마지막 단계인 ‘요리를 먹는 일’만 남겨두는 것입니다.
(3) 기업 간 거래에서의 디커플링.
디커플링은 ‘B2C’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 물품을 판매하는 ‘B2B’ 기업에서도 가치사슬의 분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판매와 고객관계관리(CRM)를 위주로 하는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닷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회사의 주요 상품은 영업 자동화 도구입니다. 다시 말해 중견기업 및 대기업의 영업사원들이 잠재 고객들을 접촉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이들에게 데이터, 분석 정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판매됩니다. 이는 세일즈포스의 서버 안에서 따로 백엔드 솔루션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운영된다는 뜻입니다.
스타트업 ‘로켓바이저’는 프론트엔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을 처리하는 백엔드 소프트웨어를 분리하였습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다소 취약할 경우 그 분야에서 더 뛰어난 회사가 들어가 해당 부분만 설계해주는 것입니다. 결국 기업이 기업을 상대로 디커플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소비자나 기업의 이런 행동은 ‘편의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동일한 상품을 편하게 집에서 편하게 받을 수 있고, 업체는 매장에 다양한 규격의 상품을 쌓아놓을 필요가 없으니 재고유지관리비가 낮아지고, 고객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또 다른 디커플링 비즈니스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들 역시 기존 업체들의 시장을 파괴적 혼란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 단계와 처분 단계의 디커플링은 상당한 잠재성을 지닌 부분으로 아직 미개척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