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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구 Aug 24. 2024

이제, 마카오가 가면을 벗고 춤을 출 시간.

밥을 다 먹고 나는 세나도 광장 밖으로 나왔다. 홍콩으로 돌아가기까지 3시간 밖에 남지 않아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더 파리지앵 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른 아침부터 계속 이동해서 그런지 자리에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잠시 후, 알아듣지 못하는 버스 안내 소리에 눈을 떴는데, 창밖의 하늘은 블루아워로, 새파랗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구글맵을 보니 어느덧 내가 내려야 할 곳까지 한 정거장만을 남기고 있었다.

오후 7시, 마카오.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넋을 잃고야 말았다. 아침에 방문했을 때와는 180도 다른 풍경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저 영화 같은 배경이 너무나 비현실적 같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저 휘황찬란한 불빛에 이끌려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걷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 너무 예뻐가지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몇 시간 동안 걸었는지 모른다.


이 순간을 남기고 싶어 나는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THE 1975의 <This Must Be My Dream> 음악을 재생했다. 귀에 꽂은 에어팟에서 드럼 베이스의 멜로디가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This must be my dream)

Wide awake before I found you

(이건 꿈일 거야)

널 찾기 직전에 딱 깨버렸는데


(This must be my dream)

I can't wait for you boy

기다리기가 힘들어


(Wake me from my dream)

What does all our love amount to?

(날 꿈속에서 깨워줘)

우리 사랑은 어디까지인 걸까?


(This must be my dream)

We can't make love when you fly around me baby

(이건 꿈일 거야)

내 주변을 날아다니면 사랑을 나눌 수가 없잖아


이 당시에 들었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그날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이 기억들은 마치 뿔뿔이 흩어져있는 퍼즐 조각처럼 규칙적이지 않고 연속성을 띠지 않아서인지 여운이 더 짙은 듯했다.

저 멀리서 보이는 더 파리지앵 호텔의 에펠탑이 시종일관 빛나고 있는데, 그게 뭐라고 신났는지 춤을 출 뻔했다. 나는 필름 카메라를 꺼내 작은 렌즈에 눈을 갖다 대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이곳에 왔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언젠가 희미해질 기억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이 순간에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무모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만약 가족들의 걱정에 움츠러들었다면, 그 말에 겁을 먹고 예매한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면 이런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었을까? 그래서 기죽지 않고 용기를 내준 나 자신에게 기특하다고 말하고 싶다.

에펠탑 앞에 앉아 멍을 때리며 생각을 정리하니 어느덧 20시 30분이 되었다. 22시에 홍콩으로 다시 돌아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26번 버스를 기다렸다. 5분 후, 버스가 도착했는데 내 마음대로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 꿈같은 밤을 함께 못 보낸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일부러 버스에 타지 않고 떠나보냈다. 그다음 버스도.


결국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춰 버스에 타서 타이파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일찍 도착해 22시까지 찍었던 사진을 보며 기다렸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 이 황홀한 풍경이 ‘다음에도 무조건 마카오에 와야겠다’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페리에 앉자마자 거의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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